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匠人 줌인] ‘특수복 의상 달인’ 이승덕 사장 “50년째 영화배우·가수 맞춤 의상 제작”

인터뷰 / 임태경 기자 / 2023-06-30 12: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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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라는 영화에 출연 예정인 조인성 배우와 정호연 배우 위해 특수 맞춤 제작 중
▲20년간 의상실에서 근무하다가 30년 전 의류수선업을 시작했다는 이승덕 사장은 연예인 의상 특수 맞춤 제작에 참여하는 등 특수복 분야에서 오랜 경륜을 보유한 장인이다.(사진= 임태경 기자)

 

“저는 일을 처음에 패턴, 봉제, 마무리 이런 식으로 다 배웠어요. 도식화만 보고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죠. 그게 제가 지금껏 특수복을 제작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호프’라는 영화가 이제 촬영 들어갔다며 출연 예정인 조인성 배우와 정호연 배우를 위해 특수 맞춤 제작 중인 이승덕(73) 사장은 도식화를 보면서 재봉틀을 돌리느라 여념이 없다.

한평생 의류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이승덕 사장은 20년간 의상실에서 기술을 배워가며 직원으로 근무해 오다가 30년째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

현재 그는 아내와 함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소재 명품수선전문점을 3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다.


이승덕 사장이 의류업계 일을 시작할 당시에는 먹고살기 힘들고 배운 게 없어서 입사하게 된 회사가 의류업 직종이었을 뿐이었다는데, 다행히 적성에 맞아 현재까지도 이 일에 종사하고 있다면서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슬하에 아들 둘 있는데, 모두 의류학과 전공자라며 둘 다 이태리 유학을 보냈었다면서 유학기간 동안 큰 아들은 디자이너인 며느리를 만나 결혼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승덕 사장은 주로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가 입을 의상을 제작하다가 지금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별도로 수선도 하면서 다양하게 맞춤 의상을 제작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배우들의 의상 제작에 참여하는 영화들은 주로 시대물이라며 현대물은 협찬들이 들어가고 자기네 옷을 입히려고 경쟁을 하니까 제작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압구정에서 가게를 운영할 당시(2000년~2010년)에 지오디(god), 원더걸스 등 유명 가수들의 의상 제작도 많이 했다고 한다.

 

▲20년간 의상실에서 근무하다가 30년 전 의류수선업을 시작했다는 이승덕 사장은 연예인 의상 특수 맞춤 제작에 참여하는 등 특수복 분야에서 오랜 경륜을 보유한 장인이다.(사진= 임태경 기자)


<다음은 이승덕 사장과의 일문일답>
 

Q. 현업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나요?
A. 영화 의상, 가수 의상을 제작한 지는 한 30년 됐어요. 압구정동에서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의 당시에는 지오디, 원더걸스 등 유명 가수들의 의상 제작을 많이 했어요.
 

Q. 이 분야에서만 경력이 꽤 되실듯 한데요?

A. 처음엔 명동에 위치한 의상실에서 직원으로 근무했었어요. 자영업까지 포함하면 대략 50년 동안 의류 업종에만 종사해 왔죠.

Q. 의류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A. 특별한 계기는 없었고요. 옛날에는 먹고살기 힘드니까 직장에 취직한 거죠. 그 당시에 제가 많이 배우지도 못해서 의상실에 들어가 기술을 배워 일을 시작했는데, 한 20여 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가 독립을 한 거죠. 현재 제 아내와 함께 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한평생 의류 업종에 종사해 온 만큼 적성에 잘 맞으신가 보군요.
A. 네. 적성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아들이 둘 있는데, 둘 다 의류 관련해서 이태리 유학을 갔다 왔었어요. 며느리도 유명한 디자이너고요. 큰 아들은 이태리에서 며느리를 만나서 결혼했고, 작은 아들은 아직 결혼 못 했어요.

