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추격전 본격 개시 ‘비전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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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삼성전자) |
[소상공인포커스 = 정창규 기자]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약 20조 원)들여 미국에 건설할 제2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로 텍사스 주 테일러 시를 최종 선정했다.
신규 파운드리 공장은 오스틴 반도체 공장(제1공장)에서 40㎞ 떨어진 매우 인접한 곳에 위치해 있으며, 기존 오스틴 공장 대비 약 4배 넓어 향후 첨단 공정 시설을 추가하는 데도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테일러 시가 삼성전자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세제 혜택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삼성전자는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그렉 애벗(Greg Abbott) 텍사스 주지사, 존 코닌(John Cornyn) 상원의원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는 24일 "당사는 신규 파운드리 라인 투자와 관련해 미국 테일러시 등과 협의를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가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신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데는 테일러시의 파격적인 세제 혜택 인센티브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테일러시는 앞으로 10년간 재산세 92.5%, 이후 10년은 90%, 추가 10년은 85%를 보조금 환급 형태로 감면하기로 했다. 추가로 테일러시가 있는 윌리엄슨 카운티도 10년간 90%, 그 다음 10년 85% 세금 감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런 인센티브를 통해 삼성전자는 향후 20년간 10억달러(약 1조1900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20년간 9억달러(약 9000억원) 세금 감면을 제안한 오스틴과 비교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다.
◆ 삼성, 제2파운드리 공장 미 테일러시 확정
테일러시에 세워지는 신규 라인은 2022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 목표로 가동될 예정이다.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이다.
삼성전자는 "금번 투자를 통해 반도체 생산 역량을 확대해 첨단 및 핵심 시스템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2년 상반기 착공 후 2024년 하반기 양산 예정이며 건설·설비 등 투자 비용으로 총 170억 달러(약 20조원)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역대 해외 투자 중 최고 금액이다.
이날 삼성의 대규모 파운드리 투자가 확정되면서 업계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현재 7나노 이하의 초미세공정의 파운드리 양산이 가능한 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가 유일한 만큼 양사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점유율 55%로 1위, 삼성전자는 17%로 2위다.
앞서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 달성을 위해 투자 규모를 171조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초대형 투자·고용계획을 지난 2019년 발표한 이래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이번 미국 출장길에 신규 파운드리 투자도 확정 짓는다. 삼성전자가 올해 5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2공장 설립을 발표한지 6개월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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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주지사트위터) |
반면 TSMC도 이에 질세라 오는 2024년 생산을 목표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 신규 파운드리 팹을 건설 중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점유율 55%로 1위, 삼성전자는 17%로 2위를 차지했다.
◆ 대만 TSMC 애리조나 신규 팹 건설…“2024년 양산 목표”
신규 팹은 인공지능(AI) 등 차량용 고급 시스템반도체 생산을 전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생산 규모는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2만장가량으로 추산된다.
앞서 TSMC는 지난해 초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 새 파운드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피닉스시 당국은 지난 11월 TSMC의 피닉스 파운드리 공장 신설 프로젝트에 대한 재정적 인센티브와 정부 지원을 승인했다. 당시 TSMC는 피닉스시의 도로, 하수도 및 기타 인프라 개발을 위해 약 2억 달러(약 2217억원)를 제공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TSMC는 지난 4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는 설비 투자를 위해 올해 300억 달러(약 33조2610억원), 향후 3년간 총 1000억 달러(약 110조88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TSMC는 피닉스 공장 건설을 시작으로 최대 5개 공장을 추가 신설할 계획이다. 이는 최근 심화된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조 바이든 행정부의 강한 요청에 대한 응답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인 일정과 생산 규모 등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역시 5나노 생산 공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도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인텔은 미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등에 200억달러(약 24조원)을 들여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에 첨단 공정 시설을 가동하며 선두 추격의 고삐를 당길 예정이다. 테일러 공장은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고 있는 미국 인텔을 견제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삼성은 테일러 공장이 미국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진 기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이번 신규 라인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될 예정으로 5G,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AI, 5G, 메타버스 관련 반도체 분야를 선도하는 전 세계의 시스템 반도체 고객에게 첨단 미세 공정 서비스를 보다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기남 부회장은 "올해는 삼성전자 반도체가 미국에 진출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다. 이번 테일러시 신규 반도체 라인 투자 확정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신규 라인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 인재양성 등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형 투자 결정을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의 '뉴 삼성'을 향한 리더십은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 중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반도체와 세트 연구소인 DS부문 미주총괄(DSA·Device Solutions Americas)과 삼성 리서치 아메리카(SRA) 등의 연구원 등과 만난 자리에서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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