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나는 장사를 접은 게 아니라 내 인생을 접었다

소상공인 심층/기획 / 서영현 기자 / 2025-02-14 16:53:45
  • 카카오톡 보내기

 

 

철거 전날 밤, 사장은 영업을 하지 않는 가게에 불을 켰다. 손님이 올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습관처럼 계산기를 제자리에 놓고, 의자를 바로 세웠다. 불이 켜진 가게 안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십 년 동안 오가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장사를 접는 게 아니라 내 인생을 접는 것 같아요.” 그는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을 빈 가게 안에서 혼잣말로 꺼냈다.

튀김기를 마지막으로 닦는 손길은 조심스러웠다. 이미 전원을 내렸고 다시 켤 일도 없지만, 늘 하던 대로 닦았다. 매출이 좋던 날도, 하루 종일 손님이 없던 날도 같은 손길로 닦아왔던 자리였다. 그 기계는 돈을 벌어준 도구가 아니라 가족의 시간을 버티게 해준 생계였다.

벽에는 아이 키를 재던 연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초등학생이던 아이는 이제 취업 준비를 하고 있고, 그 시간 동안 가게는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그 자국 위에 손을 얹고 한참을 서 있었다.

마지막 영업일에도 단골에게 폐업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다음 주에 또 올게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 고개를 돌렸다. 그 다음 주에는 이 자리에 가게가 없다는 것을 혼자만 알고 있었다.

외상 장부를 펼쳤다. 줄을 긋지 못한 이름들이 남아 있었다. 받을 돈이 아니라 함께 버틴 시간들이었다. 그 이름들은 매출이 아니라 관계였다.

철거가 시작되던 날, 간판이 내려오는 소리가 골목에 크게 울렸다. 매일 인사를 나누던 이웃들이 멀리서 바라봤다. 아무도 가까이 오지 못했다.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해서였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가게 정리합니다.” 그 짧은 말 안에는 십 년의 시간이 접혀 있었다. 권리금은 포기했고 대출은 그대로 남았다. 보증금으로 밀린 비용을 정리하고 나니 통장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가게는 사라졌는데 빚은 그대로였다.

가게는 단순한 영업장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티게 해준 밥 한 끼였고, 누군가에게는 힘들 때 찾아오던 자리였고, 누군가에게는 첫 월급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오던 공간이었다. 그 관계들이 문과 함께 닫혔다.

우리는 오래된 건물을 문화재로 보존한다. 시간이 쌓였다는 이유로 보호한다. 그러나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걸고 지켜온 시간은 아무 기록 없이 사라진다. 사람의 시간은 왜 보존되지 않는가.

철거가 끝난 뒤 텅 빈 가게에 혼자 서 있었다. 바닥에는 주방이 있던 자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 위에 서서 마지막으로 불을 켰다. 영업을 하기 위한 불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배웅하는 불이었다.

고유가 시대다. 전기료는 올랐고, 원재료 값은 뛰었고, 대출 금리는 높아졌다. 기업은 지원을 받고 실업자는 통계로 집계된다. 그러나 폐업한 소상공인은 개인의 실패로 남는다. 가게 문을 닫는 순간 그는 사장이 아니라 실업자가 된다. 그러나 그를 위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소상공인을 살린다는 것은 매출을 올리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을 실업자가 되지 않게 하는 마지막 사회 안전망이다. 한 사람의 시간을 존엄으로 인정하는 일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셔터를 내리며 말했다. “그래도 잘 버텼다.” 그 말은 가게에게 한 인사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게 건네는 존중이었다.

■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정보
폐업을 결정하기 전 채무 조정, 임대료 협상, 설비 매각 시점을 앞당기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단골 고객을 기반으로 온라인 판매, 공동 구매, 예약제 서비스로 전환하면 실업 상태로의 전환을 늦추고 새로운 소득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 소상공인포커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서영현 기자

서영현 / 경제부 기자

93olivia@naver.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