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생존전략] 디지털 전환 시대, 연결되지 않은 소상공인의 고립

기획/심층 / 노금종 기자 / 2025-02-05 13: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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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인프라 격차를 구조 관점에서 해석
연결되지 못한 자영업를 통해 현장 리스크와 정책 공백을 점검
▲ 상당수 소상공인은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시장 변화의 방향을 읽지 못하고 있다. (사진=소상공인포커스 DB)

 

 

“온라인 주문이 된다는데, 저희는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서울 외곽에서 12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대표의 말이다. 정부는 디지털 전환을 말하고, 지자체는 스마트 상권을 홍보하며, 플랫폼 기업은 데이터 기반 경영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나는 상당수 소상공인은 여전히 디지털 환경에 ‘접속’조차 하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장비의 부재가 아니라 이해 구조의 부재다.


디지털 격차는 더 이상 세대 문제만이 아니다. 단순히 스마트폰을 사용할 줄 아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매출 구조가 플랫폼과 데이터 중심으로 이동하는 환경에서 그 흐름을 읽고 대응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기술을 쓰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라, 수익 구조의 변화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 디지털은 기회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고정비

실제 상권 현장에서 나타나는 격차는 생각보다 크다. 배달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점포는 하루 평균 주문의 60% 이상을 온라인에서 확보한다. 반면 여전히 전화 주문이나 방문 주문에 의존하는 점포는 상권 유동 인구 감소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다. 같은 골목, 같은 업종임에도 매출 격차가 두 배 이상 벌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구조다. 플랫폼 입점, 광고 집행, 노출 알고리즘 이해, 리뷰 관리, 데이터 분석까지 모두 하나의 체계로 움직인다. 이 체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디지털 도구는 단순 비용 항목으로 남는다. 광고비를 집행했지만 효과를 측정하지 못하고, 리뷰가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지 못하며, 수수료 구조가 마진을 얼마나 잠식하는지 계산하지 못한다. 디지털은 기회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고정비다.

서울 강북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배달앱이 매출을 올려주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광고를 안 하면 노출이 줄고, 광고를 하면 수수료가 늘어납니다. 결국 매출은 유지되는데 남는 돈은 비슷하거나 더 줄었습니다.” 디지털 전환은 단순 확장이 아니라 구조 재편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들어가면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디지털 격차의 또 다른 측면은 정보 접근성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지원 사업을 내놓지만, 실제 신청 절차와 운영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 참여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된다. 신청 서류는 복잡하고, 온라인 접수 시스템은 익숙하지 않으며, 교육은 단발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지원 정책은 존재하지만 체감도는 낮다.

월 매출 3,000만 원 중 50%가 플랫폼을 통해 발생한다고 가정할 경우, 평균 수수료와 광고비, 결제 수수료를 합치면 약 15~25%가 비용으로 빠져나간다. 이는 매출 1,500만 원 중 최대 375만 원이 디지털 비용으로 소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비용을 상쇄할 만큼 객단가 상승이나 신규 고객 유입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디지털 전환은 수익 확대가 아니라 비용 구조 확대가 된다.

디지털을 외면할 수도 없다. 소비자는 이미 온라인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리뷰를 비교하고, 예약과 주문을 결정한다. 연결되지 않은 점포는 검색 결과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오프라인에 존재하지만 온라인에서 보이지 않는 상태는 상권 경쟁에서 점점 불리해진다.

이쯤에서 분명히 짚어야 한다. 디지털 격차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 구조의 문제다.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매출 흐름에서 배제된다는 뜻이고,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것은 시장 변화의 방향을 읽지 못한다는 뜻이다.

디지털은 기회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기회는 위험이 된다.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 접속이 아니라 구조 이해다. 플랫폼을 쓰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구조 속에서 마진을 지킬 수 있느냐의 문제다. 연결의 문제는 와이파이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그리고 그 격차는 이미 골목 곳곳에서 조용히 벌어지고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노금종 기자 nkj1966@ilyo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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