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마지막 복직자 출근…100억원대 손배 안고 ‘미완의 복직’

기업포커스 / 강현정 기자 / 2020-05-04 10: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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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복직 투쟁 11년 만에 끝…과도한 손배 노동자 생존권 위협
국가와 회사가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 이자 합쳐 100억
인권위, “파업 당시 부당한 강제진압으로 인권 침해”

 

▲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공장 (사진=뉴시스)

 

[소상공인포커스 = 강현정 기자] 4일 쌍용자동차 마지막 복직자 35명이 경기 평택 쌍용차 공장으로 출근했다. 당초 47명이 출근하기로 돼 있었으나, 12명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직을 연말까지 연장했다.

 

해고된 지 10년 11개월만의 출근이다. 이들 중엔 정리해고 단행 후 77일간의 공장 점거 파업을 주도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김득중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등이 포함됐다.

 

오랫동안 기다린 복직이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았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상대로 국가와 회사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대법원에 계류돼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정리해고 반대 파업과 관련해 국가와 회사가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이 이자를 합쳐 100억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경찰은 2009년 쌍용차 옥쇄파업 진압과정에서 크레인·헬기가 파손되고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쌍용차지부 등 노동자를 상대로 16억8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사측도 파업기간 동안 재산상 손실을 입었다는 이유로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100억원의 손배 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 1심 재판부는 경찰에 14억1천만원을, 사측에 33억1천14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도 경찰과 사측 손을 들어줬다. 노동자들이 부담해야 할 배상금액은 지연이자까지 더해 현재 1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인권위, “노동자 생존권 위협하는 과도한 소송, 정당성 결여”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018년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 철회를 권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임금·퇴직금·부동산 가압류만 취소했을 뿐 소송은 취하하지 않았다. 지부에 따르면 사측도 2018년 노노사정(쌍용차·쌍용차노조·금속노조 쌍용차지부·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사회적 대타협 당시 ‘정부가 취하하면 사측도 취하하겠다’는 내용을 구두로 합의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경찰이 쌍용차 노동조합 등에 제기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두고 노동3권이 위축되지 않도록 심리·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대법원에 냈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 당시 경찰이 진압과정에서 위법하고 부당한 강제진압으로 인권을 침해하고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이 있는데도 노동자 생존권을 위협하는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은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쟁의행위에 대한 거액의 민사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노동자 가족·공동체의 붕괴, 노조의 와해·축소, 노사 갈등 심화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노동3권 보장의 후퇴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쌍용차 사태는 ‘해고는 살인’이라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쌍용차 정리해고 후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병사한 노동자와 가족은 지금까지 확인된 사람만 30명이다.

 

2015년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의 ‘쌍용차 해고노동자 건강연구’에 따르면 2009년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208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5명(50.5%)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고 있다.

 

정리해고 9년이 지난 후 김 교수팀이 2018년 발표한 쌍용차 해고자 배우자 실태조사에서는 조사에 응한 해고자의 배우자(28명) 가운데 절반 수준인 12명(48%)이 ‘지난 1년간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대다수(82.6%ㆍ 19명)는 우울증상을 느끼고 있었다.

 

한편, 쌍용차 사태는 2009년 4월 전체 임직원의 36%인 2600 명이 정리해고되자 노조원들이 반발해 5월 21일 옥쇄 파업에 돌입하면서 촉발됐다.

 

77일간 이어진 파업 과정에서 한상균 당시 쌍용차지부장 등 64명이 구속됐고, 1700여명이 명예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조합원 970여명은 옥쇄 파업을 끝까지 버텼지만, 무급휴직(454명)이나 명예퇴직을 택해야 했고, 165명은 끝까지 선택하지 않아 결국 해고자 신세가 됐다.

 

쌍용차는 경영상태가 호전된 2013년 가장 먼저 무급휴직자 454명을 전원 복직시켰고, 이후 순차적으로 해고자와 희망 퇴직자 등을 2016년 40명, 2017년 62명, 2018년 87명 복직시킨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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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정 기자

강현정 / 산업1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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