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기술 실사 ①] 기술은 왜 시장에서 선택받는가

소상공인 심층/기획 / 서영현 기자 / 2026-07-13 10: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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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척추 의료기기 기술을 통해 본 기술의 본질
▲ 새로운 기술은 연구실에서 시작되지만, 시장과 산업이 인정하는 기술은 다르다. 특허와 논문은 출발점일 뿐이며, 기술의 경쟁력은 기존 기술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개선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사진=챗GPT)

 

 

대한민국에서는 매년 수많은 기술이 연구실에서 탄생한다. 새로운 논문이 발표되고 특허가 등록되며, 대학과 연구기관은 기술사업화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자본시장과 산업계의 평가는 연구실과는 다르다. 새로운 기술이라는 사실만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증명되지는 않는다.


기술의 가치는 특허의 숫자가 아니라 기존 기술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가에서 결정된다. 다시 말해 기술은 연구성과가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는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한다. 특정 기업이나 대학을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먼저 기술의 원리와 개발 배경을 분석하고, 이후 기술의 경쟁력과 산업적 가치, 그리고 자본시장 관점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단계적으로 검증하려는 시도다.


첫 번째 분석 대상은 경북대학교에서 사업화가 추진된 척추 의료기기 기술이다. 공개자료에 따르면 이 기술은 척추 신경외과 수술에서 사용되는 나사못과 골 앵커(Bone Anchor) 삽입 시스템의 사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경북대학교 의학과 김경태 교수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창업한 서지오젠을 통해 상용화가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기사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좋은 기술인가”가 아니다. “왜 이 기술이 개발됐는가.”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기존 기술의 한계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기술을 평가하려면 먼저 기존 치료기술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었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 이후에야 새로운 기술이 제시하는 해결 방식과 공학적 의미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소상공인포커스는 이번 시리즈에서 기술을 홍보하거나 성공을 예단하지 않는다. 공개된 특허와 연구자료, 기술설명 자료를 바탕으로 기술의 원리와 구조를 분석하고, 실험과 검증자료가 확인되는 범위 안에서 기술적 의미를 평가할 것이다. 이후 시장성과 사업화, 투자 가능성은 기술 분석이 끝난 뒤 차례로 다룰 예정이다.


기술은 연구실에서 탄생한다. 그러나 기술의 가치는 시장이 아니라 먼저 과학적 검증을 통과할 때 비로소 논의될 수 있다. 그 검증의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 이번 스페셜 리포트의 출발점이다

좋은 기술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기존 기술의 한계를 해결하는 기술이다
- 척추 고정술은 왜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는가

의료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치료법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기존 치료법이 가진 한계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가깝다. 척추 수술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척추경 나사못(Pedicle Screw)을 이용한 고정술은 척추 변형과 퇴행성 질환, 외상성 골절 치료의 표준 술식으로 자리 잡아 왔다. 현재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치료법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표준 치료법이라는 사실이 완전한 기술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임상 현장에서는 골다공증 환자, 고령 환자, 재수술 환자에서 나사못의 고정력 저하와 풀림(screw loosening) 문제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뼈의 강도가 충분하지 않으면 임플란트가 초기 고정력을 유지하기 어렵고, 미세한 움직임이 반복되면서 유합 실패나 재수술 위험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척추외과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연구가 이어지는 대표적인 과제다.


이 때문에 최근의 연구는 단순히 금속 재질을 바꾸거나 나사의 크기를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뼈와 임플란트가 결합하는 방식 자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술의 경쟁력은 새로운 장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구조가 가진 공학적 한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경북대학교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사업화가 추진 중인 서지오젠의 기술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공개자료에 따르면 이 기술은 척추 신경외과 수술에서 사용하는 골 앵커와 앵커 삽입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며, 척추경 나사못의 고정 안정성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혁신’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어떤 임상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됐는가이다.


기술평가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기술이 기존 치료법의 구조적 한계를 얼마나 정확하게 분석했는지, 그리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공학적 접근을 선택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특허는 기술의 권리를 보호하지만, 기술의 가치는 결국 공학적 타당성과 객관적 검증을 통해 평가된다.

서지오젠은 무엇을 해결하려 하는가
- 골 앵커 시스템의 공학적 접근

기존 척추 고정술의 가장 큰 과제는 임플란트의 강도가 아니라 뼈와 임플란트가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있다. 아무리 강도가 높은 금속을 사용하더라도 골조직과의 결합이 불안정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미세한 움직임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결국 고정력 저하와 재수술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최근 척추 임플란트 기술은 소재 경쟁보다 고정 메커니즘의 개선에 연구가 집중되는 추세다.


공개된 특허자료를 보면 서지오젠이 사업화를 추진하는 기술 역시 이러한 접근과 맥을 같이한다. 핵심은 단순한 나사못이 아니라 골 앵커(Bone Anchor)와 이를 정확하게 삽입하기 위한 앵커 시스템이다. 특허에는 와이어 가이드와 결합 모듈을 이용해 목표 위치까지 안정적으로 접근하고, 앵커를 원하는 위치에 고정하기 위한 구조가 제시돼 있다. 이는 기존 삽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치 오차와 고정 안정성 문제를 개선하려는 설계로 해석할 수 있다.


