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중심 산업인가, 이미지 중심 산업인가? 건기식이 마주한 정체성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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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고령화와 건강 불안을 타고 전 세대로 확장되며 의약품과 식품 사이의 독자적인 산업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성분이나 과학적 근거보다 판매 주체의 인지도와 전달 방식이 소비자의 '신뢰'를 결정하며, 이제 이 산업은 기능의 우열이 아닌 '믿음의 소비'라는 새로운 문법으로 작동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코엑스에서 열린 'CPHI/Hi Korea 2025' 전시회 모습으로,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이미지입니다.(사진=cphikorea) |
한국의 소비 시장을 관찰할 때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빠르게 확장된 영역 가운데 하나는 단연 건강기능식품이다. 약국과 대형마트를 넘어 온라인 플랫폼과 홈쇼핑, SNS 기반 판매 채널까지 확산된 이 시장은 이제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대를 포괄하는 소비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일상적인 식품 소비와 의료 서비스 사이에 위치한 독특한 산업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단순히 특정 제품군이 유행하는 현상으로 보기에는 그 확장 속도와 범위가 매우 넓고, 소비 방식 또한 기존 식품 시장과는 다른 특징을 보이기 때문에 이 산업은 하나의 구조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시장의 출발점은 비교적 명확하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고 관리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인구 구조 변화만으로 이 시장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건강기능식품 소비는 단순한 필요에서 출발하지 않고 불안이라는 감정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의료 기술이 발전하고 정보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건강 정보를 접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판단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이때 건강기능식품은 치료가 아니라 관리라는 영역에서 소비자의 선택지로 등장한다.
◆ 제약사부터 개인 판매자까지... 무한 경쟁 속 사라진 제품 차별화
이 구조에서 소비는 반드시 의학적 판단을 기반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적인 선택에 가까운 형태로 이루어지며, 특정 질환을 진단받지 않은 상태에서도 피로 회복, 면역력 강화, 체력 보완과 같은 모호한 목적을 중심으로 구매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특성은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제품 간 차별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즉, 소비자는 정확한 효능을 비교하기보다 자신의 상태에 대한 인식과 체감, 그리고 주변 정보에 의존하여 제품을 선택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제품의 기능보다 설명 방식이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소비 구조는 유통 방식과 결합되면서 더욱 빠르게 확장된다. 건강기능식품은 냉장 유통이나 복잡한 조리 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에 매우 적합하며, 정기 구독이나 묶음 판매와 같은 형태로 반복 구매를 유도하기 쉬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모바일 기반 쇼핑 환경에서는 짧은 영상과 후기, 체험 중심 콘텐츠가 소비자의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제품의 성분이나 과학적 근거보다 사용 경험이 강조되는 흐름이 나타난다. 이는 전통적인 식품 시장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방식으로, 제품 자체보다 제품을 둘러싼 이야기와 이미지가 소비를 이끄는 구조로 연결된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이 시장이 매우 다양한 판매 주체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제약사와 식품 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개인 판매자, 그리고 소상공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으며, 이는 시장의 확장 속도를 더욱 가속시키는 요인이 된다. 초기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제품 개발 과정이 전통적인 의약품 산업에 비해 짧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 기회로 인식되기 쉽고, 실제로 많은 창업자들이 이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그러나 이 구조는 동시에 경쟁을 빠르게 심화시키고 제품 간 차별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또 하나 주목할 변화는 전문 영역에 있던 인물들이 소비 시장으로 직접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 또는 건강 관련 분야에서 일정한 인지도를 확보한 전문가들이 자신의 이름을 기반으로 제품을 출시하거나 브랜드를 구축하는 방식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소비자에게 강한 신뢰 신호로 작용한다. 특정 인물의 경력과 전문성은 제품 자체의 성분이나 기능에 대한 이해를 넘어 하나의 보증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소비자는 별도의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제품의 본질적 기능보다 신뢰의 전달 방식이 가격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성분을 기반으로 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누가 설명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며, 소비자는 그 차이를 기능이 아니라 신뢰의 차이로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는 성분이나 제조 방식보다 브랜드와 인지도가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동하게 되고, 이는 산업 전반의 가격 구조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가격이 높아진다는 문제를 넘어, 소비자가 무엇을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제기하게 만든다. 기능이 검증된 결과인지, 아니면 신뢰할 수 있다고 느껴지는 설명인지에 따라 선택이 이루어지는 구조에서는 시장이 점점 더 기능 중심이 아니라 신뢰 중심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 신뢰는 객관적 데이터에서 형성되기보다 인지도와 노출, 그리고 반복적인 메시지를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소비와 가격 사이의 관계 역시 점점 더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단순한 식품 산업의 범주를 넘어 독립적인 소비 영역으로 자리 잡는다. 제품은 식품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기대는 의약품에 가깝고, 구매는 일상 소비에 가깝지만 판단 기준은 정보와 신뢰에 크게 의존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기존 산업 분류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중간 영역이 형성된다. 