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경력 사장님이 빚어내는 전복·오징어·양배추 만두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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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민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전해지는 중국 통들의 성지, 풍정포차 메뉴(사진=김영란 기자) |
제주 동문시장 하면 으레 야시장의 불빛과 긴 대기줄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진짜 미식가들은 그 화려함 너머를 안다. 동문재래시장 수산시장 6번 게이트를 마주 보고 선 게스트하우스 1층, 삐뚤빼뚤 한자와 한글이 뒤섞인 메뉴판이 오히려 정체성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식당이 있다. 도민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전해지는 중국 통들의 성지, 풍정포차다.
테이블이 고작 4~5개인 이 아담한 공간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결이 다르다. 자장면도 짬뽕도 없다. 미량피, 볶음 도삭면, 토마토 소고기 국수, 그리고 광둥식 전통 면요리 창펀이 손님을 맞는다. 모든 메뉴 뒤에는 30년 이상 경력을 쌓아온 조선족 셰프가 있다. 만두를 빚고, 칼을 휘둘러 면을 뽑아내고, 얇은 쌀 반죽을 찜통 위에 펼쳐 올리는 손끝에 이 집의 시간이 응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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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얇게 민 피에 소를 가득 채워 빚은 만두는 프라이팬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가고, 완성된 한 판은 바삭한 날개를 달고 등장한다.(사진=김영란 기자) |
이 집에서 군만두는 선택지가 아니다. 전복 군만두와 오징어 군만두, 돼지고기 양배추 군만두 가운데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는 일이 전부다. 주문이 들어가면 셰프의 손이 분주해진다. 얇게 민 피에 소를 가득 채워 빚은 만두는 프라이팬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가고, 완성된 한 판은 바삭한 날개를 달고 등장한다. 한 입 깨무는 순간 뜨거운 육즙이 터지며 전복의 고소함, 오징어의 탄력, 돼지고기와 양배추의 담백한 조화가 또렷하게 살아난다. 곁들여 나오는 오이 피클은 기름진 여운을 정갈하게 정리한다.
최근 이 집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메뉴는 창펀이다. 창펀은 중국 남부 지역에서 즐겨 먹는 쌀가루 찜면 요리로, 얇게 간 쌀 반죽을 김 오른 판 위에 부어 투명하게 쪄낸 뒤 돌돌 말아 썰어 내는 방식이 특징이다. 풍정포차의 창펀은 주문 즉시 반죽을 얇게 펼쳐 찜통에 올리는 것부터 시작된다. 김이 오르며 반죽이 부드럽게 익어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보이고, 완성된 면은 비단처럼 얇고 촉촉하다. 간장 베이스 소스를 부어 내면 윤기가 흐르며 은은한 쌀 향이 먼저 올라온다. 입에 넣는 순간 부드럽게 풀어지다가도 미묘한 탄력이 남고, 담백한 소스가 더해지며 절제된 풍미를 완성한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입맛이라면 처음엔 낯설 수 있지만, 몇 점 이어 먹다 보면 이 음식이 지닌 고요한 깊이에 빠져든다. 도삭면과 군만두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면, 창펀은 풍정포차의 내공을 증명하는 섬세한 한 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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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펀은 풍정포차의 내공을 증명하는 섬세한 한 접시다.(사진=김영란 기자]) |
만두와 창펀으로 입맛을 연 뒤 이어지는 볶음 도삭면은 또 다른 볼거리다. 넓적한 도마 위 밀가루 반죽을 향해 셰프가 특수 제작 칼을 들어 올리면, 반죽이 허공을 가르며 정확히 끓는 솥 안으로 떨어진다. 퍼포먼스가 끝나면 짧고 두툼하면서도 쫄깃한 면발 위로 토마토와 계란, 양배추, 양파가 어우러진 볶음 소스가 더해진다. 낯선 비주얼이지만 한 입 이후에는 젓가락이 멈추지 않는다. 국물을 원한다면 토마토의 산뜻함과 소고기의 깊은 풍미가 어우러진 토마토 소고기 국수가 안정적인 선택이다.
이 밖에도 양고기 요리 전양·고양, 비법이 담긴 사방채, 매콤새콤한 냉채와 부드러운 닭날개 조림까지 식탁은 의외로 다채롭다. 마지막은 시원한 오이 냉면으로 정리하면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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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마토의 산뜻함과 소고기의 깊은 풍미가 어우러진 토마토 소고기 국수(사진=김영란 기자' |
풍정포차의 진짜 매력은 결국 사람이다. 서툰 한국말로도 끝까지 메뉴를 설명하고, 계산대에서 중국 전통 사탕을 건네며 웃음으로 배웅하는 인심이 공간을 채운다. 화려한 플레이팅도 세련된 인테리어도 없다. 다만 30년 세월이 빚어낸 손맛과, 현지 그대로의 방식을 고집하는 태도가 있을 뿐이다. 동문시장 골목 깊숙한 곳에서 만나는 ‘진짜 중국 맛’의 결은 그렇게 완성된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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