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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엑스나 킨텍스처럼 아시아 최대 수준의 하드웨어를 갖추고 정부의 지원도 활발하지만, 행사가 끝난 뒤 기업과 바이어 간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계약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소프트웨어 기능은 여전히 취약하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코엑스 공식 블로그 갈무리) |
산업 전시회는 단순히 기업이 제품을 전시하는 행사로만 이해되기 쉽다. 그러나 제조업이 발달한 국가에서는 전시회가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전시회는 산업 정보를 교환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기업과 기업이 연결되는 시장이기도 하다. 새로운 공급망이 만들어지고 기술 협력이 시작되며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바로 전시회다. 특히 중소기업 중심 산업 구조를 가진 국가에서는 전시회가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
한국에도 다양한 산업 전시회가 존재한다. 서울의 COEX(Convention and Exhibition Center, 코엑스)와 경기도의 KINTEX(Korea International Exhibition Center, 킨텍스)는 아시아에서도 규모가 큰 전시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매년 수많은 기업이 이곳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가한다. 산업 장비, 기계, 소비재, 정보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기업은 제품을 홍보하고 새로운 바이어를 찾기 위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전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관이 KOTRA(Korea Trade Investment Promotion Agency,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다. KOTRA는 해외 바이어 초청 상담회나 수출 상담회를 통해 기업이 해외 시장과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많은 중소기업이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바이어를 만나는 기회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시 활동이 항상 장기적인 거래나 산업 협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기업이 전시회 참가 경험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은 행사 이후의 연결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시회에서 상담이 이루어지더라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대부분 기업이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전시회를 바라보는 산업 정책의 관점과도 관련이 있다. 한국에서 전시회는 여전히 행사 중심 구조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전시회는 일정 기간 동안 개최되고 기업은 제품을 소개하며 방문객은 새로운 기술을 확인한다. 그러나 행사가 끝난 이후 기업과 바이어 사이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관리되는 구조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전시회가 산업 플랫폼이라기보다 단기적인 이벤트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다.
대만의 전시 산업은 이러한 구조와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대만은 중소기업 중심 산업 구조를 가진 국가로 수많은 제조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 구조에서 전시회는 단순한 홍보 행사가 아니라 산업 전략의 핵심 도구로 활용된다. 대만의 전시 산업은 TAITRA(Taiwan External Trade Development Council, 대만무역발전협회)가 중심이 되어 운영된다. TAITRA는 단순히 전시회를 개최하는 기관이 아니라 기업과 기업을 연결하고 해외 시장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대만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전시회 가운데 하나가 COMPUTEX Taipei(컴퓨텍스 타이베이)다. 이 전시회는 세계적인 정보기술 산업 전시회로 알려져 있으며 글로벌 IT 기업이 대거 참여하는 행사다. ASUS(에이수스), Acer(에이서), MSI(엠에스아이) 같은 대만 기업뿐 아니라 NVIDIA(엔비디아), Intel(인텔), AMD(에이엠디)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역시 이 전시회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공개한다. 중요한 점은 이 전시회가 단순한 제품 홍보 행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도체 설계 기업, 장비 기업, 부품 기업, 완성품 기업이 동시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공급망이 형성된다. 기업 간 기술 협력과 투자 논의가 이루어지고 실제 산업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공간이 된다.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가 Taipei Cycle Show(타이베이 자전거 전시회)다. 이 전시회는 세계 자전거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대만의 GIANT(자이언트)와 MERIDA(메리다) 같은 기업은 이 전시회를 통해 글로벌 유통 기업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 자전거 산업은 단순히 완성품 기업만으로 구성되는 산업이 아니다. 프레임, 기어, 브레이크, 타이어 등 수많은 부품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산업이다. Taipei Cycle Show에서는 이러한 기업들이 동시에 참여하면서 산업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유럽과 미국의 유통 기업 역시 이 전시회를 통해 새로운 협력 기업을 찾는다. 전시회는 단순한 행사 공간이 아니라 자전거 산업의 글로벌 시장 역할을 수행하는 장소가 된다.
이러한 차이는 전시회를 바라보는 정책 구조에서 비롯된다. 대만에서는 전시회를 산업 플랫폼으로 설계하고 있다. 전시회 이전 단계에서는 산업 클러스터 기업을 연결하고 해외 바이어를 사전에 관리한다. 전시회 기간에는 기업 간 협력 논의가 이루어지고 전시회 이후에도 바이어 관리와 계약 지원이 이어진다. 전시회가 하나의 산업 인프라로 작동하는 것이다.
한국 전시 산업 역시 규모와 시설 면에서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러나 산업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은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기업이 전시회에 참여하는 목적은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다. 전시회가 산업 플랫폼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바이어 사이의 연결이 행사 이후에도 지속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산업 경쟁력은 공장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서로 연결되고 새로운 공급망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산업 생태계가 발전한다. 전시회는 이러한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공간이 될 수 있다. 한국 전시 산업이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행사 중심 구조를 넘어 산업 네트워크를 만드는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 전시회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산업이 움직이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 정보 코너 TAITRA (Taiwan External Trade Development Council, 대만무역발전협회)대만의 무역 지원 기관으로 산업 전시회 운영과 해외 시장 연결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COMPUTEX Taipei (컴퓨텍스 타이베이) 세계 최대 정보기술 산업 전시회 가운데 하나로 글로벌 IT 기업과 부품 기업이 참여하는 산업 플랫폼이다. Trade Show (산업 전시회) 기업이 제품과 기술을 소개하고 산업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국제 비즈니스 행사다. |
소상공인포커스 / 김경훈 대기자 kkh429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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