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용의 굴레] 신용의 벽···재도전은 왜 더 어려워지는가

소상공인 이슈&분석 / 노금종 기자 / 2025-03-05 11: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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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의 벽을 구조 관점에서 해석
소상공인 금융 접근성의 구조적 한계를 통해 현장 리스크와 정책 공백 점검

▲ 저금리 장기 상환 구조, 실패 이력에 따른 맞춤형 금융 설계, 일정 기간 고정비를 지원하는 회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사진 = 소상공인포커스 DB)

 

 

“장사가 안 된 게 아니라 구조를 몰랐던 겁니다.” 재창업에 나선 한 소상공인의 말이다. 첫 번째 실패 이후 그는 더 열심히 준비했다고 했다. 상권 분석도 했고 인테리어 비용도 줄였다. 그러나 두 번째 사업은 더 빨리 무너졌다. 이유는 단순하다. 실패 이후 그의 신용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많은 정책이 재도전을 ‘기회’로 설명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재창업은 기회가 아니라 레버리지 확대 과정에 가깝다. 첫 번째 폐업 이후 남는 것은 경험이 아니라 낮아진 신용 점수와 남은 부채다. 이 상태에서 다시 창업을 하면 더 높은 금리의 대출을 사용해야 한다. 금융 비용은 고정비로 작동하고, 매출이 흔들리는 순간 바로 현금 흐름이 무너진다. 

 

▲ 많은 소상공인이 실패 이후 다시 자영업으로 돌아오는 것은 도전 정신 때문이 아니다. 재취업 안전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저금리 장기 상환 구조, 실패 이력에 따른 맞춤형 금융 설계, 일정 기간 고정비를 지원하는 회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사진=pixabay)
 

◇ 1차 실패 → 신용 하락 → 고금리 대출 → 고정 금융비 증가


이 구조에서 재도전은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과정이 아니라 리스크가 증폭되는 과정이 된다.

문제는 재창업이 반복되는 이유다. 많은 소상공인이 실패 이후 다시 자영업으로 돌아오는 것은 도전 정신 때문이 아니다. 재취업 안전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가 약한 상태에서 자영업은 가장 현실적인 생계 수단이 된다.

재창업의 실패 원인은 개인의 준비 부족으로 설명되기 쉽다. 그러나 현장의 구조는 다르다. 첫째, 기존과 동일한 고정비 구조가 유지된다. 둘째, 과거의 상권 경험을 과신하게 된다. 셋째, 초기 운전자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영업을 시작하게 된다. 결국 매출이 발생해도 남는 것이 없는 구조가 반복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금 흐름 버퍼’다. 최소 6개월 이상의 고정비를 버틸 수 있는 자금 구조 없이 시작되는 재창업은 출발선부터 불리하다. 매출이 안정화되기 전에 자금이 먼저 소진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창업 정책은 진입 지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창업 자금, 교육, 컨설팅은 존재하지만 실패 이후 회복을 위한 구조는 부족하다. 사업을 정리한 사람이 일정 기간 소득을 유지하며 재취업이나 재교육을 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이 공백이 다시 자영업으로 밀어 넣는 힘이 된다.

재도전이 성공하려면 사업 모델이 아니라 금융 구조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저금리 장기 상환 구조, 실패 이력에 따른 맞춤형 금융 설계, 일정 기간 고정비를 지원하는 회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우리는 재도전을 응원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같은 금융 구조와 같은 비용 구조 속으로 다시 들어가게 한다면 그것은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반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재도전의 본질은 다시 시작하는 용기가 아니라 다르게 시작할 수 있는 구조에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노금종 기자 nkj1966@ilyo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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