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상공인 위기의 시작, 보이지 않는 구조적 균열

지역/소상공인 / 서영현 기자 / 2025-01-01 11: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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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위기의 시작, 보이지 않는 구조적 균열의 핵심 쟁점을 구조적으로 정리한다.
현장 적용 판단 기준과 점검 포인트를 제시한다.
▲ 서영현 기자

 

 

우리는 오랫동안 소상공인 위기를 이야기해왔다.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고, 경기가 어렵다고 말했고, 코로나 이후가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다. 이것은 일시적 불황이 아니라 구조의 균열이다. 겉으로 보이는 매출 숫자 아래에서 보이지 않는 균열이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

서울에서 12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손님은 예전만큼 옵니다. 그런데 남는 돈은 점점 줄어요.” 매출은 유지된다. 그러나 통장 잔고는 줄어든다. 이 괴리가 바로 구조적 균열의 출발점이다.

많은 사람은 위기를 ‘매출 하락’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다르다. 매출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어나기도 한다. 문제는 이익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월 매출 3천만 원. 겉으로 보면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그러나 구조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임대료, 인건비, 식자재 원가, 에너지 비용, 플랫폼 수수료, 카드 수수료, 대출 이자. 이 모든 비용은 매출과 비례하지 않는다. 일부는 매출과 무관하게 고정된다. 일부는 매출이 늘수록 더 빠르게 증가한다. 이 구조에서는 매출 증가가 곧 안정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외형은 유지되지만 체력은 약해진다. 이것이 첫 번째 균열이다. 외형과 실질의 분리.

과거의 자영업은 변동비 중심 구조였다. 지금은 고정비 중심 구조로 이동했다. 임대료는 매출이 줄어도 그대로다. 최저임금은 매년 상승 압박을 받는다. 대출 이자는 시장 금리에 따라 급등한다. 플랫폼 수수료는 계약 구조에 묶여 있다. 고정비 비중이 높아질수록 매출 10% 감소는 이익 30~50% 감소로 확대된다. 이것이 두 번째 균열이다. 변동에 취약한 구조.
 


최근 몇 년 사이 상권은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배달 플랫폼, 예약 플랫폼, 리뷰 플랫폼, 광고 플랫폼. 매출은 플랫폼을 통해 발생한다. 그러나 가격 결정권은 플랫폼이 가진다. 노출 여부도 플랫폼이 결정한다. 수수료 구조도 플랫폼이 설계한다. 소상공인은 판매자이지만 동시에 플랫폼의 하청 구조에 편입된다. 매출은 늘어도 마진은 얇아진다. 이것이 세 번째 균열이다. 수익 구조의 얇아짐.

고금리 시대, 자영업 대출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운영자금 대출, 시설자금 대출, 카드론, 보증 대출. 문제는 부채가 ‘비상수단’이 아니라 ‘상시 운영 수단’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자는 고정비가 된다. 연체는 신용 기록으로 남는다. 신용 하락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부채는 단순 금융 문제가 아니다. 사업 구조를 압박하는 또 하나의 고정 장치다. 이것이 네 번째 균열이다. 현금 흐름의 취약화.

가장 보이지 않는 균열은 대표 인건비의 소멸이다. 많은 소상공인이 본인 인건비를 비용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표 인건비를 제외한 계산은 사업의 실질 수익성을 왜곡한다. 대표가 월 250만 원을 가져가지 못하는 구조라면 그 사업은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것이 다섯 번째 균열이다. 노동의 무임화.

통계는 매출을 보여준다. 뉴스는 폐업 숫자를 보여준다. 정책은 지원 금액을 보여준다. 그러나 구조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소상공인의 위기는 갑자기 무너지는 붕괴가 아니라 조용히 체력을 갉아먹는 침식에 가깝다.

이 연재는 매출 하락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다루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구조적 균열이다. 매출과 이익의 분리, 고정비의 확대, 플랫폼 종속 구조, 부채의 일상화, 대표 인건비의 소멸. 이 다섯 가지 균열을 하나씩 해부해 나갈 것이다.

소상공인의 문제는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문제는 변화한 구조를 설명해주는 시스템이 없다는 데 있다. 대기업에는 재무팀이 있고, 중견기업에는 회계팀이 있다. 소상공인은 대표 혼자다. 이 격차는 규모의 차이가 아니라 관리 구조의 차이다.

보이지 않는 균열을 보이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 연재의 출발점이다. 위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우리는 그 구조를 직면해야 한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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