Q. 가게를 소개한다면?
A. 저희는 주로 영화 의상을 제작하다가 지금은 별도로 수선도 하면서 다양하게 맞춤 의상을 제작하고 있어요. 이게 ‘호프’라는 영화인데요. 최근에 촬영 들어갔어요. 이 도식화는 배우 조인성 거고 이 도식화는 신인배우 정호연 거예요. 이런 특수 맞춤 제작을 하고 있어요. 우리가 의상 제작해서 배우들이 입고 출연한 영화가 많아요. 제가 압구정동에서 이런 특수복도 제작하는 사업을 하다가 임대료 관계로 그 가게를 문을 닫게 됐어요. 원래 한 달에 50만원 하던 가게였는데 인근에 가로수길이 막 뜨면서 월 500만원으로 오른 거예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가게는 정리하고, 태평역 인근에 있는 영화사 의상제작팀에서 6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또다시 나와서 논현동에서 사업하다가 우리 집이 이천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이천에서 논현동까지 출퇴근하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여기 성남에서 서울 강남 쪽으로 넘어가는 구간에서만 한 시간 정도 걸려요. 반면 이천에서 여기 분당까지는 막히는 데가 없잖아요. 그래서 여기쯤에서 자리 잡아서 사업하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여기로 자리 잡은 거죠. 그런데 일거리가 쭉 없으니까 이제 수선도 맡아서 하고 있고요. 또 이 동네에서 맞춤 의류를 즐겨찾는 분들이 있어요. 그분들께 맞춤 의상도 제공하면서 이렇게 지금 운영하고 있어요.


Q. 이 가게를 오픈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A. 여기 온 지는 한 2년 반 정도 됐어요. 여기는 월세가 좀 저렴해서 부담 없이 하는데 그 대신 압구정동 가게보다 일감이 줄어들었고, 여기가 공간도 훨씬 더 좁아요. 이 가게는 아직 저희가 많이 알리지도 않은 데다가 새로운 손님보다는 옛날에 압구정동 가게로 오던 사람들이 지금도 오는 거예요. 여기가 교통이 불편하니까 사람들이 여기까지 잘 안 와요. 그래서 사람들이 보통 제작하는 평범한 거는 그 주변에서 하는데요. 특수복의 단골 소재인 스웨이드, 가죽 등 다른 사람들이 잘 못 만지는 거를 꼭 제작해야 할 때 비싸도 여기로 와요.

 

Q. 이 업종과 관련해서 사장님만의 전문적인 정보, 노하우가 있다면?

A. 제가 지금껏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비결은, 우리 때는 일을 처음에 패턴, 봉제, 마무리 이런 식으로 다 배웠어요. 그런데 지금 업계는 이런 일이 절대 없어요. 분야별로, 파트별로 다 분리돼 있어서 요즘은 혼자서 사업을 한다는 건 어려워요.

 

▲이승덕 사장이 운영 중인 의상실.(사진=임태경 기자)

Q. 사장님은 인체 모형이나 인체에 직접 천을 대고 재단하는 방식인가요? 아니면 신체 각 부위의 치수에 맞추어 종이에 옷본을 그린 후 재단하는 방식인가요?

A. 맞춤 의상을 제작하거나 디자인에 따라서 인체에 직접 천을 대고 재단하는데요. 또 디자인에 따라서 종이에 패턴을 그리는 평면 재단으로 봉제를 해서 완성을 할 수도 있어요.


Q. 어떤 종류의 특수복을 주로 제작하나요?

A. 제가 배우들의 의상 제작에 참여하는 영화들은 주로 시대물이거든요. 현대물은 제작을 안 해요. 지금 영화 찍으면 현대물의 경우, 여기저기서 서로 밀어서 다 협찬들이 들어가고 자기네 옷을 입히려고 경쟁을 하니까 제작할 필요가 없죠. 반면, 70년대나 80년대 혹은 조선시대 배경의 영화를 만들 때 의상들은 100% 다 제작해요. 그렇게 하면 우리가 일이 바빠지는 거고요. 그렇지 않으면 현대물은 일이 없는 거죠.
 

Q. 이 일에 종사하면서 보람을 느낀 적이 있다면?
A. 우리가 특수복 제작을 하잖아요. 그러면 한 6개월에서 1년 후에 그 영화가 개봉이 돼요. 그럴 때 이제 시사회권이 나오고, 시사회 가서 보면 영화가 끝난 다음에 자막이 쫙 올라가잖아요. 자막에 제 이름과 제 아내 이름이 함께 나와요. 그때 보람을 좀 느끼죠. 

 

Q. 의상 전문가로서 소비자들에게 추천하는 옷 관리 요령이 있다면?

A. 저보다 손님들이 더 잘 아세요. 저희 손님들은 옷 입는 법이 까다로운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일반 기성복은 못 입고, 기성복을 샀어도 자기 몸에 맞춰서 어깨, 팔 부분의 품과 모양 등을 다 수선해야 직성이 풀리는 분들이에요. 그러니까 성격이 좀 까다로운 분들이 오세요. 내가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거나 어딘가 모르게 나한테 안 어울린다고 생각을 해서 그거를 수선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사실 좀 그런 분들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죠. 

