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조정 정책 ‘구멍’] 소상공인 새출발기금, 시행 한 달 성적표는?

정책/지원 / 김진우 기자 / 2022-11-17 16: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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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 차게 출발했는데 신청자 저조…왜?
-“설계 미진 아닌지 재검토 필요” 지적
▲사진=픽사베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이 시행 한 달이 됐지만, 신청자가 저조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새출발기금은 출범 이후 첫 주인 지난달 13일 기준 온라인 플랫폼 접속자 45만5000명, 콜센터 연결 5만6000명 수준에서 한 달이 지난 7일 기준 온라인 플랫폼 접속자 89만명, 콜센터 연결 9만300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증가하는 상담 건수와 관심과는 달리 실제 신청으로 이어진 건수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3일 기준 7513명이었던 신청자는 이달 7일 기준 9931명으로 2418명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처음 수혜 대상을 약 40만명으로 예측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다는 것이다.

해당 기간 조정신청 누계 채무액도 1조1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3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기금 재원이 30조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5%에 불과한 수치다. 대출 기간 연장과 대환대출, 대환보증 등 정책을 동시에 추진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청 차주의 신용점수 구간별 비율을 보면 800점 이하 중·저신용자가 95.9%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조정신청 채무액 상위 50건을 분석한 결과, 담보부 57%·보증부가 28%·신용 15%로 대부분이 담보와 보증 채무였다. 전체 조정신청채무액 중 담보부 17%, 보증부 6%, 신용 77%인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무엇보다 조정신청 채무액 한도인 15억원 중 14억9000만원을 신청한 차주의 담보채무액이 9억1000만원에 달하지만, 신용등급이 200점대에 불과한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12억5000만원의 채무조정신청액 중 담보가 9억4000만원이나 되는 데에도 신용등급이 200점대에 불과한 사례도 있다. 고의로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 당국의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최 의원은 “새출발기금이 야심 차게 출발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호응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설계가 미진했던 것은 아닌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출범 당시부터 도덕적 해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만큼 새출발기금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당국이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4일 서울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양재센터에서 열린 새출발기금 출범식에서 현판식을 하는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 새출발기금 30조원 규모…소득·재산 심사 엄격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불가항력적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30조원 규모의 맞춤형 채무조정 프로그램으로 지난달 4일 출발했다.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은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개인사업자·소상공인(법인 포함) 중 취약차주다. 원금조정(원금 감면)은 상환능력을 크게 상실해 금융채무 불이행자(부실 차주)가 된 연체 90일 이상 차주에게만 기회를 준다.

이들이 보유한 신용·보증채무 중 재산 가액을 초과하는 순 부채만 60~80% 선에서 원금 조정을 해준다. 

부실 우려 차주에 대해서는 원금 감면 없이 금리 조정이 이뤄진다.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채무조정 시 소득·재산에 대한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친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10월까지 1년간 채무조정 신청을 받는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 여부와 경기 여건, 자영업자·소상공인 잠재부실 추이 등을 고려해 상항에 따라 접수 기간을 최대 3년간 운영하기로 했다.

새출발기금 이용을 원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전국 76곳에 준비된 오프라인 현장 창구를 방문해 신청할 수 있다.

앞서 이영 중기부장관은 “코로나19로 인한 누적 피해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영 여건이 취약해져 있다”며 “새출발기금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새 출발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 바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진우 기자 jw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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