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小, 대기업 종속 악순환] 중소기업 교섭력 강화, 거래 관행 변화 필요

정책/지원 / 김진우 기자 / 2022-11-23 15: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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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 활성성 제고 위해 제도 개선해야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금리 인상, 급격한 환율 변동, 물가상승, 최저임금 인상 등 변수로 공급원가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이런 현실 탓에 중소기업중앙회, 협동조합과 업계를 중심으로 과거 추진하기로 했던 납품대금 연동제를 조속히 입법하자는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이미지=freepik)

 

납품대금 연동제는 하도급거래 또는 위수탁거래에 있어서 계약 체결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원재료나 기타 공급원가의 변동이 있을 때 그 변동 비율에 연동해 새로운 대금이 결정되는 제도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납품단가 연동제 등의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인수위에서 구체적으로 검토되기도 했다. 그러나 재계 등에서 반대론이 일자 입법화하지 못했고,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를 우선 제도화한 다음 효과를 보고 연동제 제도화를 판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납품단가 연동제는 박근혜, 문재인 정부까지 입법화되지 못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금리 인상, 급격한 환율 변동, 물가상승, 최저임금 인상 등 변수로 공급원가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이런 현실 탓에 중소기업중앙회, 협동조합과 업계를 중심으로 과거 추진하기로 했던 납품대금 연동제를 조속히 입법하자는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여야 모두는 이 제도를 입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김남주 변호사는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 활성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과 중소기업의 교섭력 강화를 위한 공동행위 허용을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국은?

현재 주요 국가의 제도를 보면 독일은 납품대금 연동제를 법제화하지 않고 있지만, 민법에 사정변경에 따른 계약의 조정 규정을 두고 있다. 건설계약에서는 특별법으로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계약변경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김 변호사는 “독일은 법적 규제는 없지만, 대부분 대기업이 원료비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고 있고, 이는 계약의 조건에 따라 개별적으로 다르게 적용된다고 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상생 차원에서 납품가에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납품대금 연동제를 법제화하는 공공조달과 달리 사적 영역에는 법제화돼 있지 않다.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납품대금 연동제도가 법령으로 규정돼 있지 않지만, 원사업자가 원자재 가격 변동에도 납품대금을 고정하는 행위(인상하지 않는 행위)를 ‘가격 후려치기’로 보아 하도급대금 지불 지연 등 방지법에 따라 규제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법규로 제도화돼 있지 않지만, 업종에 따라 납품대금 연동제를 계약서에 규정하거나 가격 협상 시 일정한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거래 사례가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하도급법과 같이 수급사업자를 강력히 보호하는 법제는 비교법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며 “아마도 과거 강력하게 추진된 대기업 중심의 고속압축 성장 전략의 결과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종속됐고, 주요국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중소기업의 경제력 격차가 크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또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주요국에 납품대금 연동제 법제가 없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법제화가 필요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 “이에 더해 주요국에서는 납품대금 연동방식의 계약 관행이 정착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 현재 주요 국가의 제도를 보면 독일은 납품대금 연동제를 법제화하지 않고 있지만, 민법에 사정변경에 따른 계약의 조정 규정을 두고 있다. 건설계약에서는 특별법으로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계약변경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사진=freepik)

◇ 연동제 제도화돼도 조정제도 유지해야

김 변호사는 “최근 당정협의 전까지 정부 여당에서 연동제 법제화를 검토한다고만 하고,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연동제를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정착되도록 계약서를 제작·보급하는 노력을 해 온 것을 보면 법제화 필요성에 부정적이거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유보적 입장이 아닌가 추정됐다”며 “하지만 당정협의로 당론 발의를 한다고 하므로 법제화 필요성에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으므로, 법제화 필요성에 관한 이견은 해소됐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 활성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연동제가 제도화돼도 조정제도는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며 “조정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계산식에 따라 자동 계산될 수 없는 하도급 유형이 있을 텐데 이때 조정이 필요하고, 또 연동제 요건에 미달하는 원가 변동이 있을 때 납품대금 조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 경우 현행 조합의 대행 방식이 요건이 엄격해서 활용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제도의 효용성이 여전히 떨어진다”고 짚었다.

또 “노동조합은 근로조건에 관해 어떤 실체 요건이 없더라도 단체협상이 가능한 것과 비교해보면, 조합의 대행 방식에 요건을 둘 필요가 없고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른 조합의 업무 범위에 요건 규정 없이 조합원의 하도급대금 협의 및 조정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별도의 요건을 둘 필요가 없다”며 “일본의 단체협약 제도는 특별한 요건이 없다”고 했다.

중소기업의 교섭력 강화를 위한 공동행위 허용을 위한 제도 개선도 요구했다.

김 변호사는 “제도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특히 중소기업의 교섭력이 약한 우리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납품대금 연동제를 도입하면 원사업자 등이 계약 기간을 단축하거나 다른 거래조건을 변경해 수급사업자에게 납품대금 연동제로 인한 피해를 전가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공급원가의 변동에 따른 납품대금을 변경하는 거래 관행이 정착돼야 하는데 대기업의 선의에만 기대하는 것은 기업의 생리상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중소기업의 교섭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거래 관행을 변화시키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

김 변호사는 “중소기업이 교섭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 중앙회 등 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공동행위에 관한 합법적 법적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일본과 독일, 호주 등 해외 주요국들은 중소기업의 공동행위를 허용(일본·독일)하거나 노조의 단체교섭권과 유사한 단체교섭(일본), 단체협상(호주) 제도를 마련하고, 카르텔 금지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단체교섭제도를 도입하고, 일본과 같이 공정거래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조합의 조합원 규모를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정량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진우 기자 jw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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