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훈훈하고 끈끈한 맛과 멋, 종로 ‘광장시장’

인터뷰/탐방 / 김영란 기자 / 2022-09-08 0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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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근한 인심, 삶의 향 물씬... 직장인, 외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시장
▲ 광장시장은 역사가 깊은 재래시장이다. 시장의 출발점이 구한말로 거슬러 올라가니, 벌써 시장이 탄생한 지 100여 년이 훌쩍 넘어갔다.(사진_공공누리)

 

대도시 지역으로의 인구 집중과 아파트 중심의 생활로 인하여 재래시장의 수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시장’하면 떠올리는 푸근함과 친근함의 감정은 누구나 공통적일 것이다. 현재의 고물가 속에서 먼 얘기로 들리기도 하겠지만,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면 둘이 앉아 넉넉하게 음식을 먹고 술 한 잔을 기울일 수 있었던 시장 먹거리들은 추억의 한 부분으로 남아있다. 비록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밀려 그 입지가 좁아진 것이 현실이지만, 아직도 과거의 푸근한 인심으로 주머니 가벼운 직장인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곳, 종로 광장시장으로 가본다.

 

▲ 과거의 푸근한 인심으로 주머니 가벼운 직장인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곳, 종로 광장시장(사진_공공누리)


재래시장의 맛과 멋을 갖춘 광장시장
끈끈한 우리네의 삶의 향이 물씬 풍기는 종로 광장시장. 퇴근시간 언저리가 되면 하얀 셔츠에 넥타이를 반쯤 풀어헤친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기울이고, 주머니 사정이 늘 넉넉하지 못한 학생 무리, 한국의 정서를 느끼고자 찾는 파란 눈의 외국인, 저녁 식사를 하는 상인들까지 시끌벅적한 풍경이 연출된다.


코로나19 거리두기정책이 풀리고 아직 그전보다 활기를 되찾진 못했지만 여타의 재래시장 풍경과는 달리 이곳은 찾는 사람들로 제법 분주하다. 물론 과거만큼은 되지 못해도, 광장시장은 한국에서 몇 남지 않은 생기 넘치는 시장이다.

 

▲ 코로나19 거리두기정책이 풀리고 아직 그전보다 활기를 되찾진 못했지만 여타의 재래시장 풍경과는 달리 이곳은 찾는 사람들로 제법 분주하다. 물론 과거만큼은 되지 못해도, 광장시장은 한국에서 몇 남지 않은 생기 넘치는 시장이다.(사진_공공누리)


광장시장은 역사가 깊은 재래시장이다. 시장의 출발점이 구한말로 거슬러 올라가니, 벌써 시장이 탄생한 지 100여 년이 훌쩍 넘어갔다. 광장시장에 들어서 제일 눈에 띄는 풍경은 포목과 주단, 한복 등을 거래하는 풍경이다. 각종 포목을 사이에 두고 상인과 손님이 흥정하는 모습, 포목을 싣고 비좁은 골목을 내달리는 오토바이, 상가의 간판을 비추는 정신없이 늘어진 파스텔톤 전구 빛까지... 

 

포목과 주단으로 유명한 광장시장이었지만, 대형할인매장과 백화점의 등장으로 그 명성이 예전만큼 못하다. 하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질 좋고 값싼 물품을 선보이는 광장시장이기에, 이곳을 찾는 이의 대부분은 단골이다.


광장시장의 진풍경을 가장 잘 대변하는 곳은 십자모양으로 이루어진 시장의 정중앙이다. 빈대떡과 순댓국, 모듬전 등을 파는 식당부터 각종 회를 파는 간이횟집까지 먹을거리가 다양해 서민들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회와 빈대떡은 그 명성이 자자하다. 간이횟집에서 파는 회의 가격은 일반적인 횟집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양 또한 넉넉하게 나와 퇴근 후 간단히 술 한 잔을 마시기에 안성맞춤이다.

 

▲ 광장시장 전(사진_공공누리)


광장시장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 중 가장 후각과 청각을 탐욕스럽게 자극하는 것은 빈대떡 지지는 소리와 냄새이다. 넉넉한 두께로 지글지글 익은 빈대떡에 탁주 한 사발은 한 끼 식사가 될 정도로 푸짐하다. ‘시장의 인심이란 것은 이런 것’이라고 말하듯 광장시장에서 파는 먹을거리는 양과 질 모두 넉넉하다.

 

▲ ‘시장의 인심이란 것은 이런 것’이라고 말하듯 광장시장에서 파는 먹을거리는 양과 질 모두 넉넉하다.(사진_공공누리)

 

사람냄새 가득한 문화의 장소
“객지 생활을 오래하게 되면 한국 내음이 물씬 풍기는 장소가 간절하게 생각나요.”

일본에서 사업하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은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광장시장에 꼭 들린다 한다. 왁자지껄한 시장풍경과 넉넉한 인심이 깃든 먹거리는 오랜만에 만난 지기와 술 한 잔 기울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한다. 10년이 넘도록 이곳을 방문한 그이기에 이제는 식당 주인 할머니와 친한 이웃처럼 서슴없이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다.


광장시장에 자리한 식당은 대부분 이곳에서 터를 오랫동안 잡은 터줏대감이 많다. 그래서 집집마다 그 집만의 노하우가 깃든 음식이 있고, 단골손님도 꽤 많다. 그 중 외국인 단골손님도 많아, 광장시장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 광장시장 기름떡볶이(사진_공공누리)
▲ 광장시장 육회(사진_공공누리)


홍콩을 여행하게 되면 한 번쯤 꼭 들러보게 되는 관광명소가 몽콕에 자리한 레이디스 마켓이다. 이미 홍콩을 넘어 국제적인 관광명소가 된 이곳은 성인 서너 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 사이로 다양한 패션 아이템들이 정신없이 자리한 노천시장이다.


마켓 주변에는 각종 주전부리부터 한 끼 식사를 파는 작은 식당들이 들어서 있어, 한나절 나들이 코스로 좋다. 광장시장을 둘러보면 홍콩의 생기발랄한 이 노천시장이 생각난다. 역동적이고 사람 냄새가 가득하다는 점은 레이디스 마켓과 광장시장에서 모두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형화‧현대화가 경제 성장의 지표가 되는 마냥 신식 시설의 건물들이 서울 도심을 가득 메우고 있는 상황이지만, 웅장하고 세련되지 못해도 재래시장은 그 나라의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이 될 수 있다. 한국적인 정서가 깃든, 사람 사는 향이 가득한 곳이야말로 그 도시를 사는 사람 나아가 바다를 건너온 이방인에게도 가장 인상적인 장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광장시장, 그곳에는 우리네의 훈훈하고 끈끈한 멋과 맛이 있다. 그래서 오늘도 많은 사람이 저녁이 되면 이곳을 찾아 그 멋과 맛으로 하루를 달래는 건지도 모른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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