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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창경찰서 경감 김형철 |
이는 언제부턴가 우리들의 마음으로부터 멀어지고 등한시되고 있는 우리 꽃 무궁화에 대한 애틋함과 안타까운 마음이 살아있는, 나 역시 이 나라 국민의 한사람이기 때문이리라.
무궁화는 요란스럽게 화려하거나 요염하지 않고 그렇다고 매혹적인 향기를 간직한 꽃이 아니어서 오히려 청초함과 은은한 끈기, 그리고 겸손을 대변하는 우리 민족성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무더운 뙤약볕 아래 피어나 가을까지 우리 곁에 머물며 절제와 기개를 강조한다.
그렇기에 우리 국민들은 동요에서 애국가까지 무궁화가 화려한 삼천리강산을 꿈꾸며 노래한 것은 아닐까, 우리는 물론 중국에서는 군자의 품격을 갖춘꽃이라 극찬하였고, 서양에서 조차 샤론의 장미라 하여 각별히 사랑하는 꽃이 바로 무궁화다.
그러나 늘 우리 민족의 혼과 함께하며 삼천리강산에 흐드러지게 피어나야할 우리 꽃 무궁화가 어느 순간부터 우리들의 시선과 손길에서 차츰 멀어지고 있다. 어쩌다 경계를 가름하는 울타리나 골목 어귀에 진딧물이 잔뜩 끼인 채 방치되어 있는 무궁화를 바라보면서 우리의 국화라고 하기가 민망스럽고 욕될까 조심스러운 것이 어찌 나만의 부끄러운 자화상일까, 다소 관리하기가 어렵고 관리에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점차 우리에게서 멀어져가는 무궁화에 비하여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의 꽃인 벚꽃은 어떠한가?
나는 지난날 일제가 우리민족말살정책의 일환으로 무궁화를 베어내고 벚꽃을 심었다고 배웠다. 생각하면 무궁화에 관한한 지금도 강점기 일본의 정책과 암울했던 시절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못한 채, 전국의 수많은 도로와 유원지 대부분이 벚꽃일색이다. 해마다 3-4월이면 먼 제주에서부터 민주주의의 상징인 국회를 감싸고 있는 윤중로까지 만개한 벚꽃에 취한 우리 한반도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우리에게 벚꽃축제 만큼 많은 축제가 또 있을까, 이 수백 개의 벚꽃축제 또한 강점기 일제가 만들어 낸 우리민족의 문화말살책의 하나요. 그들의 꽃놀이 문화에서 유래된 것은 아니가, 굳이 벚꽃의 일종인 왕벚의 원산지가 제주라며 마치 우리의 꽃 인양 합리화시키지 않아도 나는 지금까지 벚꽃은 일본 꽃이요. 무궁화는 우리 꽃이라고 배우고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누가 뭐래도 변절자를 대변하는 꽃인 벚꽃은 일본의 상징임에는 부정할 수 없다. 하긴 꽃을 보고 즐기는데 굳이 애국심이 필요하겠는가만 아직도 우리 부모와 선조에게 저지른 과오를 깨닫지 못하고 한마디 반성조차 없는, 일본의 상징인 벚꽃에 취해서 흥청거리고 비틀대다 순고한 우리 꽃 무궁화까지 짓밟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뇌리에 일제 침략의 상징으로 일본군이 총칼로 무장한 채 무궁화를 짓밟는 그림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해묵은 논쟁이라 질타할 일만은 아니다. 구태여 법이나 규율에 의하지 않고도 선대로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우리의 꽃이 되고 유구한 세월을 애잔한 우리들의 역사와 민족과 함께한 우리나라 국화 무궁화, 아니 애써 거창하게 역사나 민족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꽃이니 지금부터라도 다른 꽃보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살뜰히 보살피며 돌아오는 봄에는 정부든 지자체든 개인이든 단 한그루의 무궁화라도 이 한반도 위에 심어지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나를 사랑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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