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주민들 상대하다 보니 음식 저렴하게 맛있게 푸짐하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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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을 요리업계에서 일해온 이운행 사장.(사진=임태경 기자) |
“미식가를 상대하는 게 아닌 이상 음식은 맛있게, 저렴하게, 푸짐하게 제공해야 손님들이 좋아하세요. 제가 한평생 요리하면서 느낀 점입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미가로 먹자골목에 위치한 요리주점 ‘좋은사람들’을 찾았을 때는 늦은 오후였다.
7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운행(57) 사장은 오픈 시간을 앞두고도 여유를 잃지 않고 커피를 대접하는 등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였다.
테이블뿐만 아니라 주방의 온갖 집기류 등이 깔끔하게 정리정돈 돼 있어 이운행 사장의 꼼꼼한 손길이 곳곳에 느껴졌다. 그래서 일까. 손님들의 손길에 닳은 테이블과 의자가 오히려 정감 있게 다가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했던 당시 이운행 사장은 서울로 상경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오직 요리뿐이었다며 한평생을 요리업계에 몸 담으면서 다른 분야로 이직하기보다는 이 일에서 만족을 찾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진짜 어려운 게 자영업이라면서, 돈이 많으면 많아서 걱정이고, 없으면 없어서 걱정이라면서 솔직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시작한다면 장기적으로 할 각오를 다졌으면 좋겠다며, 소규모로 시작한다면 성실한 직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또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업종으로 선택하는 게 제일 편하다고 덧붙였다.
치킨과 주류를 판매하는 이운행 사장은 코로나19 당시 영업시간제한으로 타격이 컸지만, 10년째 함께 한 직원과 어려움을 같이 극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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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을 요리업계에서 일해온 이운행 사장.(사진=임태경 기자) |
<다음은 이운행 사장과의 일문일답>
Q. 자영업을 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A. 2004년도에 오픈했으니까 지금이 19년째죠.
Q. 가계를 운영하면서 세운 소신과 철칙이 있다면?
A. 별거 없고요. 내 음식을 저렴하게 해 주고, 맛있게 해 주고, 푸짐하게 해 주면 손님들이 좋아하더라고요. 20년 동안 제가 느낀 게 그거예요. 왜냐하면 저는 그렇게 고급스러운 미식가들을 상대하는 게 아니고 동네 주민들을 상대하다 보니까. 그리고 제가 조금 더 (음식을) 줬다고 해서 원가가 많이 소비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렇게 그냥 쭉 해왔어요. 제가 40년 가까이 요리를 했던 사람이니까 일반적인 사람들이 하는 요리보다 맛이 훨씬 낫겠죠. 그런 것은 나의 스토리라고 생각을 해요.
Q. 가게를 운영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A. 제가 원래 요리사예요. 저는 88 서울 올림픽 때 세대거든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부터 일반적인 요리업을 했는데요. (그 당시에) 서울에 올라와서 할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었거든요. 그때 시절에는 식당에 들어가서 일하면 밥 잘 주고 재워줘서 이 일을 한 거예요. (그 후에) 올림픽 당시에는 호텔이 생기던 상황이었고, 자격증만 있으면 (누구나) 다 호텔에 들어갈 수 있어서 일자리 걱정은 안 했었거든요. 말이 셰프고 그냥 호텔에서 일을 했다는 거죠. 그때만 해도 르네상스이니 리버사이드니 이런 데는 조리사 자격증만 있으면 무조건 데려갔죠. 88 올림픽 지나고 나서 90년대 초부터는 외국에서 요리학과를 전공한 사람들이 (국내 호텔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호텔 요리학과, 조리학과가 생겼거든요. 그런 젊은이들이 들어오다 보니까 (기존에 일했던) 우리들이 갈 데가 없는 거예요. 우리 같은 경우는 국내에서 고등학교까지만 졸업한 사람들이거든요. 호텔에서는 봉급도 얼마 안 주고, 외곽으로 나가는 파트타임만 주는 거예요. 제가 35살 되던 IMF 무렵에는 어쩔 수 없이 (호텔에서) 다 밀려 나왔죠. 이 후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지금까지 배운 게 요리라서 요리나 (계속) 하자 결심하고 식당을 차렸어요.
