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단위 외식 대신 가정 내 밀키트·배달 소비 증가, 외식 빈도 월평균 3.2회로 역대 최저
▶ 키즈카페·패밀리레스토랑 폐업률 전년 대비 14% 증가, 가정의 달 특수에 의존하던 업종 직격탄
▶ 정부의 외식업 소비 진작 정책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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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가정의 달을 앞두고도 한산한 서울 시내 한 패밀리레스토랑의 저녁 풍경. (사진 = 제미나이) |
◇ 가정의 달, 더 이상 ’대목’이 아니다
매년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각종 기념일이 몰려 있어 외식업계가 손꼽아 기다리는 ’황금의 달’이었다. 가족 단위 고객이 몰려들고, 예약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 풍경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 4월 28일 발표한 ‘2026년 가정의 달 외식 소비 동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전후한 외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4년 4.2%, 2025년 6.5%에 이어 3년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특히 가족 단위 외식의 핵심 타깃이었던 어린이날 연휴(5월 3~5일) 외식 예약률은 전년 대비 12.3%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수도권 주요 패밀리레스토랑과 한식 뷔페 체인의 사전 예약 건수도 전년보다 15% 이상 줄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54)는 “10년 전만 해도 어버이날 일주일 전부터 예약이 꽉 찼는데, 올해는 아직까지 예약 전화가 거의 없다”며 “어르신들을 모시고 오는 가족 손님이 확연히 줄었다”고 토로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외식업체 1,2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 업체의 67.4%가 “올해 가정의 달 매출이 전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22.1%,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은 10.5%에 그쳤다.
◇ 밀키트와 배달이 외식을 대체하다
가정의 달 외식 매출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가정 내 식사 문화의 확산’이 꼽힌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외식 횟수는 3.2회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9년 4.8회에 비하면 33.3%나 줄어든 수치다.
반면 밀키트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23년 2조 8,000억 원에서 2025년 4조 1,000억 원으로 성장했으며, 2026년에는 4조 7,000억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어버이날 선물로 ’프리미엄 밀키트 세트’를 보내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기존에 외식으로 이어지던 소비가 가정 내로 흡수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 씨(38)는 “예전에는 어버이날에 부모님 모시고 한정식집에 갔는데, 요즘은 프리미엄 밀키트를 주문해서 집에서 직접 해드리는 게 더 정성스럽게 느껴진다”며 “외식비 절반 가격에 더 좋은 재료로 만들 수 있으니 굳이 나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배달 문화의 고착화도 외식 매출 감소에 한몫하고 있다. 한국배달산업협회에 따르면 가정의 달 기간(5월 1~15일) 배달 주문 건수는 2024년 대비 2025년 11.2% 증가했으며, 2026년에도 비슷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어린이날에 아이들이 원하는 음식을 집에서 배달로 시켜 먹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키즈카페 병설 레스토랑이나 패밀리레스토랑 방문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 키즈 관련 외식업, 폐업 러시
가정의 달 특수의 소멸은 특히 키즈카페와 패밀리레스토랑 등 가족 단위 고객에 의존하던 업종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폐업한 키즈카페는 2,340곳으로 전년(2,052곳) 대비 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규 개업은 1,120곳에 그쳐, 순감소 폭이 1,220곳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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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문을 닫은 수도권 한 키즈 레스토랑 앞을 지나가는 시민. (사진 = 제미나이) |
서울 송파구에서 키즈카페 겸 레스토랑을 운영하다 지난 3월 폐업한 정모 씨(42)는 “코로나 이후 반짝 회복하나 싶었는데,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면서 아이를 데리고 오는 손님 자체가 줄었다”며 “어린이날 특수를 기대하고 버텼는데 작년 어린이날 매출이 2022년의 절반도 안 되더라.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고 했다.
실제로 저출산의 영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출생아 수는 21만 8,000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으며, 0~9세 인구는 2020년 대비 18.7% 감소했다. 어린이날 외식 소비의 핵심 수요층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패밀리레스토랑 업계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때 전국에 3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던 대형 패밀리레스토랑 프랜차이즈들은 현재 매장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가족 외식의 트렌드가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소규모 맛집이나 가성비 좋은 곳으로 옮겨갔지만, 그마저도 전체 외식 빈도 자체가 줄면서 소규모 식당도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 어버이날 효도 소비, 외식에서 ’경험’으로 이동
어버이날 소비 패턴의 변화도 외식 매출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어버이날 하면 가족이 모여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이 전형적인 풍경이었으나, 최근에는 여행, 건강검진, 문화 체험 등 ’경험형 선물’로 소비가 이동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이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어버이날 소비 계획’ 조사에서 “부모님과 외식할 계획”이라고 답한 비율은 34.2%로, 2023년(52.1%)에 비해 17.9%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여행 또는 체험 선물을 드릴 계획”은 28.7%로 3년 전(14.3%)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고, “건강 관련 선물”(18.4%)이 그 뒤를 이었다.
인천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오모 씨(61)는 “어버이날이면 어르신들이 자녀분들과 오셔서 코스 요리를 드시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예약이 뚝 끊겼다”며 “대신 카카오톡으로 용돈을 보내거나 여행 상품권을 선물하는 게 유행이라더라. 결국 동네 식당만 손해”라고 한탄했다.
◇ 정부 정책의 한계와 현장의 목소리
정부도 외식업 소비 진작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체감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2026년 외식업 활성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가정의 달 기간 중 외식 결제 시 카드 소득공제율을 한시적으로 40%에서 50%로 상향하고, 지역사랑상품권 할인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카드 소득공제율 10%포인트 인상으로 외식을 더 하겠다는 소비자가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며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연합회 김종환 정책본부장은 “소비자가 외식을 안 하는 근본적인 이유, 즉 물가 부담, 가처분소득 감소, 1~2인 가구 증가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선영 연구위원은 “가정의 달 외식 매출 하락은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니라 인구 구조 변화, 소비 패턴의 전환, 대체 식문화의 성장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구조적 현상”이라며 “외식업 소상공인들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모색할 수 있도록 업종 전환 컨설팅,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등 중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이진우 교수는 “가족 문화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대가족이 모여 외식하는 전통적 모습에서 소규모·개인화된 소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외식업 소상공인들도 1~2인 가구 타깃의 메뉴 구성이나 배달·포장 특화 등 생존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가정의 달 특수의 실종은 단순히 한 시즌의 매출 부진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의 가족 구조, 소비 문화, 인구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며,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가정의 달이 소상공인에게 다시 ’희망의 달’이 될 수 있을지, 그 해답은 정부와 시장, 소상공인 모두의 몫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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