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노동자 67%, 여전히 ‘갑질’ 시달려

기업포커스 / 강현정 기자 / 2021-11-02 13: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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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 119, 우분투센터 상담사 설문조사
감정노동자 보호법 실효성 없어…회사서도 부당 대우

▲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콜센터 노동자들은 여전히 갑질에 시달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뉴시스>

 

[소상공인포커스 = 강현정 기자] ‘감정노동자 보호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콜센터 상담사들은 고객의 ‘갑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회사의 부당대우로 인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문조사가 발표되면서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들에게 폭언과 반말은 일상이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사업장에서 실효성이 없었고, 노동자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었다. 콜센터 상담사 10명중 7명은 여전히 갑질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직장갑질 119와 사무금융노조 우분투센터는 지난달 31일 콜센터 상담사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담사의 67.1%가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후에도 갑질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고 답했다.

 

회사가 상담사를 보호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비율도 60.9%에 달했다.

 

고객이 하는 갑질로는 ‘빨리 처리해달라고 계속 독촉한다’는 응답이 76.3%로 가장 많았다. 이어 ‘목소리를 높이거나 화가 난 말투로 말한다’(74.5%), ‘반말이나 무시하는 투로 말한다’(66.2%)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욕을 한다’(46.2%)거나 ‘성희롱 발언을 한다’(19.4%)는 응답도 있었다.

 

콜센터 상담사들은 회사에서도 부당 대우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자 중 39.7는 상담 중 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하거나 점심시간을 제외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일을 겪었다고 했고, 32.3%는 연차휴가 사용을 거부당했다고 답했다. 화장실 사용 제한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17.8%였다. 응답자의 60.9%는 회사에서 상담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심준형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사용자는 콜센터 상담사에게 어떠한 권한도 부여하지 않은 채 제한된 상담만 가능토록 만들어놓고, 고객의 불만을 듣고만 있어야 하도록 만들었다”며 “원청회사는 감정노동의 최전선에 놓인 콜센터 상담사가 실효성 있는 상담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 감정노동의 위험을 감소시켜야 하며,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감정노동자 보호조치도 적극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현장에 안착하기 어려운 이유로 콜센터의 평가지표와 정부의 관리‧감독 부재를 꼽는다. 특히 대부분 사업장에서 적용하는 ‘큐에이(QA)’라는 상담품질 평가제도는 콜센터 상담사가 고객에게 얼마나 호응했는지, 말의 어미는 어땠는지 등의 방식으로 상담사를 평가한다.

 

때문에 상담사들은 고객이 욕 대신 다른 말로 상담사를 괴롭히는 일이 있어도 욕을 한 상황이 아니라면 상담사가 전화를 끊었을 경우 회사의 지적을 받기도 하는 상황이다.

 

결국 콜센터 노동자들은 전화 통화 내내 ‘죄송하다’는 사과와, 고객의 말에 호응하는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또 고객이 상담사와 연결된 비율을 뜻하는 ‘응대율’ 역시 콜센터 노동자를 옥죈다. 응대율을 높이기 위해 상담사의 실적과 급여를 연동하기 때문에 장시간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구조다. 

 

업계에서는 노동자들이 기업의 방패막이가 되는 구조를 개선하고 업무의 자율성 보장 등 근본적인 환경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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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정 기자

강현정 / 산업1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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