▶ 공학적으로 보면 이 기술은 세 가지 요소에 주목한다.
첫째, 삽입 경로의 안정성이다. 척추 수술은 수 밀리미터의 오차도 신경 손상이나 고정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목표 위치까지 일정한 경로를 유지하는 설계는 수술의 재현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둘째, 고정 메커니즘의 개선이다. 특허에는 압축 구조와 이탈 방지를 위한 설계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단순히 임플란트를 삽입하는 것이 아니라, 삽입 이후에도 골조직과의 결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목적을 가진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이러한 구조가 실제 임상에서 어느 정도의 고정력 향상으로 이어지는지는 별도의 생체역학 시험과 임상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셋째, 재수술 환경에 대한 적용 가능성이다. 공개자료에서는 골다공증 환자나 재수술이 필요한 척추 분야를 주요 적용 대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환자군은 일반적인 척추 고정술보다 고정력 확보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술이 목표로 하는 임상적 문제는 비교적 명확하다. 그러나 실제 임상적 우수성은 향후 인허가 자료와 임상 결과를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특허가 곧 기술의 우수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특허는 새로운 기술적 아이디어와 권리 범위를 보호하는 제도이며, 기술의 경쟁력은 실험 결과, 반복 재현성, 생체역학적 검증, 임상 성과를 함께 검토해야 비로소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서지오젠 기술에 대한 현재의 평가는 하나의 결론이 아니라 검증의 출발점이다. 공개 특허는 기존 척추 고정술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공학적 접근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접근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현되는지는 앞으로 확보될 실험 데이터와 임상 근거를 통해 계속 확인해야 한다.

특허는 기술을 보호하지만, 경쟁력까지 증명하지는 않는다
- 서지오젠 특허의 기술적 진보성을 해부하다

기술을 평가할 때 가장 흔히 발생하는 오해는 특허를 기술력의 증거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특허의 본질은 새로운 기술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이지, 기술의 우수성을 인증하는 제도가 아니다. 특허를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임상적 우수성이나 산업적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술 실사의 첫 번째 작업은 특허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특허가 기존 기술과 비교해 어떤 기술적 진보성(Novelty)과 진보성(Inventive Step)을 주장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공개된 특허를 보면 서지오젠 기술의 핵심은 골 앵커 자체보다 이를 삽입하고 고정하는 시스템의 설계에 있다. 특허에는 와이어 가이드와 복수의 결합 모듈을 이용해 목표 위치까지 안정적으로 접근하고, 앵커를 일정한 방향과 위치에 삽입하기 위한 구조가 제시돼 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부품을 추가한 것이 아니라 수술 과정의 정밀성과 재현성을 높이려는 공학적 접근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술의 ‘형태’가 아니라 메커니즘이다. 기존 척추 고정술은 수술자의 숙련도와 환자의 골질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 공개 특허는 이러한 변수를 줄이기 위해 삽입 경로와 고정 과정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설계 개념을 제시한다. 만약 이러한 구조가 생체역학 시험과 임상에서 재현성을 입증한다면, 기술적 의미는 단순한 기구 개발을 넘어 수술 프로세스의 표준화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점이 있다. 설계 개념이 우수하다는 것과 실제 임상 성과가 우수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허 명세서는 기술의 가능성을 설명하지만, 반복 하중 시험(Fatigue Test), 생체역학 시험(Biomechanical Test), 동물실험, 임상시험은 그 가능성을 검증하는 과정이다. 현재 공개자료만으로는 이러한 검증 결과를 모두 확인할 수 없으므로, 기술의 임상적 우수성을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현 단계에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서지오젠 기술은 기존 척추 고정술에서 제기된 고정 안정성과 삽입 정밀성 문제를 새로운 구조적 접근으로 해결하려는 기술적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시도가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지는지는 앞으로 공개될 시험 데이터와 인허가, 임상 적용 결과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기술 실사는 결론을 서두르지 않는다. 좋은 기술은 기대가 아니라 데이터로 증명된다. 특허는 그 출발점일 뿐이며, 기술의 가치는 객관적인 검증이 축적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좋은 기술은 산업의 표준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 서지오젠 기술의 산업적 가치와 한계

의료기기 산업에서 기술의 가치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있지 않다. 진정한 경쟁력은 기존 치료체계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기술평가는 제품 자체보다 기술이 의료 시스템에 가져올 변화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


공개자료를 종합하면 서지오젠이 개발을 추진하는 골 앵커 및 삽입 시스템은 척추 고정술 과정에서 요구되는 삽입 정확성과 고정 안정성 향상을 목표로 한다. 이는 기존 치료법을 대체하는 개념이라기보다, 현재 사용되는 척추 고정술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적 접근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현재 공개된 특허와 기업 자료만으로는 기존 제품 대비 임상적 우월성을 단정할 수 없지만, 기술이 해결하려는 임상적 과제는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다.


산업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접근은 의미가 있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기존 치료법을 완전히 바꾸는 혁신(Breakthrough Innovation)보다, 기존 치료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점진적 혁신(Incremental Innovation)**을 통해 성장하는 사례가 더 많다.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수술 시간을 단축하거나, 시술의 재현성을 높이거나,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개선형 기술도 충분한 산업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산업적 가치와 기술적 우수성은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기술이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설계 개념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복적인 생체역학 시험, 임상 데이터, 인허가 과정, 의료진의 사용 경험을 통해 기술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축적되어야 한다. 의료기기 산업은 새로운 기술을 가장 보수적으로 검증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이며, 기술의 채택은 연구실이 아니라 임상 현장에서 결정된다.


서지오젠 기술 역시 같은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현재 확인되는 것은 기존 척추 고정술의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려는 공학적 접근이며,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은 그 접근이 실제 임상에서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이는가이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평가는 ‘혁신기술’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임상적 문제 해결 가능성을 제시한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번 기술 실사를 통해 확인한 사실은 분명하다. 기술의 가치는 특허 보유 여부가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객관적 근거를 얼마나 축적했는가에 달려 있다. 앞으로 이어질 분석에서는 공개되는 시험 결과와 인허가 자료, 임상 적용 사례를 바탕으로 이 기술이 산업적 가능성을 실제 경쟁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계속 검증할 예정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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