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론·캐피탈 등 고금리 비은행 대출 의존도 심화, 평균 대출 금리 연 14.7%
▶ 다중채무 소상공인의 월 평균 이자 부담 127만 원, 가계 소득의 절반 이상 잠식
▶ 정부 저금리 전환 대출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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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영업이 끝난 식당에서 밀린 카드 대금을 정리하는 한 자영업자. (사진 = 제미나이) |
◇ 10명 중 4명이 다중채무자, 빚의 악순환
“카드론으로 캐피탈 이자를 막고, 캐피탈 대출로 카드론을 갚고… 어느 순간부터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또 대출을 받는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강모 씨(49)의 고백이다. 2023년 창업 당시 은행에서 사업자 대출 5,000만 원을 받아 시작했지만, 매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운영자금이 부족해졌다. 은행 추가 대출은 거절됐고,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카드론을 썼다. 카드론 한도가 차면 캐피탈로 갈아탔다. 현재 그가 보유한 대출 건수는 7건, 총 대출 잔액은 1억 2,000만 원이다. 월 이자만 158만 원을 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발표한 ‘소상공인 금융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3건 이상의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 소상공인 비율은 전체의 41.3%에 달했다. 2020년 27.8%에서 5년 만에 13.5%포인트나 급증한 수치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다중채무 소상공인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5,800만 원으로, 단일 채무자(4,200만 원)의 3.8배에 달했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비은행권 대출 의존도의 급격한 증가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소상공인 대출 중 카드론·캐피탈·저축은행 등 비은행권 대출 비중은 2020년 18.3%에서 2025년 31.7%로 크게 늘었다. 비은행권 대출의 평균 금리는 연 14.7%로, 은행권 평균(연 5.8%)의 2.5배가 넘는다.
◇ 코로나 지원금의 ‘착시’, 그리고 금리 인상의 ‘직격탄’
소상공인 다중채무 확산의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대규모 금융 지원과 이후 급격한 금리 인상이 자리하고 있다. 2020~2022년 정부는 소상공인에게 긴급 경영안정자금, 버팀목자금, 손실보상금 등 총 67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쏟아부었다. 동시에 은행권에도 소상공인 대출을 확대하도록 독려했다.
이 시기 은행 대출이 비교적 쉽게 나오면서 많은 소상공인들이 ’지금 빌려서 나중에 갚으면 된다’는 판단 아래 대출을 늘렸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0.5%→3.5%)은 이자 부담을 급격히 키웠고, 코로나 지원금이 끊기면서 현금 흐름이 악화된 소상공인들은 은행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은행에서 추가 대출이 막히자, 소상공인들은 카드론과 캐피탈로 눈을 돌렸다. 한국소상공인학회 이기영 연구위원은 “코로나 시기의 저금리·고유동성 환경이 소상공인들에게 일종의 ’대출 착시’를 일으켰다”며 “금리가 정상화되면서 그 착시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이자가 소득을 삼킨다
다중채무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은 가계 전체를 옥죄고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다중채무 소상공인의 월 평균 이자 상환액은 127만 원으로, 이들의 월 평균 가계 소득(238만 원)의 53.4%에 해당한다. 원금 상환까지 포함하면 월 평균 금융 비용은 189만 원으로 가계 소득의 79.4%를 차지한다.
서울 은평구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모 씨(55)는 “가게 매출에서 재료비랑 공과금 내고 나면 200만 원 정도 남는데, 대출 이자로만 140만 원을 낸다”며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이 한 달에 60만 원밖에 안 된다. 아이 학원비도 못 내는 형편”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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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지역 소상공인 모임에서 채무 고민을 나누는 자영업자들. (사진 = 제미나이) |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다중채무가 단순히 사업체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가계 전체의 부실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상공인 대출의 상당 부분이 주택 담보나 개인 신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업 실패는 곧바로 개인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5년 소상공인 개인 파산 신청 건수는 4만 7,000건으로, 전년(3만 8,000건) 대비 23.7% 증가했다.
◇ 돌려막기의 끝, 그 참혹한 결말
카드론과 캐피탈을 활용한 ‘돌려막기’의 끝은 대부분 비극적이다. 고금리 대출을 고금리 대출로 갚는 구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원금이 아닌 이자만 불어나는 ’채무 증식’ 현상을 초래한다. 금융감독원이 2025년 다중채무 소상공인 5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3년 이상 돌려막기를 한 경우 초기 대출 원금 대비 총 상환액이 평균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5,000만 원을 빌렸다면 이자만으로 6,500만 원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부산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다 지난해 폐업한 송모 씨(52)는 “처음에 카드론 500만 원을 쓴 게 시작이었다. 갚으려고 캐피탈에서 800만 원을 빌렸고, 그걸 갚으려고 또 다른 카드론을 썼다”며 “3년 동안 원금은 그대로인데 이자만 2,000만 원을 냈다. 결국 가게 문을 닫고 개인회생을 신청했다”고 털어놓았다.
◇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
정부도 소상공인 다중채무 문제 해결을 위해 저금리 전환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채무조정 지원 프로그램’은 고금리 대출을 연 3~5%대의 저금리 정책 자금으로 전환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이용률은 12.4%에 불과하다.
낮은 이용률의 원인은 까다로운 신청 조건에 있다. 현행 프로그램은 사업 영위 기간 3년 이상, 최근 6개월간 연체 이력 없음, 신용등급 6등급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소상공인 대부분은 이미 연체 이력이 있거나 신용등급이 낮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이미 신용이 나빠져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역설적 상황”이라며 “지원 조건을 현실에 맞게 완화하고, 채무 통합·조정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최성민 연구위원은 “소상공인 다중채무 문제는 개인의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만들어진 문제”라며 “저성장·고금리·고비용 환경에서 소상공인이 생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결과를 도덕적으로 비난하기보다, 시스템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의 ‘Breathing Space(채무숨통)’ 제도처럼 일정 기간 채권 추심을 유예하고 채무 재조정 기회를 주는 법적 안전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소상공인의 다중채무 문제는 이미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카드론과 캐피탈 돌려막기의 끝에서 기다리는 것은 폐업과 파산, 그리고 가계의 붕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정부, 금융권, 그리고 사회 전체의 관심과 구조적 대응이 절실하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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