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창업 지원금은 '마중물'인가, 밑 빠진 독의 '물 붓기'인가

소상공인 심층/기획 / 서영현 기자 / 2026-02-20 11: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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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창업 지원 정책은 실패를 끝이 아니라 과정으로 인식하는 국가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제도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재창업 준비자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자금이 다시 주어진다고 해서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해준다. 실제로 재창업 지원금을 받은 이후에도 상당수가 2~3년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시장에서 사라진다. 문제는 지원금의 규모가 아니라 재도전에 앞서 무엇이 준비되어 있었는가에 있다.

현장의 한 재창업자는 첫 번째 실패 이후 다시 창업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았고, 업종을 바꾸는 과정에서 상권 분석과 손익 구조 설계를 처음으로 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 창업은 돈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구조를 이해하고 시작했다”고 표현했다. 이 사례는 재창업 정책의 핵심이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니라 실패 이후 학습 구조를 설계하는 데 있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 재창업 지원금 제도는 신청 단계에서는 높은 경쟁률을 보이지만 실제 사업 지속률에 대한 장기 추적 데이터는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는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게 만들고 현장에서는 체감도가 낮아지는 원인이 된다. 재창업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금 지급 이후의 관리 시스템, 멘토링, 업종 전환 컨설팅, 팀 구성 지원까지 이어지는 통합 구조가 필요하다.

유럽의 재창업 시스템이 높은 생존율을 보이는 이유는 실패 기록이 금융 접근성을 막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폐업 이력이 다시 신용의 장벽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재창업 지원금이 있음에도 실제 자금 운용 단계에서 한계에 부딪히는 구조가 반복된다.

재창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실패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실패 이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경제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몇 명에게 지원했는가’가 아니라 ‘몇 명이 다시 생존했는가’를 기준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일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소상공인은 이렇게 말했다. “첫 번째 창업은 생존을 위해 했고 두 번째 창업은 공부를 하고 시작했다.” 재창업 지원 정책이 진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 말이 모든 재창업자의 공통된 경험이 되도록 만드는 구조가 필요하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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