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匠人 줌인] 떡집 40년 지킴이 김경숙 사장 “음식 문화 퓨전 추세지만 떡은 떡일 뿐 전통 방식 고수”

인터뷰 / 임태경 기자 / 2023-02-07 10: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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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오게 하려고 머리 아프게 계산 안 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과 사랑, 인정 나누는 게 중요”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자양전통시장에서 떡집을 40년째 운영 중인 김경숙 사장.(사진=임태경 기자)

 

“힘든 사람들의 마음에 할머니의 넉넉한 마음을 베풀면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여기서 버티고 있어요.”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자양전통시장 내 떡집을 찾았을 때는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였다. 김경숙(71) 사장은 홀로 가게를 지키고 있다가 낯선 이의 방문에도 푸근한 인사로 가족처럼 환대해 매우 인상적이었다. 코로나19 이후 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이곳만큼은 그 여파가 비껴가는지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저는 연중무휴로 일하면서 명절 때 고향 안 간 사람들을 위해서 100원짜리 떡도 팔았어요. 먹고살려고 노력하는 젊은이한테는 쌀값만 받고 그냥 줘요. 그리고 제가 가톨릭 신자니까 봉사하는 정신이 좀 있죠. 밥 먹고 사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요. 제가 (떡집 하면서) 오토바이를 40년 타다가 지금까지 교통사고 4번 겪었는데 손가락 하나 안 다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떡집을 운영한 지 40년 가까이 됐다는 그는 이 일을 하기 전에는 화장품 할인 코너를 4년간 했었다고 한다. 밑천이 많이 필요했었던 예전 일과는 다르게 투자 부담 없이 떡집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데, 대신 떡집 일은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떡은 큰 비전은 없지만 옛맛을 가르쳐주는 게 떡이에요. 저는 개량 한복도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한복은 한복이어야 해요. 떡은 떡이어야 한다는 고집이 있어요. 떡에다가 이것저것 넣어 피자 식으로 만드는 건 글쎄요.”

떡 고유의 맛이 중요하다며 한국 전통음식에 자부심을 드러낸 그는 퓨전 방식으로 유행하는 현주소와 관련해서 떡은 앞으로 추억 속의 음식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며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자양전통시장에서 떡집을 40년째 운영 중인 김경숙 사장.(사진=임태경 기자)

<다음은 김경숙 사장과의 일문일답>

Q. 떡집을 창업했던 당시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요.
A. 제가 젊었을 적에는 떡집이 민속적인 느낌이 물씬 나게끔 한복을 입고 장사했거든요. 그리고 제가 59살 때 얇게 쌀가루를 쪄서 샌드위치 만든 적 있는데, 떡 마패 있는 집은 우리 집뿐이에요. 그 당시에는 초창기였는데 제가 제 발전을 위해서 노력했다고 생각해요. 단골손님 많았었죠. 그런데 그분들은 다 돌아가시고 요양원에 가고 그렇죠. 


Q. 50대 때 개발했던 샌드위치를 그 당시에만 판매하셨나요?
A. 그 샌드위치를 우리도 (판매)하고 싶죠. 만약 여기가 강남역이고 식사를 안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을 판매하기에 적절해요.) 그런데 손이 많이 가는 데다가 여기서는 (장소 특성상) 전통떡, 제사떡, 인절미, 모둠 영양떡, 특히 모시떡이 잘 팔려요. 다른 집에서는 3개에 2000원인데 우리는 4개 줘요. 또 다른 집에서 2500원~3000원에 팔면 우린 옛날 가격 그대로 2000원에 팔아요. 그거 때문에 (손님이) 오는 거죠. 

Q. 오랜 세월 장사를 하다보면 많은 변화가 있었을 거 같은데요.
A. 요즘은 음식 문화가 퓨전 방식으로 돌아가는 추세인데, 떡은 물과 소금과 쌀 아니면 찹쌀 재료로만 맛을 내는 한국 음식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순수한 입맛을 가진 사람들은 떡을 좋아하지만, 이미 퓨전에 맛을 들인 사람들은 떡을 좋아하지 않아요. 세월이 흘러가면서 떡은 자꾸 희미해지는 기억처럼 추억 속의 음식이 되겠죠. 또 그러려니 해야겠죠.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자양전통시장에서 떡집을 40년째 운영 중인 김경숙 사장.(사진=임태경 기자)

Q. 정부가 소상공인들을 위해 지원해 준 정책과 지원이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셨나요?
A. 그럼요. 많이 도움 됐어요. 이 시장 같은 경우는 1500만원~2000만원 지원 행사가 있었어요. 3명~5명 정도를 뽑아서 정부에서 지원해 줘요. 그러면 제 돈을 1000만원 더해서 가게를 변화시켜야 해요. 그때 (저는) 보일러와 절구통도 받았어요. 우리 방앗간이 안쪽에 있는데 (가게랑) 너무 멀다고 주셨어요. 게다가 다즐(다 즐거운 가게)이라는 애칭으로 광고도 지원받았어요. 소문난떡집은 옛날부터 허가 낸 명칭이지만 다즐은 애칭이에요. 다른 사람은 다즐로 상호 못 써요. 그리고 금액도 지원받았고요. 40년 동안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횟수는 손으로 셀 수 없이 많아요. 저는 홀로 자녀 둘을 공부시킬 때도 융자받아서 시켰어요. 정부 지원 없었으면 인건비도 안 나와요.

