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구조분석] 디지털 역량의 한계··· 사장님 혼자 떠안은 관리 리스크의 실체

기획/심층 / 서영현 기자 / 2025-02-10 11: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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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행정의 장벽을 구조 관점에서 해석
사장님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이 아니라 지원 인력를 통해 현장 리스크와 정책 공백을 점검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요즘은 다 앱으로 처리되잖아요.” 행정기관도, 카드사도, 플랫폼도 그렇게 말한다. 문제는 그 앱의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가다.


서울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배달앱 정산이 하루 밀렸는데 이유를 몰라서 고객센터만 세 시간 붙잡고 있었어요. 장사는 해야 하는데 정산은 멈췄고, 누가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디지털 전환은 이미 끝난 흐름이다. 그러나 디지털 관리 체계는 여전히 개인에게 맡겨져 있다. 그 결과, 소상공인은 장사와 행정을 동시에 수행하는 ‘1인 통합 관리자’가 되어버렸다. 매출은 플랫폼에서 발생하지만, 관리 책임은 점포에 남는다.
 

현재 소상공인 한 명이 관리해야 하는 디지털 채널은 배달 플랫폼, 카드 정산 시스템, 홈택스, 지방세 전자고지, 4대보험 사이트, 에너지 요금 전자 청구, 광고 플랫폼 등으로 세분화된다. 각각은 별도의 로그인과 공지 체계를 가진다. 자동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속적인 확인과 이해를 요구한다. 공지가 전달되면 플랫폼의 책임은 종료되지만, 이해와 대응의 책임은 점포에 남는다.

 

◇ 디지털 관리 실패는 현금 흐름 구조 흔드는 위험 요인


정산 누락, 수수료 변동, 정책 변경, 광고비 자동 증액은 모두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월 매출 2,000만 원 점포에서 수수료 2% 인상 통지를 놓치면 월 40만 원, 연 480만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월 매출 3,000만 원 점포에서 플랫폼 수수료 20%는 600만 원이다. 여기에 광고비, 카드 수수료, 에너지 비용까지 더하면 관리 오류 1%만 발생해도 연간 100만 원 이상의 손실이 누적될 수 있다.

문제는 이 관리 리스크가 금융 리스크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정산 지연은 재료비 지급 지연으로 이어지고, 이는 거래처 신용 악화로 연결된다. 카드 대금 결제가 늦어지면 연체 위험이 발생하고, 신용 등급이 하락하면 대출 조건이 불리해진다. 디지털 관리 실패는 단순 행정 문제가 아니라 현금 흐름 구조를 흔드는 위험 요인이다.

경기도의 한 치킨집은 정산 지연으로 재료비 지급이 밀렸고, 카드 연체 위험까지 이어졌다. 서울 외곽 카페는 전자 고지 전환을 인지하지 못해 가산세를 부담했다. 또 다른 배달 전문점은 자동 광고 연장으로 월 70만 원이 추가 집행되었다. 이는 기술 미숙이 아니라 관리 시간 부족에서 비롯된 사례다.

디지털 관리의 핵심 문제는 시간 격차다. 소상공인은 장사, 인건비 관리, 발주, 고객 응대, 세무 대응을 동시에 수행한다. 디지털 학습과 시스템 분석에 투자할 시간은 거의 없다. 반면 플랫폼은 전문 인력을 통해 구조를 설계하고 운영한다. 이 시간 격차가 곧 정보 격차이고, 정보 격차가 비용 격차로 이어진다.

디지털 전환이 사실상 의무라면 관리 지원 역시 제도화되어야 한다. 개별 점포가 모든 플랫폼 정책과 수수료 변동을 추적하도록 방치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상권 단위 디지털 관리 센터, 월간 통합 정산 리포트 제공, 수수료 변동 통합 알림 시스템 같은 구조적 지원 장치가 필요하다.

디지털은 효율을 만들었지만 책임은 개인에게 집중되었다. 연결은 되었지만 관리 구조는 설계되지 않았다. 소상공인의 문제는 기술을 몰라서가 아니라 관리할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이 균형을 재설계하지 않는다면 디지털 격차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으로 남게 된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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