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전략] 혼자서는 못 버틴다…골목을 지키는 사람들

소상공인 심층/기획 / 서영현 기자 / 2025-12-08 11:53:53
  • 카카오톡 보내기
옆 가게는 경쟁자가 아닌 동료, 위기 속에서 핀 연대의 힘

▲ 경험이 공유되고 관계가 깊어지는 것이야말로 골목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진짜 경쟁력이다.(사진=소상공인포커스 DB)

 

 

저녁 장사가 끝난 뒤 불이 꺼진 골목 한가운데 작은 불빛이 남아 있었다. 상인회 사무실의 형광등이었다. 하루 매출을 정리하고 집으로 가야 할 시간에 상인들이 하나둘 모여 앉았다.


“다음 달 행사 준비해야 합니다.” 회의 자료에는 매출이 아니라 골목 전체의 일정이 적혀 있었다. 공동 할인 행사, 주말 공연, 겨울 조명 설치 계획까지. 각자의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지만 이제는 골목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한때는 옆 가게가 문을 닫아도 서로 모르는 척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어제 손님이 줄었는데 혹시 공사 영향 있는지 같이 확인해봅시다.” 문제가 생기면 함께 움직인다. 혼자였다면 폐업으로 이어졌을 상황도 공동 대응으로 버틸 수 있게 됐다. 청년 사장은 말했다. “회의가 있어서 버틸 수 있습니다. 혼자 고민할 때는 답이 없었어요.”

상인회는 단순한 친목 모임이 아니었다.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고, 온라인 홍보를 함께하고, 공용 쿠폰을 기획했다. 골목 전체의 매출 구조를 관리하는 운영 조직에 가까웠다.

지자체의 골목형 상점가 지정 이후 변화는 더 커졌다. 공동 시설 개선과 행사 지원, 온누리상품권 가맹 확대가 가능해지면서 외부 소비가 늘었다.

상인회장은 말했다. “이제는 각자 장사하지 않습니다. 같이 장사합니다.” 공동 대응은 위기 상황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 태풍으로 거리가 침수됐던 날, 상인들이 함께 나와 물을 퍼내고 다음 날 바로 정상 영업을 했다. 혼자였다면 며칠은 문을 닫아야 했을 상황이었다.

골목의 경쟁력은 개별 가게의 매출이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속도에서 나왔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상인들은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새로 들어온 청년 사장에게 거래처를 소개해주고, 온라인 주문 관리 방법을 알려주었다. 경험이 전수되고 관계가 이어지는 시간이었다.

망하지 않는 가게의 조건은 잘 파는 것이 아니라 혼자가 아닌 것이다. 밤이 깊어 골목의 불이 모두 꺼졌지만 상인회 사무실의 불은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다. 다음 달 행사 일정이 확정되고 나서야 불이 꺼졌다.

그 불빛은 단순한 전등이 아니라 이 골목의 미래였다.

●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정보
골목형 상점가 지정 제도를 통해 공동 마케팅, 시설 개선, 온누리상품권 가맹, 공동 행사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상인회 조직을 기반으로 공동사업화 지원과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정기적인 상인회 회의와 공동 기획은 폐업률을 낮추는 가장 현실적인 운영 방식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 소상공인포커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서영현 기자

서영현 / 경제부 기자

93olivia@naver.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