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간 먹이사슬 폐해] “원청·1차 협력사 납품단가 인하 강요 처벌해야”

정책/지원 / 김진우 기자 / 2022-11-22 15:18:09
  • 카카오톡 보내기
“하청업체 등골 빼먹는 산업생태계, 결국 망한다”

▲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대로 된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위기 상황에서 원청과 협력업체는 위험을 공통 분담해야 한다. 위험을 함께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협력관계다"라고 강조했다.(사진=강은미 의원 SNS)

 

“코로나19는 인건비를 올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원자재 가격을 폭등시켰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원청과 협력업체는 위험을 공통 분담해야 한다. 위험을 함께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협력관계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제대로 된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위한 해법으로 이같이 강조했다.

정 의원은 “우리나라 원·하청 관계는 대등한 협력관계가 아니다”며 “원청대기업과 갑질을 하는 1차 협력업체, 그리고 무리한 단가 인하를 강요받아 항상 적자의 벼랑 끝에 서 있는 2차 협력업체, 2차보다 더 어려운 3차 협력업체 간 먹이사슬 관계”라고 짚었다.

이어 “원청은 완성품 판매가격이 상승하면 증가한 수익 모두를 가져가지만, 판매가격이 하락하면 협력업체에 수익감소를 전가해 협력업체를 위험에 빠뜨린다”며 “이것은 불공정을 넘어 ‘도둑질’”이라고 비판했다.

또 “언론을 통해 알게 된 자동차 부품업체 영업이익률을 보면 대기업 3.9%, 중견기업 1.7%, 중소기업 0.7%다. 더욱 놀라운 것은 조사업체 83개 가운데 마이너스 영업이익률이 24개 기업이나 된다는 것”이라며 “이런 산업생태계는 오래 갈 수 없다”고 했다.

정 의원은 “원청 입장에서는 하청업체가 널리고 널렸다고 하겠지만, 하청업체 등골 빼먹는 산업생태계는 결국 언젠가는 망한다. 그때는 원청도 끝장난다”며 “노무비 인상과 원재료 인상분 등 원가 상승분은 반드시 납품단가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차 협력사와 2차 협력사 간 하도급 대금 지급 보증은 원청이 보증해야 한다”면서 “원청과 1차 협력사의 납품단가 인하 강요는 처벌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도 이러한 납품 대금의 제도개선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에 납품대금조정협의 의무 이행 제도화와 원자재 가격변화 자동 반영 납품 단가 연동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놓았을 것”이라며 “가장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이 가장 적은 임금을 받는 것은 불공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청의 허리띠를 강제로 조르고 자기 배 불리는 원청과 1차 협력업체는 산업생태계의 도둑”이라며 “납품 대금 연동제 제도화로 공정한 산업생태계와 모두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자”고 했다.
 

▲ 이재영 전국금속노동조합 인천지부 부평공단지회 지회장은 “협력사 입장에서는 원청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면 계약을 해지당하거나 차기 물량을 배정받을 수 없는 위험에 노출된다”며 “이에 대당으로 받는 단가가 아닌 노동자 수로 단가를 책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사진=금속노조)

◇ “원·하청 거래 산정 내역·단가·물량 연대책임 필수”

이재영 전국금속노동조합 인천지부 부평공단지회 지회장은 공단 비정규직 자동차부품 생산 노동자 실태를 소개했다.

이 지회장에 따르면 부평공단지회는 부평공단 내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의 처지와 조건이 비슷한 상황에서 노동조합 조직 대상을 특정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들로 한정하지 않고 있다.

부평공단 내 대부분의 한국지엠 협력사들은 생산업무를 도급화하고 있다. 부평공단지회의 예를 들면 ‘한국지엠(원청사) → 크레아AN(한국지엠 1차 협력사) → 디지에프오토모티브(크레아의 생산 도급을 받은 2차 협력사) → 파견업체(디지에프오토모티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소속 파견 업체) → 생산노동자’ 순으로 이뤄졌다.

디지에프오토모티브(부평공단지회 사업장)는 한국지엠의 2차 협력사로 1공장 생산 차종인 9bxx의 칵핏 모듈을 전량 생산해 직서열로 납품하고 있다. 차후 신규차종 9bqb의 칵핏 모듈 역시 생산 예정이다. 실제 1차 협력사의 업무를 하는 것이다.

이 지회장은 “그러나 디지에프오토모티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이러한 도급 구조로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면서 “물량 감소나 휴업, 차량 단종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노동자들은 바로 해고되는데 1차 협력사는 ‘우리 소속이 아니다’는 점을 들어 문제를 회피하고 2차 협력사 역시 ‘아웃소싱에 소속된 노동자들이기에 우리 책임이 없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한다”고 밝혔다.

결국 파견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해고되고 그 자리를 또 다른 파견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

이 지회장은 “또 원청이 대금을 1차 협력사에 전달하고, 1차 협력사는 일부 대금을 제외한 나머지 인건비만을 2차 협력사에 전달하는데 단계가 내려올수록 노동자들이 실제 받을 수 있는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라며 “차라리 임금이 제때 지급된다면 모르겠지만, 지속적인 체불과 휴업수당 미지급, 강제 연차 소진 등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임금 조건을 불리하게 만드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회사 역시 이윤을 창출해야 하지만, 딱 인건비만 내려오는 대금으로 인해 휴업과 폐업을 반복하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 노동안전 분야 개선 등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것도 신경 쓸 수 없는 구조”라며 “한국지엠은 협력사의 공정과 공정별 노동자 수, 적정인원까지 일방적으로 정해 단가를 지급하는데 이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높은 노동강도로 계속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협력사 입장에서는 원청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면 계약을 해지당하거나 차기 물량을 배정받을 수 없는 위험에 노출된다”며 “이에 대당으로 받는 단가가 아닌 노동자 수로 단가를 책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대란으로 1500시간의 휴업을 진행했다. 이는 1년 365일 중 187일로 거의 절반을 휴업한 셈이다. 협력사는 대금을 받지 못해 폐업하거나 도산하고, 노동자들은 휴업으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 퇴사했다.

이 지회장은 “이때 필요한 것은 원청의 책임성을 법적으로 확보하는 것인데 원청의 사정으로 휴업 시 협력사의 휴업수당을 대금으로 보전해야 하고, 기존 계약된 생산 대수보다 적게 생산했을 때(생산 목표 22만대에 미달했을 때) 협력사에 생산 보전금을 지불해야 한다”면서 “원청만을 바라보며 사업을 지속하는 협력사들, 거기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그 어떠한 보호장치 없이 고용불안과 임금 체불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원·하청 거래의 산정 내역과 단가, 물량 등과 관련해 연대책임은 필수”라며 “갑을관계에서 공급의 불이행으로 인한 일방적인 계약 해지(쟁의행위·노동력 부족 등으로 인한) 및 라인 정지 클레임 중단, 임의 계약 해지 금지와 관련한 법 개정과 이를 시행·감시·처벌할 강제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진우 기자 jwkim@gmail.com 

 

[ⓒ 소상공인포커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