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망경] 대우건설 품은 중흥건설 ‘건설 3위’ 껑충…‘제2의 창업’ 성공하려면

기업포커스 / 조무정 기자 / 2021-12-10 10: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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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문제·임직원 반발 남은 과제
▲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왼쪽)과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오른쪽)가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상공인포커스 = 조무정 기자]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거머쥐면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어 국내 3대 건설사로 도약했다.

재계순위 역시 지난 5월 기준 자산총액 9조2070억원으로 재계 47위지만, 자산총액 9조8470억원의 대우건설(재계순위 42위)과 통합이 마무리되면 자산총액 17조540억원으로 재계 순위 20위로 뛰게 된다.

10일 건설업계에 중흥그룹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50.75%)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5개월 만인 이날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대우건설 경영권 인수 실무작업을 모두 마무리했다. 거래종결일은 내년 2월 15일로 예정됐다.

중흥그룹은 이달 중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하고, 새로운 대우건설을 만들기 위한 후속 작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SPA 체결식에서 “해외 역량이 뛰어난 대우건설 인수는 중흥그룹 ‘제2의 창업’과도 같다”며 “어떠한 외적 환경의 변화나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초일류 건설그룹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비유가 나올 정도로 향후 통합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과거 금호아시아나, 호반건설의 사례에서 보듯 체급 차이가 나는데다가 대우건설의 정통성·상징성이 강한 만큼 중흥건설 역시 대형 건설사를 인수해 성공적으로 경영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려도 남아 있다.

◆ ‘자수성가형’ 오너…재계 순위 껑충 ‘몸집 불리기’ 편법 승계 의혹

 

정창선 회장은 19세에 현장직인 목수로 처음 건설업에 발을 들이면서 맨손으로 시작해 중흥건설을 일으킨 입지적인 인물로 현재 재계에 몇 남지 않은 ‘자수성가형’ 오너로 분류된다.

40대인 지난 1983년 지인들과 함께 중흥건설의 모태가 된 금남주택을 창업했고, 지역 건설사 중흥건설이 폭발적 성장을 이룬 계기는 세종시 공공택지 개발 사업이었다. 

 

▲ 중흥그룹 사옥. (사진=중흥그룹 제공)

 

중흥건설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세종시에 공급한 아파트는 12개 단지, 1만3000가구에 이른다. 이를 통해 2011년 2103억원이던 매출이 3년 만에 6372억원(2014년)으로 3배가량으로 뛰었다. 중흥건설은 이후 다른 공공택지 개발 사업에도 적극 참여해 큰 수익을 거뒀다.

 

대규모 공공택지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편법 논란도 불거졌다. 페이퍼컴퍼니 계열사를 대거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시켜 당첨 확률을 높이는 이른바 '벌떼 입찰' 방식을 쓰면서다.


'벌떼 입찰'이 문제가 되면서 국토교통부와 LH는 공공택지 입찰 신청자격과 전매 규정을 뒤늦게 강화하기도 했다.

복잡한 지배구조와 높은 내부거래 비중으로 공정위의 주시 대상이 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정창선 회장과 장남 정원주 사장이 11개 계열사에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공정위 조사에서 가장 많은 계열사에 미등기 임원으로 등록한 총수로 기록됐다.

 

◆ 자금문제·임직원 반발 남은 과제

 

중흥건설은 대우건설과의 통합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자금문제 이어 대우건설 임직원의 반발도 그중 하나다.

 

앞서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금호산업은 인수 3년만에 산업은행에 재매각한 과거가 있다. 당시 인수합병이 실패한 주된 이유는 금호산업이 인수에 투입한 돈 10조원 중 4조원 가량을 외부에서 차입하면서 빚더미에 앉았다.

 

▲ 서울 중구 대우건설 본사 모습.(뉴시스)

 

이 과정에서 지분 100%를 대우건설이 소유했던 서울스퀘어빌딩(구 대우센터빌딩)도 1조원에 매각했다. 이어 대우건설이 갖고있는 빌딩은 물론 알짜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하면서 기업가치도 폭락했다.

 

대우건설 노조 측은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경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특정 본부의 분리 및 해체 등 조직개편 가능성과 처우·복리후생 악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에 중흥건설 측은 독립경영에 대해 약속하며 특정 본부 분리 및 해체 등 조직개편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계약직원을 포함한 전직원 처우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중흥그룹은 재무적 투자자(FI) 없이 인수에 나섰지만 자금 조달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흥그룹은 보수적인 자금운용으로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인수대금은 정밀실사를 거쳐 2조~2조1000억원 사이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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