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광둥성 선전은 불과 40여 년 전만 해도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 그러나 1980년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후 과감한 개혁·개방 정책과 지속적인 산업혁신을 통해 오늘날 세계가 주목하는 혁신도시로 성장했다. 화웨이와 텐센트, DJI, BYD를 비롯한 세계적인 기업들이 선전에서 탄생했고,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전기차, 드론, 디지털경제, 금융혁신이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이루면서 중국 경제를 대표하는 첨단산업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선전의 성장 과정은 단순히 성공한 기업 몇 곳을 배출한 사례가 아니다. 제조업과 연구개발, 금융, 창업, 인재 양성, 국제협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도시 전체가 혁신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선전 경쟁력의 핵심이다. 이러한 구조는 세계 각국이 선전을 미래 산업도시의 대표 모델로 연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전의 첫 번째 경쟁력은 산업 간 융합이다. 화웨이는 정보통신과 반도체 산업을 성장시켰고, BYD는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DJI는 드론과 저공경제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으며, 텐센트는 디지털경제와 AI 플랫폼 산업을 확대했다. 각각의 기업은 독립적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부품기업과 연구기관, 대학, 스타트업, 투자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형성했다.
두 번째 경쟁력은 지방정부의 일관된 산업정책이다. 선전시는 특정 기업을 지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반도체와 AI, 신에너지, 바이오, 로봇, 디지털경제 등 미래 산업을 장기 전략산업으로 선정해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 창업 지원, 투자유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정책의 일관성은 기업이 장기적인 연구개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했고, 이는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세 번째는 자본시장과 금융의 역할이다. 선전증권거래소와 첸하이 금융혁신지구는 혁신기업이 창업 초기부터 투자와 상장, 해외 진출까지 성장할 수 있는 금융 생태계를 구축했다. 기술을 가진 기업이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성장 기회를 놓치는 사례를 줄이고, 연구개발 성과가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 제조업과 금융을 하나의 성장축으로 연결한 전략은 선전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
인재 확보 전략도 빼놓을 수 없다. 선전은 중국 전역은 물론 해외의 우수한 연구자와 엔지니어, 기업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혁신 역량을 높였다.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연구소가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기술이 창업과 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면서 새로운 기업이 지속적으로 탄생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혁신기업이 성공하면 다시 새로운 창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도 선전 경제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국제협력 역시 선전 성장의 핵심 요소다. 홍콩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금융과 물류, 법률, 국제 비즈니스 서비스를 강화했으며, 글로벌 기업과 연구기관, 투자기관과의 협력도 확대했다. 선전항과 국제공항, 첸하이 협력구를 중심으로 구축된 글로벌 네트워크는 중국 제조업과 세계 시장을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개방적인 국제 협력 전략은 선전을 중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도시로 성장시키는 기반이 됐다.
◆ 선전의 성공은 지역경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첨단 제조업이 성장하면서 물류와 디자인, 소프트웨어, 교육, 법률, 금융, 마케팅 등 서비스 산업도 함께 확대됐다. 대기업뿐 아니라 수많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산업 생태계에 참여하면서 일자리와 지역경제의 활력이 높아졌고, 새로운 소비시장과 창업 기회도 지속적으로 창출되고 있다. 산업 발전의 성과가 도시 전체로 확산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 역시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바이오, AI 등 세계적인 산업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산업과 금융, 연구개발, 창업이 지역 단위에서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는지는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평택은 반도체와 항만을, 판교는 IT 산업을, 대전은 연구개발을, 구미는 전자산업을 각각 강점으로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지역별 경쟁력을 하나의 국가 혁신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기업 유치 중심에서 산업 생태계 조성 중심으로 정책의 무게를 옮겨야 한다.
선전은 특정 산업 하나에 의존하지 않았다. 제조업이 성장하면 금융을 강화했고, 금융이 발전하면 창업을 지원했으며, 창업이 늘어나면 인재를 유치하고 연구개발을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전략이 오늘날 선전을 세계적인 혁신도시로 성장시킨 핵심 요인이다.
◆ 지역경제진단
선전은 단기간에 성장한 도시가 아니라 40여 년 동안 혁신을 축적해 온 도시다. 산업정책과 기업, 금융, 인재, 연구개발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되면서 세계적인 혁신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는 공장이나 기업 하나를 유치하는 방식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도시 경쟁력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한민국 지역경제도 이제는 투자 규모나 공장 수를 경쟁하는 시대를 넘어 산업과 기술, 자본, 인재를 연결하는 도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미래의 경쟁력은 개별 기업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혁신 역량에서 나온다. 선전은 경제특구의 성공 사례를 넘어 산업도시가 어떻게 세계 혁신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모델이며, 앞으로 대한민국 지역경제가 가장 깊이 연구하고 벤치마킹해야 할 도시 가운데 하나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정선 칼럼니스트 jacobxu0304@gmail.com
[필자 주요약력]
現 INTERPRO H.K PEF 대표
現 일요주간 부회장
前 Proton International LLC (H.K) 법인장
前 Proton Asia PEF GP
前 Proton Asia PEF
아시아 국제 금융 법률,회계 전문위원
前 화중 테크 대표이사
前 화중아이앤씨 대표이사
前 중국 대련보세구 정부 위촉 외자유치 및 투자 구조 자문 대표
前 중국 천진 한화종합유한공사법인장
前 중국 주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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