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알고리즘 리스크] 플랫폼 AI 배차 검증해보니...“높은 피로도와 업무 강도 감수해야”

지역/소상공인 / 김영호 기자 / 2022-11-30 16:14:27
  • 카카오톡 보내기
피크 기준 시간당 수익은 강남·비강남·경인 순
배달 수행능력 자신감·결정권 AI 선택이 높았으나 스트레스도 증가

▲ 플랫폼 기업들은 AI 알고리즘 내용(알고리즘 설계·활용 범위·운영 정책)의 대부분 내용을 플랫폼 이용자(소비자·노동자)에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기술·운영 측면에서의 효율성 외에 노동 인식·환경 등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이미지=freepik)

 

최근 많은 플랫폼 기업에서 서비스 운영의 효율성과 노동자 관리의 용이성을 위해 다양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적용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의 AI 알고리즘 도입은 불가항력적인 변화며 실제 플랫폼 운영 측면이나 플랫폼 소비자·노동자들에게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들은 AI 알고리즘 내용(알고리즘 설계·활용 범위·운영 정책)의 대부분 내용을 플랫폼 이용자(소비자·노동자)에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기술·운영 측면에서의 효율성 외에 노동 인식·환경 등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플랫폼희망찾기·공공운수노조·정의당 이은주 의원·노회찬재단이 지난 11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플랫폼 알고리즘,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배달의민족’(배민) 플랫폼 알고리즘 검증 실험 결과가 공개됐다.

조사는 배민 라이더 116명을 대상으로 서울 5개 권역과 경기·인천지역에서 지난 8월 22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진행됐다. 앞서 지난해 단 11명이 진행했던 알고리즘 검증은 사회적 주목을 받았고, 알고리즘이 현실에서 어떻게 노동을 통제하는지 보여줬다.

실험은 일반배차 창에서만 배달을 수행한 ‘일반배차’, AI 배차 주문을 100% 수락해 배달을 수행한 ‘AI 100%’, AI 배차 주문을 선택적으로 수락해 배달을 수행한 ‘AI 선택’으로 나눠 진행했다.

그리고 배민 앱 주문 리스트를 활용해 주문 내역(주문 개수·소요 시간·네비거리·수수료 등)과 실주행 거리·평균 속력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건별 수수료는 지역과 관계없이 비피크 시간보다 피크시간이 많았다. 지역별로는 강남·비강남·경인 순으로 건별 수수료가 높았다. 코로나 특수 이후 건별 수수료는 감소 추세였다.

시간당 주문 개수도 지역과 관계없이 비피크 시간보다 피크시간 개수가 아주 조금 낮았다. 시간당 주문 개수는 강남=경인·비강남 순이었다. 비피크와 피크 차이가 가장 큰 지역은 경인권이었다. 이 역시 코로나 특수 이후 주문량이 감소했다.

시간당 수익은 경인권을 제외하고는 비피크 시간보다 피크시간에 더 높았다. 피크 기준으로 강남·비강남·경인 순으로 시간당 수익이 높았다.

 

▲ '플랫폼 알고리즘,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사진=라이더유니온)

◇ 라이더들, 거리당 수익 성과 위해 피로도·업무 강도 감수해야

시간당 주문개수는 AI 100%(3.4개), AI 선택(3.2개), 일반배차(2.8개) 순이었다. 건당 소요 시간은 일반배차 21.6분, AI 선택 18.2분, AI 100% 16.6분이었다. 시간당 수익은 일반배차가 1만4110원으로 가장 낮았다. AI 선택 1만8248원, AI 100% 1만9353원이었다.

식당~도착지 거리 합은 일반배차가 6.0㎞, AI 선택 6.6㎞, AI 100% 7.2㎞ 등이었다. 실주행 거리도 일반배차(11.4㎞), AI 선택(11.5㎞), AI 100%(12.9㎞) 순이었다. 배달 상점 수는 일반배차 2.3개, AI 선택 3.1개, AI 100% 3.3개였다.

거리당 수익을 비교하면 앞선 결과에서 AI 100% 그룹이 시간당 배달 성과가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거리 추정치와 방문 상점 수 또한 높아서 배달 거리당 수익은 다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추정 결과, 식당~도착지 거리당 수익이 일반배차 2837원, AI 100% 2876원, AI 선택 3035원으로 나타났다. 실주행 거리당 수익은 일반배차 1267원, AI 100% 1553원, AI 선택 1592원이었다.

사후 설문조사의 배달업무와 AI 배차, 스트레스, 플랫폼 관련 인식 응답 결과에서는 배달 수행 능력에 대한 자신감과 결정권은 AI 선택, AI 100%, 일반배차 순으로 높았으나 그에 따라 업무 스트레스도 증가했다. 이와 역순으로 AI 배차에 대한 의존도와 플랫폼에서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정도는 일반배차, AI 100%, AI 선택 순으로 높았다. 배달 활동 의미와 AI 배차 만족도는 일반배차=AI 100%, AI 선택으로 나타났다.

이날 리더이유니온 AI 알고리즘 검증 실험 결과를 공개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 박사과정 김연서씨는 “AI 사용 강도가 높아질수록 시간당 배달 성과(수행 주문 개수·수익)가 증가하는 이점은 있지만, 주행거리와 방문 상점 수 또한 증가하므로 거리당 수익은 AI 100%와 AI 선택이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르게 말하면 라이더들이 AI 100% 조건에서 AI 선택과 같은 거리당 수익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욱 높은 피로도와 업무 강도를 감수해야만 한다”고 했다.

또 “배달 수행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나 결정권은 AI 100%보다 AI 선택에서 높았지만, AI 선택은 배달 중 AI 배차 수락·거절에 대한 추가적 인지 활동을 요구하므로 업무 스트레스 또한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AI 선택이 AI 100%보다 상대적으로 자율성이 더 높은 조건임에도 AI 배차나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게 나오는 이유는 현재 라이더들이 AI배차에 행사할 수 있는 자율은 굉장히 제한된 의미의 자율성이며 이러한 자율 행사의 형태가 곧 AI의 의사결정에 대한 거절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김씨는 “현재 AI 자율은 AI 배차 거절 시 어떤 주문이 언제 배차가 될 것인지 미지수이고 거절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므로 노동 성과와 인식에서 AI 100%보다 부정적 부분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호 기자 jlist@naver.com 

 

[ⓒ 소상공인포커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