 

Q. 최근 유행하는 패션 트렌드가 궁금합니다.
A. 한 6개월 전만 해도 바지가 타이트했었어요. 스키니보다 더 타이트한 레깅스 형으로 그렇게 다 맞춰서 입었잖아요. 그러다가 슬슬 통이 넓어지다가 지금은 막 엄청 넓어졌잖아요. 거의 치마 같은 바지들을 입는데요. 그런 유행이 조금씩 조금씩 변하면서 수선할 옷도 주문 들어오고 있죠. 수선해 달라는 바지 형태를 보면 옛날에는 막 밑 길이도 짧아서 사람들이 상당히 불편한 옷을 입다가 지금은 거의 뭐 아주 통바지 형태로 그렇게 입죠. 아무튼 제가 간단한 수선부터 아주 복잡한 수선까지 다 합니다.

 

Q. 사장님이 직접 의상 디자인을 구상하고 있는 게 있나요?
A. 못해요. 디자인을 구상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모르겠어요. 하던 일 다 접고 산속에나 들어가야 제가 하고 싶었던 어떤 작품을 창작하는 게 가능할 것 같아요. 이렇게 일을 벌여놓고서는 할 새가 없어요. 솔직히 우리는 밥 먹는 시간도 때가 없어요. 그래서 어쩌다가 남들보다 좀 늦게 먹기도 하고요. 집이 이천이라서 멀기도 하고 시간적 여유가 없어요.

Q. 모바일 세탁과 수선 서비스를 운영하는 한 업체가 최근 의류 수선 전용 공장을 신설하고 비대면 모바일 수선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는데요. 이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의류를 촬영하고 수선 부위와 요청 사항을 체크하면 세탁소를 따로 방문하지 않고도 수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데요.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A. 그게 참 말이 안 맞고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자기 느낌을 그냥 와서 반만 이렇게 접어가는 사람은 가능해요. 내 바지 길이가 이만큼 길어서 반을 줄여달라는 등 간단한 주문 정도는 그런 서비스가 가능해요. 그 외에는 직접 오셔서 옷을 입고 보여주고 느낌을 서로 공유하면서 ‘여기 허리를 조금 냈으면 좋겠다. 줄였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해야 결과물도 오차가 거의 안 생겨요. 그리고 바지의 힙이 작을 수도 있고, 셔링(Shirring, 부드러운 천을 꿰매어 오그려 입체적으로 무늬를 떠오르게 하든지 주름을 잡아 음영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유럽풍 수예)이나 턱(Tuck, 바지에서 의미하는 턱은 옷을 접어 넣은 주름, 바지 허리 밴드 아래쪽 부분의 주름을 말한다)이 들어가서 힙이 클 수도 있어요. 그런 부분은 서로 의견을 조율해서 고치거든요.

Q. 요즘 매출은 어떤가요?

A. 제가 지금 수선도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봉사 차원이에요. 사실 수선은 시급도 안 나와요. 그러니까 일반 학생들이 아르바이트하는 데 한 시간에 9000 얼마 받잖아요. 그만큼도 안 돼요. 그래서 수선하면 하루에 2만원도 벌고 3만원도 벌고 어떤 때는 한 5만원도 버는데요. 그건 봉사 차원에서 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정말로 그걸로 해서는 먹고살기는 힘들어요. 그래서 수선은 솔직히 안 하면 더 이익이에요. 그 정도예요.

 

Q. 매출이 가장 괜찮았던 시절이 있다면, 언제쯤인가요?
A. 현재 수선하는 일로는 소득이 크게 없고요. 그냥 두 부부가 함께 일해서 임대료와 간신히 밥만 먹는 정도만큼 벌어요. 여기서 돈은 안 돼요. 옛날에 압구정동에서 가수들 의상이나 영화배우 의상 제작할 때는 그래도 최하 한 달에 한 1500만원에서 2000만원이 넘었으니까 애들도 다 유학시키고 했는데요. 지금은 그런 일은 없죠. 


Q. 코로나19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그 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A. 코로나 당시에는 거의 올스톱이었어요. 정말로 일이 없었어요. 영화판도 아예 촬영이 중단됐고요. 어쩌다가 누가 코로나에 딱 감염되면 영화 촬영 자체가 다 스톱이 되는데요. 그걸 몇 번 겪다 보니까 거의 올스톱 상태였죠. 

 

Q. 요즘 영화 제작이 활발한데, 일감이 좀 늘었겠군요? 

A. 그렇죠. 저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영화 제작에 들어가면, 단편은 한 3개월 정도면 끝나고, 장편은 8개월에서 한 1년 가까이 걸려요.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를 다룬 장편 영화 ‘하얼빈’이 얼마 전에 촬영이 끝났어요. 그 영화도 저희가 주인공들 옷은 거의 90% 제작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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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경 / 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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