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창원은 아직 100만 도시지만, 내부 균형은 흔들리고 있다
창원은 여전히 100만 명 규모의 특례시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인구 구조를 자세히 보면 단순히 “큰 도시”라고만 보기 어렵다. 성산구와 의창구는 창원국가산단과 행정·주거 기능을 함께 떠받치는 축이고, 마산합포구와 마산회원구는 과거 마산 상권과 제조·항만 기능의 흔적을 품고 있으며, 진해구는 해군·항만·신항 배후 기능과 주거 확장이 동시에 작동하는 지역이다. 문제는 이 다섯 구가 하나의 동일한 성장 궤도에 놓여 있지 않다는 점이다. 창원은 행정적으로는 통합 도시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성산·의창의 제조업 축, 마산권의 구도심·전통상권 축, 진해권의 항만·주거 확장 축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복합 도시다.
창원의 인구 문제는 단순 감소보다 산업과 생활권의 불균형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제조업 일자리가 약해지면 성산·의창의 소비 기반이 흔들리고, 구도심 상권은 젊은 인구 유입이 약해지면서 활력을 잃으며, 진해권은 주거 확장에도 불구하고 도시 전체의 산업 소비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 창원은 100만 도시라는 외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역 안에서는 이미 “어디서 일하고, 어디서 소비하고, 어디에 정착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창원의 핵심은 인구 숫자보다 제조업 고용이 도시 내부 소비를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있다.
◆ 상남동·마산어시장·창동상권은 서로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창원의 상권을 볼 때는 하나의 중심지로 설명하면 안 된다. 성산구의 상남동 상권은 제조업 근로자, 사무직, 유흥·외식 소비가 결합된 대표적 도심 상권이고, 마산합포구의 마산어시장과 창동상권은 전통시장·수산물·구도심 문화가 결합된 생활형 상권이며, 진해권은 주거와 관광·해군도시 성격이 섞인 별도 소비권을 형성하고 있다. 창원시 자료에서도 마산어시장, 부림시장, 창동통합상가, 진해 중앙시장, 경화시장, 용원어시장 등 다수 전통시장과 상점가가 확인된다.
문제는 이 상권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남동은 산업 소비와 도시 유흥 소비의 영향을 크게 받고, 마산어시장과 창동권은 관광·전통시장·지역 주민 소비에 의존하며, 진해권은 벚꽃 관광과 주거 소비의 계절성·생활성에 영향을 받는다. 창원이 산업 전환기에 들어서면 상남동은 제조업 고용과 회식문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마산권은 인구 고령화와 구도심 쇠퇴를 더 크게 체감하며, 진해권은 신항·주거 확장 효과가 얼마나 지역 상권으로 흘러 들어오느냐가 중요해진다. 창원의 시장 방향은 하나가 아니라, 산업 소비형 상권·전통 생활형 상권·항만 주거형 상권이 동시에 재편되는 구조다.
◆ 대기업 위축 원인 / 노조 때문만이 아니라 정책·수주·글로벌 산업 재편이 겹친 결과다
창원을 군산과 같은 “기업 철수 도시”로 단순 분류하면 정확하지 않다. 창원은 GM 군산공장처럼 대형 완성차 공장이 폐쇄되며 한 번에 충격을 받은 도시라기보다, 기계·중공업·원전·방산 산업의 경기와 정책 변화에 따라 장기간 압력을 받아온 도시다. 특히 두산중공업으로 상징되던 창원의 중공업 축은 발전설비, 원전, 플랜트, 대형 기계산업의 흐름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원전 정책 변화와 글로벌 발전 시장 변화, 조선·플랜트 수주 사이클 변화가 결합되면서 협력업체와 지역 고용에 영향을 미쳤다.
