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분석] 좋은 기술이 반드시 돈이 되지 않는 이유

소상공인 이슈&분석 / 서영현 기자 / 2025-09-08 13: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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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성과와 사업화 사이에서 끊기는 산업 구조
한국 바이오의 딜레마, 선행하는 기업 가치와 속도 못 맞추는 임상 데이터
일본식 '선(先)축적 후(後)공개' 모델... 느리지만 단절 없는 성장의 비밀
대만의 병렬형 네트워크, 연구·임상·생산이 동시에 움직이며 시간을 번다
▲ 바이오 산업의 성패는 혁신적인 연구 성과 그 자체보다, 기술이 임상과 자본을 거쳐 시장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연결 구조'를 얼마나 단단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 노출은 빠르지만 데이터와 자금의 연결이 자주 끊기는 한국과 달리 임상 데이터를 선행 축적하는 일본과 네트워크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대만의 사례를 통해 끊기지 않는 '수익 창출 경로'의 조건을 제시한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이미지입니다.(사진=pexels)

 

연구 성과가 발표되는 순간 시장은 곧바로 가능성을 평가한다. 새로운 물질이 확인되고 실험 결과가 공개되면 그 기술이 머지않아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기업 가치 역시 그 기대를 반영하며 움직인다. 그러나 실제 산업의 흐름은 이 기대와 다른 방향에서 전개된다. 기술이 존재하는 시점과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 사이에는 분명한 간격이 존재하며 그 간격은 단순한 지연이 아니라 여러 단계가 이어져야만 작동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바이오 산업에서 연구 성과는 출발점에 가깝다. 실험실에서 확보된 결과는 가능성을 증명하지만 시장에서 요구하는 조건은 그보다 훨씬 구체적인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임상 단계에서는 환자군에 대한 적용 범위가 명확하게 설정되어야 하고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해야 하며 안전성과 부작용에 대한 검증 역시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 연구 단계에서 의미 있는 결과로 평가되던 성과가 임상 단계에서는 다시 검증의 대상이 되면서 시간과 비용이 동시에 증가한다. 기술은 존재하지만 시장이 요구하는 형태로 변환되지 않은 상태가 이어진다.

 

◆ 기술은 출발점일 뿐, 임상 데이터와 자본이 맞물려야 비로소 엔진이 돈다


이 과정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야 한다. 연구 단계에서 확보된 기술은 임상 데이터로 전환되어야 하고 임상 데이터는 다시 투자 자금을 끌어오는 근거가 되어야 하며 확보된 자금은 생산과 판매 구조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 세 단계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이어져야 의미를 가진다. 어느 한 단계라도 끊기면 기술은 다음 단계로 이동하지 못하고 산업은 정지된 상태로 남게 된다.


한국에서는 이 연결 구조가 자주 분리된 상태로 나타난다. 기술이 확보되는 시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먼저 형성되고 기업 가치는 빠르게 반응하지만 임상 데이터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임상 단계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해지면 자금이 다시 요구되고 이 과정에서 투자 조건이 변경되거나 일정이 지연된다. 기술은 존재하지만 임상과 자금이 동시에 연결되지 못하면서 다음 단계로 이동하는 흐름이 반복적으로 끊어진다.


일본에서는 동일한 과정이 다른 순서로 전개된다. 연구 단계에서 확보된 기술은 곧바로 시장에 노출되기보다 기업 내부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치며 임상 데이터가 일정 수준 이상 축적된 이후에야 외부와 연결된다. 임상 데이터가 먼저 형성되고 자금이 뒤따르며 이후 시장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속도는 느리지만 단계 간 연결이 유지되기 때문에 흐름이 단절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다.


