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통시장 현대화의 방향 … 시설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기획/심층 / 서영현 기자 / 2025-02-03 09: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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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현대화의 방향을 구조 관점에서 해석
시설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를 통해 현장 리스크와 정책 공백을 점검

 

 

전통시장 현대화는 오랫동안 비가림 시설과 외관 정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간판을 통일하고 바닥을 정비하며 조명을 교체하는 방식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훨씬 깔끔해졌다. 그러나 현장의 체감은 다르다.


서울 동북권 한 전통시장 상인은 이렇게 말했다. “시장 분위기는 좋아졌죠. 그런데 손님이 오래 머무르지는 않아요.” 이 말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다. 문제는 시설이 아니라 체류 구조다. 공간은 개선되었지만 소비 흐름을 붙잡는 구조는 설계되지 않았다.

체류 시간은 곧 매출 구조다. 체류 시간이 길어질수록 추가 구매 가능성이 높아지고 객단가가 상승한다. 대형 쇼핑몰은 휴게 공간, 카페, 문화 콘텐츠, 동선 설계를 통해 체류 시간을 늘린다. 반면 전통시장은 여전히 ‘목적 구매형’ 구조에 머물러 있다. 필요한 물건을 사면 바로 떠나는 구조에서는 매출이 늘기 어렵다. 

 

아케이드는 덮었지만 사람은 머물지 않는다

현재 전통시장이 겪는 한계는 세 가지다. 첫째, 편의시설의 질적 관리 부족이다. 둘째, 고령층 중심 고객 구조에 비해 무장애 동선 설계가 부족하다. 셋째, 머무를 이유를 만드는 콘텐츠가 부족하다.

또 하나의 구조는 상인의 고령화다. 다수 시장에서 상인 평균 연령은 60세를 넘는다. 디지털 결제, 온라인 판매, SNS 홍보에 대한 대응은 개인 역량에 의존한다. 후계자가 없는 점포도 늘어나고 있다. 시설은 개선되었지만 운영 주체의 세대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구조적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소비는 경험 중심으로 이동했다. 사진 촬영, 체험 프로그램, 지역 스토리 콘텐츠는 방문 목적을 만든다. 경기도 한 전통시장은 체험형 프로그램 도입 이후 방문객이 증가했고 체류 시간이 늘었다. 체류 시간이 늘어나자 주변 점포 매출도 함께 상승했다. 상권은 개별 점포가 아니라 체류 시간을 공유하는 집합 구조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비용 구조도 중요한 변수다. 노후 배선과 비효율 조명, 개별 냉난방 방식은 고정비를 증가시킨다. 전통시장의 경쟁력은 가격만이 아니라 운영비 구조에서도 결정된다. 공동 냉난방 시스템, 고효율 조명 전환, 에너지 통합 관리가 이루어지면 고정비는 낮아지고 점포의 생존 가능성은 높아진다.

현대화 정책은 공사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설치와 완공, 평가까지는 빠르다. 그러나 운영 설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전통시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동 운영 시스템이 필요하다. 공동 마케팅, 공동 온라인몰, 통합 배송, 공동 정산 체계가 구축될 때 개별 점포의 부담은 줄어든다.

전통시장의 경쟁 상대는 인근 마트만이 아니다. 온라인 쇼핑, 대형 복합몰, 새벽배송까지 소비 반경이 확장되었다. 이 구조에서 전통시장의 강점은 관계와 지역성이다. 사람 냄새 나는 공간, 상인과 고객의 관계, 지역의 시간과 이야기가 차별점이 된다.

정책은 설치 중심에서 운영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체류형 공간 설계, 상인 교육, 세대 교체 지원, 공동 운영 조직 구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전통시장 현대화는 시설 사업이 아니라 지역 경제 재설계다.

아케이드는 설치되었다. 그러나 체류 구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전통시장의 미래는 지붕이 아니라 사람에게 달려 있다. 사람이 머무는 구조를 만들 때 비로소 시장은 살아난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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