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人줌] 이석진·이동미 노부부의 40년 세월이 녹아 있는 참기름집 이야기

탐방 / 이경희 기자 / 2022-12-20 16: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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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진, 이동미 부부의 이름 끝자를 하나씩 따서 만든 ‘미진참기름’ 눈길
▲‘미진참기름’ 간판명은 이석진, 이동미 부부의 이름 끝자를 하나씩 따서 만든 이름이다. 아내의 이름을 앞에 붙인 노부부의 남다른 금슬은 40년의 세월을 훌쩍 넘어서도 여전하다.(사진=이경희 기자)

광덕시장은 작은 동네시장이다. 그러다보니 시장을 찾는 손님들도 주변 주택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예전에는 대구 부자들이 사는 동네로 유명했던 만큼 시장도 번성했다. 세월이 흘러 하나, 둘 떠나고 이제는 연로한 어르신들이 나들이 삼아 시장을 나오기도 하고, 다른 동네로 이사 갔던 오랜 단골들이 옛날 기억을 더듬어 다시 찾아오기도 한다.


‘미진참기름’ 간판을 보며 이름이 참 곱다는 생각을 했다. 40년 넘게 광덕시장을 지켜오고 있는 이석진, 이동미 부부의 이름 끝자를 하나씩 따서 만든 이름이다. 아내의 이름을 앞에 붙인 노부부의 남다른 금슬은 40년의 세월을 훌쩍 넘어서도 여전하다.


노부부는 “예전에 비하면 못하지만 그래도 여기서 우리 삼남매 다 키웠으면 됐지”라며 웃었다. 자식들은 이제 그만하고 편히 노후를 즐기라고 하지만, 그래도 가게를 찾아오는 오랜 단골들과 함께 이 시장에서 장사를 해 온 시장사람들과의 정 때문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춧가루를 빻고, 참기름을 짜며 지낸 40년의 시간만큼 기계에도 노부부의 손때가 묻어난다.(사진=이경희 기자)

 

참기름을 짜고, 고춧가루를 빻고, 좋은 곡물들로 미숫가루를 만들며 지낸 40년의 시간만큼 “기계도 사람하고 같이 늙었다”며 가게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기계들을 어루만지듯이 바라보는 노부부의 모습이 보기 좋다.


노부부와 함께 40년 세월을 지나온 기계는 다정하게 맞잡은 손을 놓지 못하는 노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처럼 곱게 세월을 이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석진, 이동미 부부는 “시장에 사람들이 많이 와서 장사가 잘 되면 그것만큼 좋은 게 있겠냐”며 “그저 건강하게 일해서 자식들한테 짐이 안 되었으면 하는 생각 밖에 없다. 우리 시장에 오는 손님들도 그렇게 오래, 오래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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