이 영역에서는 기능의 객관적 비교보다 신뢰의 형성과 전달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며, 이는 시장의 성장 방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이유는 단순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 아니다. 이 시장은 고령화, 정보 과잉, 소비자의 불안, 그리고 유통 구조의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만들어진 복합적인 결과이며, 그 중심에는 기능보다 신뢰가 먼저 작동하는 소비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특정 성분이나 과학적 근거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제품이 자신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단순히 하나의 성장 산업으로 바라보는 시각에는 한계가 생긴다. 시장이 커졌다는 사실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는가에 있으며, 특히 소비자가 무엇을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고 있는가에 따라 산업의 성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소비가 객관적인 기능과 검증된 데이터에 기반하여 이루어진다면 이 시장은 점차 기술 중심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지만, 반대로 설명과 이미지, 그리고 신뢰의 전달 방식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그 구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흐름은 이 두 가지 방향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채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복잡하다. 한편에서는 기능성 소재와 관련된 연구와 개발이 지속되고 있고, 일정한 기준을 통해 제품을 구분하려는 시도도 존재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소비자가 실제로 제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체험과 후기, 그리고 신뢰에 기반한 정보가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 두 흐름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는 산업 전체가 기능 중심으로 정리되기보다 설명 중심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단기간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소비 방식과 유통 구조가 결합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의료와 달리 즉각적인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고, 식품과 달리 명확한 비교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는 스스로 판단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때 가장 쉽게 작동하는 기준이 바로 신뢰이며, 그 신뢰는 데이터보다 전달 방식에 의해 더 빠르게 형성된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기능을 중심으로 정렬되기보다 신뢰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러한 흐름을 단순히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이 시장이 어떤 원리 위에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건강기능식품은 더 이상 보조적인 식품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소비자의 일상적인 선택 안으로 깊이 들어와 있으며, 그 선택은 단순한 구매 행위를 넘어 개인이 자신의 건강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방식 자체와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산업을 바라볼 때는 제품의 성분이나 기능을 개별적으로 분석하는 것보다, 소비가 어떤 기준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기준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바로 그 기준이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있는가에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의료처럼 명확한 결과를 즉각적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식품처럼 단순한 기호의 영역으로 설명되기도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는 스스로 판단의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때 가장 빠르게 작동하는 기준이 신뢰이며, 그 신뢰는 객관적인 데이터보다 전달 방식과 노출, 그리고 반복된 메시지를 통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시장은 기능의 우열에 따라 정렬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설명하고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재편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 지점에서 건강기능식품 산업은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 위에 서 있게 된다. 만약 이 시장이 기능과 검증, 그리고 데이터 중심으로 정리된다면 기술 기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지만, 반대로 신뢰의 전달과 설명 방식이 계속해서 소비를 이끄는 구조로 유지된다면 이 산업은 점점 더 기능보다 이미지와 기대를 중심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이 선택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 구조와 소비 방식에 의해 결정되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변화는 그 방향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 가깝다.
결국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성장은 단순히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사람들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에 대한 불안과 기대를 해소할 수 있는 선택지를 구매하고 있으며, 그 선택은 점점 더 기능보다 신뢰에 의존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 산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잘 팔리는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더 신뢰되도록 만들어지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이 지점에서 건강기능식품 산업은 단순한 식품 시장이라는 기존의 분류를 넘어선다. 기능을 보조하는 제품군으로 이해하기에는 소비의 방식이 지나치게 복잡해졌고, 의약품과 같은 검증 구조로 설명하기에는 시장의 작동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산업은 식품과 의약의 중간 영역이 아니라, 신뢰가 형성되고 소비되는 방식 자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하나의 독립적인 구조로 이해되어야 한다.
건강기능식품은 더 이상 무엇을 먹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믿는가의 문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산업의 방향이 결정된다.
소상공인포커스 / 노금종 기자 nkj1966@ilyo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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