대만은 단계 자체를 분리된 구조로 두지 않는다. 연구개발, 임상, 생산, 사업화가 하나의 기업 안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되기보다 각 단계에 특화된 기업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며 동시에 움직인다. 연구 단계에서 확보된 기술은 임상 전문 기업으로 이동하고 임상 데이터는 다시 투자와 생산 단계로 이어지며 각 과정이 병렬적으로 진행된다. 시간은 한 지점에 축적되지 않고 흐름 속에서 분산되며 결과적으로 기술이 시장으로 도달하는 경로가 유지된다.


비용 구조 역시 이 연결 문제를 그대로 반영한다. 연구 단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제한된 비용이 발생하지만 임상과 생산 단계로 이동하는 순간 비용 규모가 급격히 확대된다. 임상 시험 비용, 생산 설비 구축 비용, 규제 대응 비용, 시장 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동시에 증가하면서 기업은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된다. 기술이 확보된 이후에 오히려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해지는 구조가 형성된다.


한국에서는 이 구간에서 자금 조달이 다시 시작된다. 초기 투자 이후 추가 자금이 필요해지면서 기업은 새로운 조건을 수용하거나 기존 계획을 수정하게 된다. 자금이 연결되지 않으면 임상은 지연되고 생산 단계로 이동하지 못한다. 기술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자금이 이어지지 않으면서 흐름이 멈춘다.


일본에서는 이 구간에서도 내부 자금과 장기 투자 기반이 작동한다. 임상 데이터가 축적된 상태에서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단계 간 이동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루어진다. 외부 변수에 의해 방향이 급격하게 변경되는 경우가 줄어들고 흐름이 유지된다.


대만에서는 자금 역시 단계별로 분산된다. 특정 기업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기보다 각 단계에 참여하는 주체가 필요한 자금을 분담하며 구조가 이어진다. 기술이 이동하는 경로와 자금이 투입되는 경로가 동시에 설계되기 때문에 어느 한 지점에서 흐름이 끊어질 가능성이 낮아진다.


기술이전 과정에서도 동일한 연결 문제가 반복된다. 연구 단계에서 확보된 기술이 시장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임상 데이터와 자금, 생산 구조가 동시에 준비되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기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외부 협력을 시도하지만 상대 기업은 더 많은 데이터를 요구하거나 생산 가능성을 함께 검토한다. 기술은 준비되었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조건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가 발생한다.


일본에서는 임상 데이터와 생산 준비가 일정 수준 이상 확보된 이후 협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거래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진행된다. 대만에서는 각 단계가 이미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기술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단절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기술은 고정된 자산이 아니라 이동하는 흐름으로 취급된다.


결국 바이오 산업에서 수익은 기술의 수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술이 임상으로 전환되고 임상이 자금으로 이어지며 자금이 다시 시장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유지되어야만 결과가 만들어진다. 이 연결이 끊기는 순간 기술은 다음 단계로 이동하지 못하고 산업은 반복적으로 같은 위치에 머무르게 된다.


연구 성과는 출발점이다. 그러나 수익은 단계가 이어질 때만 만들어진다. 실험실에서 확보된 기술은 임상 데이터로 전환되어야 하고 임상 데이터는 자금을 끌어오는 근거가 되어야 하며 확보된 자금은 생산과 판매 구조로 이어져야 한다. 이 세 단계 가운데 하나라도 끊기면 기술은 다음 단계로 이동하지 못한다. 결과가 없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상태가 지속된다.
한국에서는 기술이 먼저 노출되고 임상과 자금이 뒤따르면서 흐름이 자주 끊긴다. 일본에서는 임상 데이터가 먼저 축적된 이후 자금과 시장이 연결되기 때문에 이동이 한 방향으로 이어진다.

 

대만에서는 단계마다 역할이 나뉘어 있어 기술, 자금, 생산이 동시에 맞물리며 흐름이 유지된다. 차이는 기술의 수준이 아니라 연결의 방식에서 발생한다. 어느 단계에서 무엇이 먼저 움직이는지가 결과를 바꾼다.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 문제는 그 기술이 어디에서 멈추고 있는가에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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