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노키즈존? 케어키즈존입니다!”

지역/소상공인 / 김영란 기자 / 2022-10-07 11: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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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를 위한 배려와 존중의 태도 지녀야

#1.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자영업자인 A씨는 최근 매장을 ‘노키즈존’으로 바꿔야하나 고민 중이다. 치킨집이라는 생각에 술자리에도 어린아이들을 대동한 어른들이 늘면서 이와 관련된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홀을 종횡무진하며 장난을 치던 아이로 인해 테이블 손님끼리 싸움이 나 경찰이 출동하는 등 진땀을 뺐다. A씨는 자신들의 무르익은 술자리 분위기로 인해 아이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부모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동네장사의 특성상 말을 아껴야 했다.

#2. 분위기 있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요즘 아이를 대동하고 오는 손님을 보면 머리부터 아파온다. 식사 중인 옆 테이블을 아랑곳하지 않고 테이블 위에서 아이 기저귀를 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가게만의 특수 레시피로 만든 음식이 아이 입맛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클레임을 받는 등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손님에게 정중히 양해도 구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원망과 항의뿐이었다. 

 

▲노키즈존 표식(이미지=위키)

 

차별행위 vs 사업주 영업자유

영·유아,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들의 업소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노키즈존’에 대해 ‘특정 연령으로 입장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고 판단을 내린 적이 있지만, ‘시끄럽고, 피해가 있는 게 사실이니 사업주의 영업 자유일 뿐’이라는 또 다른 시선도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노키즈존에 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노키즈존을 허용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71%에 달한 반면, ‘어떤 이유로든 노키즈존을 허용할 수 없다’는 응답자는 17%에 불과했다. 특이한 것은 초등학생 이하의 자녀를 둔 이들도 70% 가량 노키즈존 허용에 찬성하는 응답을 내놨다는 점이다. 


어린이를 차별과 혐오의 대상으로 규정짓고 출입마저 제한시킨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조용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업소를 찾은 손님들에 대한 배려나 어린이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다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노키즈존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던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 하는 부분은 ‘자기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일부 부모들’에 대한 것이다. 미숙한 면이 있는 아이들도 그렇다 치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아이들을 방임하고 무책임하게 방관하는 어른들이 더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매장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에 대해 업주에게 무조건적인 책임을 지게 하는 현행법상의 문제들도 노키즈존 운영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케어키즈존(Care Kids Zone)’이라 적힌 한 가게 사진(사진=네이트판)


노키즈존 vs 케어키즈존

이러한 가운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케어키즈존(Care Kids Zone)’이라 적힌 한 가게 사진에서는, 어린이의 출입을 제한하지 않지만 사고가 나면 무조건 보호자 책임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또한 자녀 동반 고객들의 부주의로 인해 종업원이 제재를 가하더라도 고함이나 욕설을 하지 말 것이며, 해당 영업장은 아이 컵 등 유아용품은 구비되지 않았음을 사전에 문구로 알리고 있다.


‘케어키즈존’은 아이와 함께 방문할 수 있지만 보호자가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하는 공간으로, 노키즈존 영업장들에 대해 불매운동 등으로 논란이 확대되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개념의 형태다.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서도 노키즈존에 이어 케어키즈존에 대해 의견도 분분하다.(사진=네이트판)

 

노키즈존에 이어 케어키즈존에 대해 의견도 엇갈린다. “노키즈존이 많아져 아이를 데리고 올 수 없었는데, 이러한 곳이 생겨 그나마 다행”이라는 긍정적인 의견이 있는가 하면, “~존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차별적인데다 유아물품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은 결국 오지 마라는 뜻 아니냐”는 불편한 의견도 상존하고 있다.


‘케어키즈존’이 어린이의 인권과 차별을 부추기는 노키즈존 공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탈피하면서 사업주와 고객에게 현명한 절충안이 될 수 있을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영업형태든 사업주나 고객 모두, 서로를 위한 배려와 존중의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것은 가장 기본 중에 기본이 아닐까.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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