Q. 어떤 업종의 식당이었나요?
A. 그때는 돈가스를 팔았어요. 약간 저렴한 기사 식당 비슷한 레스토랑을 차렸거든요. 그런데 그것도 생각보다 힘들어서 밤에 좀 일을 하더라도 호프집을 해보자 (생각)해서 시작한 게 (현재) 이거예요.
Q. 현재 일을 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시기가 언제였나요?
A. 손님들은 좋은 점이 뭐냐면 스토리가 있어요. (예전부터) 이 동네 대학생들이 우리 술집을 종종 찾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 당시) 젊은 손님들이 지금은 40대가 다 됐어요. 그 사람들이 장가간 후에도 구의동에 부모님이 아직 계시니까 (본가를 방문하게 되면) 친구들과 함께 다시 찾아와요. 그러니까 아무리 유명한 집이 옆에 (새로) 생겼다고 해도 하루, 이틀 정도는 타격받을 수 있는데, 스토리가 있는 가게는 단골들이 그만큼 확보가 돼 있어서 안정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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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을 요리업계에서 일해온 이운행 사장은 저렴하게, 맛있게, 푸짐하게 한다는 철칙하에 손님들에게 음식을 내놓는다..(사진=임태경 기자) |
Q. 자영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A. 제가 예전 가게를 13년~14년 정도 (운영)했었는데 어느 날 건물 주인이 바뀐 거예요. 그러더니 임대료를 20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2배로 올려달라는 거예요. 물론 건물 자체 가격이 그전에 있던 사람은 예를 들어서 20억 원에 샀는데 지금 산 사람은 40억에 샀으니까 40억에 대한 이자를 따져보면 그만큼 받는 게 틀린 얘기는 아니니까 이해는 하는데 저는 아무래도 힘들죠. 어느 정도 적당한 선에서 조금씩 올려주면 좋겠는데 그 건물주와 좀 시름하다가 결국 쫓겨났어요. 그래서 (현재 이곳으로) 옮겼어요. 임대료를 올리면 제일 힘들어요. 우리 자영업자들은 내가 여기에다가 시설을 잘하고 진짜 뼈를 묻고 싶어도 그게 안 되는 거예요. 제가 장사해 보면서 그게 가장 힘들더라고요. 단기적으로 3~4년 하는 사람들이야 그걸 못 느끼겠죠.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제 주변의 자영업자들이 직원들에게 휴게 시간을 주는 걸 엄청 힘들어해요. 제가 65년생이지만 예전에 우리 세대는 솔직히 12시간 근무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어요. 호텔, 일반업소, 음식점 등 모든 곳에서 12시간 일하는 것은 당연했던 건데, 지금은 일할 사람들이 부족하다 보니까 가게 일을 하면서 휴게 시간을 주는 게 쉽지는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차라리 직원에게 중간에 쉬지 말고) 7~8시간만 일하고 가라고 해요. 마지막으로 전용 주차 공간이 없어서 힘들어요. 1층에 자기 가게 앞에는 자기 주차장이라고 하거든요. 제가 2층과 3층을 운영하는데 단체 손님들 모임이 좀 있다 보니까 (주차 가능한) 기회를 좀 줬으면 좋겠어요. 저도 한두 대 정도는 댈 수 있는 제 주차장이 있으면 조금 더 나을 텐데 그러지를 못하다 보니까 힘들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까이에 있는 구청이나 관공서 이런 데에 (차를) 대려고 하긴 하는데 녹록지 않죠.
Q.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A. 저도 20년 넘게 해 왔지만 진짜 어려운 게 자영업이에요. 돈이 많으면 많아서 걱정, 없으면 없어서 걱정이거든요. 저는 (그분들이 창업) 안 했으면 좋겠는데 (굳이) 하고 싶다면 장기적으로 해라 그거밖에 없어요. (자영업을) 아주 오래 하면 한꺼번에 손님이 확 늘어나는 건 없어요. 손님은 꾸준히 올라가거든요. 월 매출로 따져봤을 때 이 달에는 3000만 원을 팔았는데 다음 달은 4000만 원 팔고 5000만 원 파는 그런 것도 없고요.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편이고 떨어질 때도 조금씩 조금씩 떨어지거든요. 오픈한 집들 중에 가끔 한꺼번에 확 오르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오래된 집들은 거의 비슷비슷해요. 그리고 업종은 자기가 잘 아는 업종을 선택하는 게 더 낫겠죠. 자기가 가장 많이 다녀보고 먹어보고 그런 부분들이 있잖아요. 자기가 가장 잘하는 분야를 (창업) 하는 게 제일 편하죠. 더불어 성실하게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게 제일 중요해요. 대규모 사업장들이야 상관없는데 소규모 사업장들은 (같이) 일해봐야 2명~3명 정도 될 텐데 마음 맞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거든요. 우리 가게 같은 경우는 둘이 하는데 한 명이 안 나오면 가게 영업을 못 해요. 한 사람이 쉬면 가게를 문 닫아야 하거든요. 이게 제일 힘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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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행 사장이 7년째 운영 중인 유리주점.(사진=임태경 기자) |
Q. 직원을 채용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게 있다면요?
A. 저 같은 경우는 (처음에) 가족끼리 하다가 (지금은) 같이 운동했던 사람들 중에서 같이 일 할 만한 성실한 사람을 찾았죠. 우리도 구인광고 내서 직원을 쉽게 구할 수는 있지만, 그 사람들은 성격을 파악하기가 좀 힘들거든요. 또 나이 드신 분들 중에는 내 직장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가끔 있는 반면에 젊은 분들은 대체적으로 이게 내 직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가족이나 친인척을 많이 찾게 돼요. 그리고 보편적으로 소규모 사업장 중에서 낮에 일하는 식당 같은 경우는 (직원이 펑크내면) 파출부라도 급하게 부를 수는 있어요. 그런데 우리처럼 밤에 일하는 가게는 그게 안 돼요. 가까운 지인들이 있으면 불러오면 좋은데, 그 사람도 밤에는 자야 되잖아요.
