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범위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결국 제조사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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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뉴시스> |
[소상공인포커스 = 강현정 기자] 전원플러그가 콘센트에 꽂혀있는 상태에서 가전제품에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그 책임은 제조업체에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속속 나오고 있다. 법원은 화재의 원인을 제품 결함으로 보고 이 결함을 입증할 책임도 제조업체에 물었다.
복잡한 기술로 생산된 제품은 소비자가 결함을 밝혀내기 어렵다. 따라서 제품을 정상적으로 썼음에도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는 제조업체의 책임이라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
A사가 제조한 식기세척기에서 발생한 불이 아파트로 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법원은 제품 하자로 보고 제조사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89단독 김윤희 판사는 한화손해보험이 A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B씨는 지난 2017년 12월 경 A사가 제조한 식기세척기를 작동시킨 후 외출을 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식기세척기 자체에서 원인모를 화재가 발생해 아파트 내부가 열과 그을음에 손상을 입게 됐다.
당시 B씨가 살고 있던 아파트는 한화손해보험에 아파트종합보험계약을 체결했던 터라 건물손해에 대해 2100만원, B씨 집 내부 손해에 대해 1900만원 등 보험금 4000만원을 받았다.
화재사고 직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식기세척기 하단 내부 전면 기판이 설치된 내부배선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감정결과를 내놨다. 또, 소방당국은 식기세척기 상부와 근처에 있던 가연성 가재도구로 인해 불이 확대된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B씨는 사고 발생 20일 전쯤 서비스 기사를 불러 식기세척기를 수리했다. 수리 과정에서 식기세척기 내부에서 죽은 바퀴벌레와 배설물이 다량 나왔고, 이를 청소하기도 했다.
이에 한화손보는 “A사가 제조한 식기세척기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했고, 제조업자는 B씨에 제조물책임(PL)법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며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 보험자대위에 따른 구상권을 취득했으므로 A사는 4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B씨가 화재 이전까지 식기세척기를 일반적인 사용방법·환경에 맞지 않게 사용·관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화재 당시 사용상 부주의가 있었다고 볼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 화재는 A사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식기세척기의 제조상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며 “A사가 B씨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결함인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A사 소속 서비스기사가 방문할 때까지 식기세척기 내부를 청소한 적이 없었고, B씨가 이 사건 식기세척기를 작동시킨 후 외출해 조기 화재진화가 어려웠던 점을 고려해 A사의 책임을 8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제조업체 책임”…법원, 일관된 판단
앞서 지난 2019년에도 식기세척기 관련 화재가 발생했는데 법원은 제조업체의 책임을 물었다.
당시에도 재판부는 “제품의 결함은 식기세척기를 제조·유통 단계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고”판시했다.
재판부는 제품의 내구수명이 이미 지났다는 제조사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내구연한이 손해배상청구권의 권리행사 기간 내지 손해배상채무의 존속 기한이라고 보기 어렵고, 제조업자는 제품의 내구연한이 다소 지나더라도 제품에 의해 소비자가 손해를 입지 않도록 설계·제조과정에서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사용자가 안전검검을 소홀히 한 책임도 있다며, 제조업체 책임을 40%만 인정했다.
이렇듯 상황에 따라 책임의 범위는 각각 다르지만 결국 소비자가 제품을 정상적으로 썼는데도 사고가 발생했다면 제조업체의 책임이라는 게 최근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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