이 대목에서 “노조 때문에 무너졌는가”라는 질문이 나오지만, 창원 사례의 본질은 노조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 노사관계가 비용과 유연성에 영향을 줄 수는 있으나, 창원 산업의 핵심 압력은 원전 정책의 변화, 글로벌 수주 축소, 에너지 전환, 대형 플랜트 시장의 변동성, 제조업 자동화와 생산 재배치에서 왔다. 즉 창원은 노조 때문이라기보다 산업 정책과 글로벌 시장 변화가 지역 제조업의 가동률과 투자 방향을 바꾼 사례에 가깝다. 창원시 역시 민선8기 이후 원자력·방위산업·수소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창원의 위기는 노조 단일 원인이 아니라, 원전·중공업·기계산업의 정책 변화와 글로벌 수요 재편이 만든 복합 압력이다.
◆ 도시의 재편성 / 창원은 원전·방산·수소·제조AI로 다시 설계되고 있다
창원시의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과거 기계·중공업 중심 도시에서 벗어나 원전, 방산, 수소, 제조 디지털 전환을 결합한 미래 제조도시로 재편하려는 전략이다. 창원시는 민선8기 전략산업으로 원자력산업, 방위산업, 수소산업을 선정했고, 2025년 정책실명제 대상 사업에도 기계·방산 제조 디지털전환 지원센터, 제조산업 특화 초거대 제조AI 서비스 개발·실증, 글로벌 제조융합 소프트웨어 개발·실증 등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방위·원자력 융합 국가산단은 창원 재편의 핵심축으로 볼 수 있다. 창원시는 해당 국가산단에 대해 7조 9천억 원의 직접투자, 15조 2천억 원의 생산 유발효과, 1만 8천여 명의 직접고용, 5만 2천여 명의 고용 유발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단순 산업단지 하나가 아니라, 창원이 기존 중공업 도시에서 첨단 제조·방산·원전 융합도시로 이동하려는 도시 재설계 프로젝트에 가깝다.
다만 중요한 것은 산업 재편이 곧바로 지역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방산과 원전, 수소, 제조AI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지만 자동화와 전문인력 중심 구조를 갖기 때문에 과거 중공업처럼 대규모 현장 고용과 지역 소비를 즉각 만들어내는 방식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창원의 재편은 “새 산업 유치”보다 “새 산업이 지역 고용과 상권, 청년 정착으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가 핵심이다. 창원은 산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제조도시의 작동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 창원은 ‘붕괴 방지’보다 ‘고용 연결형 전환’이 필요하다
창원의 방향은 군산처럼 붕괴 이후 복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산업 기반을 유지한 상태에서 다음 산업으로 넘어가는 선제적 전환이어야 한다. 창원은 아직 제조업 기반, 산단, 기술 인력, 대학·연구기관, 항만 접근성, 방산·원전 관련 기업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회복 불능 도시가 아니라 전환 성공 가능성이 높은 도시다. 문제는 이 전환이 대기업과 산업단지 안에서만 이루어지고 지역 생활경제로 내려오지 못하면, 시민과 소상공인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창원의 해법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방산·원전·수소·제조AI 산업을 지역 중소기업과 협력업체가 함께 참여하는 공급망으로 설계해야 한다. 둘째, 청년 인력이 창원에 머물 수 있도록 교육·주거·문화·창업 환경을 함께 묶어야 한다. 셋째, 상남동·마산어시장·창동·진해권 상권을 산업 소비와 관광·생활 소비가 결합되는 다핵형 상권으로 재편해야 한다.
창원은 기업이 떠난 도시가 아니라, 산업이 바뀌는 속도에 도시 구조를 맞춰야 하는 전환 도시다. 창원의 과제는 대기업 철수 방지가 아니라, 산업 전환이 고용·인구·상권으로 이어지도록 도시 전체를 다시 연결하는 것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정선 칼럼니스트 jacobxu0304@gmail.com
[필자 주요약력]
現 INTERPRO H.K PEF 대표
現 일요주간 부회장
前 Proton International LLC (H.K) 법인장
前 Proton Asia PEF GP
前 Proton Asia PEF
아시아 국제 금융 법률,회계 전문위원
前 화중 테크 대표이사
前 화중아이앤씨 대표이사
前 중국 대련보세구 정부 위촉 외자유치 및 투자 구조 자문 대표
前 중국 천진 한화종합유한공사법인장
前 중국 주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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