Q.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A.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건 없어요. 제가 어려운 건 아니고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영업을 못하고 자살을 하고 그러잖아요. 그런 사람에 비하면 저야 살아봤자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런 자영업자를 위해서 대출 완화해 주고 기다려주고 열심히 살라는 (취지로) 정부에서 정책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중이 절이 싫으면 절을 떠나면 되고, 그만하고 싶으면 그만하면 되는 거예요. 그렇지만 저는 죽을 때까지 노동함으로써 돈을 벌기보다는 돈을 만지고 사람들과 소통을 하잖아요. 그러니 제가 뇌 활동을 잘할 것이고, 노동을 하니까 근육 발달이 될 것이고. (이제는) 돈을 벌어서 누구를 먹여 살릴 의무가 없으니, 아래층에 아들, 손자가 살고 위층에 제가 사는데 집에 들어가서 (아래층에) 과일이라도 걸어두고 노크하면, 훗날 우리 할머니가 우리를 그렇게 키우시고 사랑을 주셨다고 이거라도 기억해 주는 게 좋은 거죠.

Q. 고물가 시대에 다른 떡집보다 더 저렴하게 더 많이 서비스하면 이윤이 남나요?
A. 돈이 남아서 머물러 있는 게 아니고, 제 나이가 일흔 하나인데 집에 들어앉아 있으면 누가 날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몸이 아파요. 그리고 (이윤이) 안 남아도 1년에 2000만원 밑져도 소상공인에서 (정부가) 지원해 주잖아요.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데 그 돈을 저를 믿고 (정부가) 안 받는 돈이 아니고, 언젠가는 (원금에 이자까지) 받는다 그러잖아요? 제가 목숨 다하는 날까지 계속 일하면서 갚다가 나머지는 아들이 계산하겠죠. 그걸 떼먹으려는 마음은 없어요. 정부도 살아야 되니까. 그런데 지원해 주니까 사는 거죠. 

Q. 가게에 대해 소개한다면?
A. 다른 사람들은 한 주먹 줄 것을 저는 가슴에서 느끼는 대로 두 주먹 더 줘요. 사람들을 또 오게 하려고 머리 아프게 계산 안 해요. 떡을 팔 때 주고받는 소통 속에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과 사랑, 인정을 나누는 게 중요한 거죠. 그리고 떡을 만들 때는 정신 번쩍 차려서 예를 들어 설탕 몇, 소금 몇 올인해야 되고요. 떡은 말 없는 음식이에요. 떡은 떡이에요. 떡은 단순한 노동이에요. 

Q. 떡 말고도 팥죽, 찰밥도 판매하시던데요.
A. 그건 행사죠. 동지가 있으면 동지 전날 3일, 동지 끼워서 2일 이렇게 해서 5일 동안 행사예요. 우리 민족은 찹쌀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옛날에는 찰밥이 귀해서 멥쌀을 가지고 물 넣어서 찹쌀같이 떡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지금은 찹쌀이 흔하잖아요. 찰밥을 해서 무한정으로 막 줘요. 돈을 떠나서 한 가마, 두 가마 만들어요.

Q. 현재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A. 체력이 자꾸 딸리는 부분이죠. 제가 힘이 딸려서 소상공인협회에 가서 로봇도 하나 구입해 달라고 의논드리려고 할 계획이에요. 

 

Q. 자녀에게 가업으로 물려줄 생각이 있나요?
A. 며느리에게 떡에 대해 공부를 시켰어요. 여수가 고향인 며느리가 (떡에 대해) 솜씨가 탁월해요. 처음에는 가족 모두가 신나서 저를 도와줬는데 요즘은 명절 때만 도와줘요. 하루 2시간씩 도와줄 때도 있고요. 아들, 딸이 가업을 잇지 않아도 다른 일들을 잘하고 지낸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A. 신부님들이 3000원짜리로 운영하는 식당이 있어요. 그런 식당처럼 저는 언제든지 민들레국숫집처럼 민들레떡집을 차려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떡이라도 주는 일을 꿈꾸고 있어요. 
 

소상공인포커스 / 임태경 기자 allonbeb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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