Q. 코로나19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는데, 코로나19 당시와 지금 상황을 비교한다면?
A. 코로나 당시에 영업시간제한이 큰 타격이었어요. 우리 가게는 소규모 업소이다 보니까 (하루에) 14시간~15시간 영업을 하거든요. (가게를 오후) 4시에 오픈하면 오전 7시까지 주로 해요. 직원은 8시간 근무하고 나머지 시간을 저 혼자서 주방과 홀을 관리해요. 체인 업소의 경우는 1만 8000원~2만 원 받아서 그나마 좀 단가들이 센데, 우리는 치킨 단가 자체가 약하다 보니까 영업시간 길게 잡아서 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게 제가 20년 동안 해왔던 방법 중에 하나예요. 그리고 요즘 치킨집들이 워낙 경쟁률이 심해서 마진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에요. 그나마 시간제한 풀리고 나서부터는 많이 나아졌어요.
Q. 물가가 많이 오른 만큼 재료비 등을 포함해서 지출 부담이 더 늘지 않았나요?
A. 품목마다 원재료 값이 비싼 철이 있어요. 한두 달만 넘기면 되는 걸 가지고 1년 내내 가격을 생각할 필요는 없잖아요? 오래 하다 보면 그런 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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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을 요리업계에서 일해온 이운행 사장은 저렴하게, 맛있게, 푸짐하게 한다는 철칙하에 손님들에게 음식을 내놓는다..(사진=임태경 기자) |
Q. 영업시간제한이 있었을 당시에 인건비 부담이 굉장히 컸을 거 같아요?
A. 그렇죠. 우리 직원은 10년 가까이 함께 일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코로나라고 해서 봉급을 안 줄 수는 없는 거잖아요. 줄이기도 난감하고요. 왜냐하면 그 사람이 생활하는 패턴이 그 돈이 있어야 한 달을 사는 거니까요. 저는 그런 부분에서는 확실하게 해 줬어요. 봉급은 줄 건 다 주고 영업을 못 하는 부분은 어쨌든 제 손해지만 감수했죠.
Q. 해마다 최저임금도 오르는 방향이니까 인건비 부담도 크겠군요?
A. 사실 인건비도 지금 올려줘야 되는데 그 부분은 코로나 때문에 2년 동안 제가 직원에게 다 줬지 않냐 하면서 조금 봐달라고 했어요.
Q. 어떻게 코로나19 시국을 견뎠나요?
A. 그때는 우리 (가게가) 영업 3시간~4시간 정도밖에 못 했으니까요. 장사해서 이득 본 건 없고요.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대출금으로 버텼어요.
Q. 코로나19 이전과 지금을 비교한다면?
A. 코로나 이전에는 야간에, 새벽에 하는 (주류 판매) 업소가 되게 많았어요. 새벽에 아침 7시~8시까지 했던 업소들이 저 말고도 몇 군데가 더 있었는데요. (지금은) 영업시간 제한이 풀렸지만 새벽에 하는 업소들이 많이 줄었어요. 그 사이에 인건비를 감당 못 하고 폐업하는 가게도 많이 있었고요. (현재는) 새벽 3시~4시까지만 하는 가게들이 많이 생기다 보니까 우리 가게는 아침 7시까지 끝까지 버티고 있어서 손님이 새벽 시간에 더 많이 늘어났죠.
Q. 정부가 소상공인을 위해서 각종 정책과 자금 지원을 쏟아내고 있는데 실제로 도움이 좀 됐나요?
A. 코로나 때는 큰 도움은 안 됐지만 그래도 임대료 부분 정도는 가끔 한 번씩 정부 지원을 받잖아요. 그런 걸로 조금 버텨냈고 나머지 봉급 부분이나 생활비 등은 대출금으로 충당을 했어요. 하여튼 제가 2년 동안 1억 대출받아서 그때 되게 힘들었어요.
Q.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글쎄요. 저야 모든 걸 만족하고 사는 사람이라서 (정부에 바라는 건) 딱히 없어요. 주변에 아직도 힘든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이런 분들에게는) 정부에서 지원금을 조금 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동네에서 가장 큰 문제는 주차 부분이죠. 주차 부분만 해결되면 저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다 좋겠죠.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A. 나이 60 다 돼가는데 무슨 계획이 있겠어요. (제가 아들 둘 있는데요.) 제가 이거 한 5년~6년 더 하다가 우리 아들들이 (뒤이어서) 했으면 좋겠는데, 아들들이 요리에 별로 관심을 안 갖더라고요. 물려줄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죠.
소상공인포커스 / 임태경 기자 allonbeb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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