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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안정과 농가 상생을 위해 판매하고 있는 상생과일(사진=롯데마트) |
# 주부 김모씨는 요즘 한숨이 늘었다. 빤한 수입에 반해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어 어쩌다 한 번씩 하던 외식도 횟수를 줄이고 ‘집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밥상물가의 바로미터인 농산물 가격이 이른 더위와 장마 등으로 폭등하면서 그마저도 구색을 갖춰 먹기가 부담스럽다. 그러다 B급 제품을 최대 5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매장을 알게 되면서 이젠 단골손님이 됐다. 고물가에 고육지책으로 찾게 됐지만 자잘한 흠집이나 손질이 안 된 것, 생긴 모양만 빼면 신선도나 맛에는 별 차이가 없어 만족도가 높다.
최근 고정된 소득에 비해 물가상승률이 급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발표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로 전월보다 0.6% 상승했으며,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는 6.0% 상승했다. 특히 농산물은 1.6% 상승했으며, 축산물이 10.3% 오르면서 전체적으로 4.8% 상승했다. 7월도 소비자물가는 장마·폭염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지난달에 이어 6%대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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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상물가의 바로미터인 농수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구입하거나, 재배 및 출하 과정에서 생긴 흠집으로 상품성이 떨어진 못난이 농산물들이 각광받고 있다.(사진=김영란 기자) |
‘못난이’들의 재평가
이러한 가운데 알뜰한 소비로 지출을 줄이는 ‘알뜰족’들이 늘고 있다. 밥상물가의 바로미터인 농수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구입하거나, 재배 및 출하 과정에서 생긴 흠집으로 상품성이 떨어진 못난이 농산물들이 각광받고 있다.
손질되지 않은 채소, 흠집이 있는 과일, 모양이나 크기가 일정하진 않은 이른바 ‘못난이’ 상품은 맛이나 영양에는 차이가 없지만 일반 제품보다 많게는 절반가량 싸 알뜰한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조금이라도 늦게 방문하면 원하는 상품은 이미 품절되고 없어 나름 경쟁률도 치열하다.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판매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버려지거나 헐값에 팔리고 있는 못난이 농산물은 이러한 핸디캡을 딛고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어 생산자에겐 이익이고, 소비자에겐 주스용, 요리용 등 용도에 맞는 농산물을 값싸게 구매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2020년 11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맛‧식감, 가격, 포장용량, 신선도, 포장재, 구매접근성, 외관 등의 항목별 만족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으며 재구매 의사도 96%에 달했다.
이러한 못난이 농산물 소비는 세계적인 트렌드로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2014년부터 못난이 농산물 유통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으며, 관련 스타트업들이 Whole Food Market, Asda 등 대형 유통업체와 제휴를 통한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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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난이 과일'을 선보인 홈플러스 강서점(사진=홈플러스) |
농가 이익 UP, 소비자 물가부담 DOWN
날로 치솟고 있는 밥상 물가를 타개해 보려는 알뜰족들의 증가로 관련업계는 매출 증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외관 상품성은 떨어지지만 맛은 좋은 상품들을 저렴하게 선보이고 있는 대형마트 업계의 마케팅도 치열하다.
‘상생과일’이라는 이름으로 참외, 자두, 사과 등 10여 개 품목을 최대 30% 저렴하게 판매한 롯데마트는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0% 이상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다. 물가안정과 농가 상생을 위해 롯데마트는 당분간 ‘B+급’ 농산물을 지속해서 판매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맛난이 농산물’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134개 매장에서 사과, 토마토, 밀감 등 5종을, ‘맛난이 채소’는 우선 10개 점포에서 당근, 오이, 무 등 채소 8종을 시작으로 판매하며 추후 적용 농산물과 매장을 확대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농가에는 도움을 주고,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기 위한 이러한 업계의 ‘가격 경쟁력’ 마케팅은 향후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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