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자재 유통 구조···사장님이 마트를 순례하는 이유

소상공인 이슈&분석 / 서영현 기자 / 2025-04-16 10: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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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재 유통 구조를 구조 관점에서 해석
사장이 현장 리스크와 정책 공백을 점검

 

 

새벽 시간 식자재 시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부지런함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그것이 생존을 위한 구조적 선택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발품은 미담이 아니라 협상력이 없는 사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다. 사장은 유통 구조의 가장 끝단에 서 있고, 그 위치는 가격을 결정하는 주체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주체임을 의미한다.

식자재 단가에서 1kg당 수백 원의 차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한 달이 지나면 수십만 원의 비용 격차로 누적되고, 그 차이는 곧 메뉴 가격 전략의 범위를 결정한다. 단가가 높은 점포는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마진이 사라진다. 결국 원가 구조는 고객의 이동을 만들어 낸다. 가격을 유지한 점포로 고객이 몰리고, 가격을 올린 점포는 객수를 잃는다.

매출은 노력으로 만들 수 있지만 마진은 구조에서 결정된다. 개인 점포는 가격을 협상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는 가격을 설계한다. 대량 구매를 통해 단가를 낮추고, 물류 시스템을 통해 유통 비용을 줄이며, 장기 계약으로 가격 변동성을 흡수한다. 규모가 곧 가격 결정권이 되는 이유다.

발품으로 단가를 낮추는 방식은 또 다른 비용을 발생시킨다. 새벽 이동은 노동 시간을 늘리고, 준비 시간을 줄이며, 피로 누적으로 이어진다. 서비스의 밀도는 떨어지고 고객 경험은 약해진다. 단가 절감이 서비스 품질 하락으로 전이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발품은 시스템이 될 수 없다.

온라인 식자재 플랫폼은 편의성을 제공했지만 가격 권력까지 이동시키지는 못했다. 클릭 몇 번으로 주문할 수 있게 되었지만, 단가는 여전히 협상력이 있는 주체에게 유리하게 형성된다. 편의성은 공급되었지만 가격 결정권은 이동하지 않았다.

금융 비용이 높은 점포는 식자재 단가에서도 불리하다. 현금 결제가 어려워지고, 대량 구매가 불가능해지며, 할인 조건을 맞추지 못한다. 그 결과 더 높은 단가를 적용받고, 그 단가는 다시 메뉴 가격과 마진 구조에 영향을 준다. 금융 구조와 원가 구조는 서로 연결되어 폐업 속도를 앞당긴다.

같은 상권에서 다른 가격 구조가 만들어지는 순간 시장은 재편된다. 단가를 낮춘 점포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단가가 높은 점포는 고객을 잃는다.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그래서 식자재 단가는 요리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다. 소상공인의 생존 전략은 더 많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협상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있다. 공동 구매와 협동 물류, 장기 계약과 같은 집단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통 구조의 끝단에 서 있는 개인 점포가 혼자서 가격을 낮추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발품은 개인의 시간을 소모하지만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 구조를 바꾸는 것은 협상력이고, 협상력은 규모에서 나온다.

결국 시장은 노력으로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를 가진 사람이 살아남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식자재 단가는 매일 반복되는 거래의 문제가 아니라 소상공인의 생존 시간을 결정하는 권력의 문제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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