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달人] ‘2등 당첨’ 복권판매점 양지민 사장 “10년째 수수료 동결로 어려움 많아...인건비 벌기도 힘들어”

인터뷰 / 임태경 기자 / 2023-01-27 11: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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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사장 “폐업하는 복권방도 많은데 정부는 계속 추가 모집해”
-좋은 위치는 권리금만 1억, 월세 등이 비싸 서민들 엄두도 못 내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전통시장 인근에서 복권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양지민 사장.(사진=임태경 기자)

 

“저는 항상 친절하게 손님을 대하는 게 철칙이죠.”


양지민 사장은 3년 전부터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전통시장 인근에서 복권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홀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양 사장은 복권판매 수수료가 적은 데다가 변동이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과거 어려울 때 복지관, 지역아동센터 등으로부터 도움받은 만큼 본인이 형편이 좋아지면 어려운 이웃을 돕고 나누고 싶다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전통시장 인근에서 복권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양지민 사장.(사진=임태경 기자)


<다음은 양지민 사장과의 일문일답>

Q. 코로나19 당시와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A. 제가 (복권판매점을)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바로 코로나가 터져서 너무 힘들었어요. 진짜 이거 해야 되나 저거 해야 하나 갈등을 엄청 많이 했어요. (여전히 매출이 안 좋지만) 그래도 지금은 초창기보다 그나마 나아진 거죠. 

Q. 코로나19 때와 비교해 지금은 손님이 좀 늘었나요?
A. 코로나 때 대박집들은 더 잘 됐다고 하던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2등 당첨자가 나온 이후 조금씩 (매출이) 오르긴 해요. 줄어들지는 않아요. 그나마 1, 2등이 나와야 대박 로또방으로 소문이 퍼져 손님들이 찾아오죠.  위치가 좋아야 손님들이 더 많이 오는데 (가게) 위치가 (전통)시장 내에 있다 보니까 좀 어려워요. 좋은 위치는 권리금만 1억원 정도인데다, 월세 등 비싸니까 우리 같은 서민들은 엄두를 못 내죠.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전통시장 인근에서 복권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양지민 사장.(사진=임태경 기자)


Q. 정부가 소상공인들을 위해서 각종 정책과 자금 지원을 쏟아내고 있는데, 실제로 도움이 됐나요?
A. 저는 많이 체감하지를 못했어요. 로또방은 정부에서 하는 거긴 한데 로또 판매점이다 보니까 저는 크게 와닿는 부분이 별로 없었어요. 금액 지원을 받긴 받았지만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Q. 로또방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A. 저는 많이 바라는 것도 없고 수수료(인상)만 좀 어떻게 변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사실은 수수료가 너무 적은 데다가 (제가 듣기로는) 현재 수수료가 10년 전 수수료와 같다고 하더라고요. 혹은 20년 전 수수료라는 소리도 있고요. 가겟세는 2년, 3년 텀으로 계속 올라가는 상황인데 수수료가 올라가지 않고 있으니 잘 되는 대박집 외에는 우리 같은 평범한 소상공인한테는 (가게 유지가 어렵죠.) 제가 아프면 사람을 써야 되는데 인건비가 안 나오는 상황에서 사람을 쓸 수가 없어요. 대박집 외에는 혼자서 운영해야하고 시급으로 따지면 우리는 시급이 나오지도 않는 상황이에요. 저는 (형편이) 어려워서 이 (사업을) 시작했는데 수수료가 너무 적어서 계속 밥벌이 수준이에요. (예를 들어) 1만원어치 팔면 수수료가 550원이 남는데 이 중에서 50원은 세금으로 내야 되거든요. 그러면 1만원 팔아서 실제로는 500원이 남거든요. 마진이 5.5%인데 거기서 0.5%는 세금으로 내야 돼요. 이 라인에서 저희 가겟세가 제일 저렴하다고 하지만 가겟세가 무시 못하게 비싸거든요. 세금과 가겟세를 다 내면 인건비가 남아야 되는데 실제로 비 오고 눈 오는 날은 손님이 줄어서 인건비가 남지 않아요. 혼자 하려면 자리 비우기도 쉽지 않고 제가 아프면 가족이 도와주지 않는 이상은 사람 쓰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시급은 계속 올라가는데 사대보험도 해줘야 해서 사람을 쓸 수 없어요. 저와 같은 분들이 엄청 많아요. 시작한 지 3년 됐지만 시급으로 따지면 제가 일하는 시간에 비해서 아직도(소득이) 터무니없이 적어요. 저는 혼자 (운영) 하기 때문에 그나마 유지하는 거예요. 또 업무 강도가 심하지 않으니까 그걸 위안 삼고 하는 거고요. (정부에서) 새로운 로또방을 계속 모집을 하니까 이 (사업이)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제가 사업을 시작할때만해도 제가 마지막이라 그랬는데 계속 추가로 모집하더라고요. 모집하는 것은 좋은데 (모두) 다 벌어먹을 수 있어야 좋은데 폐업하는 사람들도 엄청 많다고 들었어요. (주변에서는) 같이 다른 것도 겸용하라고 권하는데 이 일이 금, 토(요일)만 반짝 잘 되는 거라서 다른 사람 쓰지 않는 이상 토요일에 다른 것을 같이 할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월, 화, 수, 목만 다른 거 하자니 시장이다 보니까 그것도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다 포기하고 이것만 지금 하고 있거든요. 물론 1, 2등 나온 집은 수수료가 많겠지만 저희 같은 사람들은 진짜 어려워서 시작을 했는데 해마다 계속할까 관둘까 고민을 많이 하는 상황이 돼가는 거예요.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전통시장 인근에서 복권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양지민 사장.(사진=임태경 기자)


Q. 요즘같이 경기가 어려울수록 일확천금을 꿈꾸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실제로 복권방의 경우 경기의 흐름을 많이 타나요?

A. 저는 사실 코로나 시대에 (사업) 시작을 해서 코로나 전과 후랑 비교할 게 없지만 (경기를) 아주 타는 건 없다고 봐요. 손님들이 와서 항상 얘기하기를 내년이 어렵고, 계속 어렵다는 소리를 저는 많이 듣고 있어요. 손님들이 주머니가 가벼우니까 일확천금을 위해 로또를 많이 살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물론 잘 되는 집은 막 줄 서서 (로또를) 사겠지만 저같이 어려운 집들은 이 집이 1등이 안 나왔네 하면서 안 사는 손님들도 많아요.

Q. 2등 당첨자가 나온 뒤에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은 있나요?
A. 2등은 사실 그렇게 손님이 많이 늘지는 않아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2등 돼서 살짝 (좋아진 건) 있는데 1등에 비하면 적죠. 1등은 크게 나오잖아요. 2등은 관심 있는 사람들만 보니까 2등 됐다고 찾아오거나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은 없었어요. 

Q. 복권방을 찾는 손님의 계층은?
A. 저희는 시장 근처라서 그런지 어르신들이 좀 더 많아요. 50대부터 60~70대 할아버지들이 주로 찾아요. 여자 손님보다 남자 손님이 더 많고요.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A. 제가 사실 어려울 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복지관, 지역아동센터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았고 애들이 다녔었고요. 이런 상황이어서 저도 (돈을) 좀 벌면 어려운 이웃도 돕고 나누고 싶은 생각이 굉장히 크거든요. 그래서 작은 바람이 있다면 (사업이) 좀 더 잘 돼서 폐업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이 일을) 계속하고 싶고, 받은 만큼은 좀 나누고 싶은 게 제 꿈이에요.

 

소상공인포커스 / 임태경 기자 allonbeb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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