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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할 방침을 밝혔다. 일부 노선에서 두 회사가 보유한 우리나라 공항의 슬롯(항공기가 공항에서 해당 시간대 운항을 허가받은 권리) 중 독과점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슬롯을 반납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결합 승인인 셈이다. (사진=뉴시스) |
[소상공인포커스 = 조무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건 안건 상정’ 백브리핑을 통해 기업결합을 잠정 승인하는 대신 두 항공사의 '운수권과 슬롯 재조정' 조건으로 하는 결합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운수권은 다른 나라 공항에서 운항할 수 있는 권리이다. 슬롯은 항공사가 공항에서 특정 시간대 운항할 수 있도록 배정된 시간이다.
우선 공정위는 운수권을 회수한 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재분배해 노선 독점 문제를 일부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항공비자유화 노선'에서는 잔여 운수권이 없어, 신규 사업자가 운수권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운수권을 재배분하기로 했다.
항공비자유화 노선은 한국과 항공자유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노선으로 다수의 유럽 노선이나 중국 노선이 여기에 해당한다. 회수된 운수권은 국내 항공사에만 재배분된다.
공정위는 또 이들 회사가 갖고 있는 국내 공항의 슬롯도 일부 반납할 것을 요청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슬롯·운수권 이전 등 구조적 조치 원칙과 함께 구조적 조치 이행시까지 인상 제한, 공급축소 금지, 서비스 축소 금지 등 행태적 조치가 취해 질 것“이라며 ”구조적 조치가 효과적이지 않거나 불요한 일부노선은 예외적으로 행태적 조치만 부과하되,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상황 등을 반영해 조치변경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의 심사 보고서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발송할 계획이다. 이후 심사 결과에 대한 기업 측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9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전원회의를 열고 최종 결론을 내린다.
다만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으로 최종 결론을 내더라도 해외 경쟁당국에서의 승인조차도 받아야 한다.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영국, 싱가포르, 호주 등 7개국이 아직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쟁당국 간 조치가 다르게 나오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경쟁제한성 판단, 시정 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심사보고서를 송달 받으면 구체적인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당사의 의견을 정리해 공정위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LCC업계는 항공사 재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양사 자회사 LCC인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을 제외하고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이 수혜를 볼 수 있다. 이들은 항공사 재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LCC 관계자는 “인천~몽골 노선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독점 노선이었는데 재분배가 된다면 수혜를 볼 수 있다”면서도 “신생항공사는 거점공항을 최소 3년 이상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 있는데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운수권 배분도 공정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대의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에 대해 국적 항공사 경쟁력 저하, 고용 유지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너지 목적으로 M&A를 하는건데 이건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셈"이라며 "양사가 통합을 해도 국제적으로 보면 거대한 규모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장거리 노선을 반납하는 경우 국내 LCC는 대형 기종이 없어서 결국 외국 항공사들 배만 채우게 해주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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