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정착해야 지역경제가 시작된다

양평은 주말이면 수도권 관광객으로 붐빈다. 두물머리와 세미원, 용문산과 서종면 카페거리에는 수많은 방문객이 몰린다. 그러나 관광객이 많은 도시와 지역경제가 강한 도시는 같은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양평의 미래는 관광객이 아니라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대한민국 지역경제는 새로운 변곡점에 서 있다. 산업화 시대에는 공장과 산업단지가 도시의 성장을 이끌었다. 기업이 들어오면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를 따라 인구가 이동했다. 지방정부 역시 기업 유치를 지역발전의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삼았다. 그러나 저출산과 고령화, 수도권 집중, 소비 패턴의 변화는 기존 성장 공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이제 지역경제의 경쟁력은 기업의 숫자보다 사람이 얼마나 오래 머무르고 살아가는가에 의해 결정되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양평군은 군정 비전을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에 두고 있다. 정주여건 개선과 생활 인프라 확충, 스마트도시 기반 구축 역시 모두 사람이 오래 머물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방향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목표가 아니라 인구 감소와 소비 기반 약화라는 지역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양평의 시장은 크게 관광시장과 생활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관광시장은 주말과 성수기에 활력을 보이지만 계절과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생활시장은 주민의 일상 소비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음식점과 카페, 병원과 약국, 교육과 문화서비스, 전통시장과 생활밀착형 업종은 모두 생활시장의 영향을 받는다. 지역경제의 지속 가능성은 관광시장보다 생활시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
양평은 오랫동안 수도권 상수원을 지키기 위해 개발보다 보전을 선택해 온 지역이다. 산업화 과정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성장의 제약으로 평가되기도 했지만, 오늘날에는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이라는 희소한 자산으로 다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정주여건 개선과 스마트도시 구축, 생활 인프라 확충, 교통 개선 등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지역의 미래 경쟁력이라는 판단이 정책 전반에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경제는 행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도로와 공원은 행정이 만들 수 있지만 골목상권의 매출은 만들 수 없다. 문화시설을 조성할 수는 있지만 지역 상권의 활력을 정책만으로 지속시키기는 어렵다. 결국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소비다.
◆ 여기에서 ‘정주경제’라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지방도시는 관광객 유치에는 성공했지만 정주인구 확대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광객은 소비를 남기지만 지역사회를 만들지는 않는다. 반면 정주인구는 소비와 공동체, 교육과 문화, 고용과 창업을 동시에 만든다. 이것이 관광경제와 정주경제의 가장 큰 차이다.
정주경제는 주민등록 인구를 늘리는 정책이 아니다. 사람이 지역에 정착해 생활하고 소비하며 교육과 의료, 문화와 복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지역 안에서 소비가 순환하고 소상공인과 지역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경제 구조를 의미한다. 관광객 중심 경제와 정주경제의 가장 큰 차이는 소비의 지속성이다.
정주경제는 단순한 인구정책이 아니다. 소비가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경제정책이다. 한 가구가 정착하면 음식점과 카페, 병원과 약국, 학원과 문화시설, 전통시장과 지역 농산물 소비까지 연쇄적으로 확대된다. 이러한 반복적인 소비가 소상공인의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만들고 지역경제를 성장시키는 선순환을 형성한다.
관광객은 하루를 머물고 떠난다. 반면 정주인구는 매일 아침 동네 카페를 이용하고, 지역 음식점을 찾으며, 병원과 약국을 이용한다.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다니고 가족은 전통시장과 마트를 이용한다. 지역 농산물은 관광상품이 아니라 일상적인 소비재가 된다. 이러한 반복적인 소비가 지역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
양평의 경제구조는 여전히 관광과 농업의 비중이 높다. 관광은 지역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계절과 경기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주말에는 활기를 띠지만 평일에는 상권이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구조도 적지 않다.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관광경제와 함께 정주경제를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양평의 지역경제는 농업과 관광, 생활서비스업의 비중이 높다. 특히 소상공인 상당수는 관광객 소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주말과 성수기에는 활기를 띠지만 평일 소비 기반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따라서 지역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광객 중심 소비를 유지하면서도 정주인구를 확대해 안정적인 생활 소비를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여기에서 주거의 역할도 새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주택은 공급량과 분양률 중심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앞으로의 주거는 사람을 정착시키는 사회적 기반시설로 접근해야 한다. 교육과 의료, 문화와 공동체, 생활서비스가 연결되지 않는 주거는 지역경제를 성장시키기 어렵다. 반대로 사람이 오래 살아갈 수 있는 정주환경은 자연스럽게 지역 상권을 키우고 소상공인의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만든다.
타운하우스 역시 같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단순한 부동산 개발사업이 아니라 사람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아갈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만드는 플랫폼으로 기능할 때 비로소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주택을 공급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역에 정착하고 생활경제를 만들어 가는가이다.
◆ 도시에는 두 가지 경제가 존재한다.
하나는 관광객이 만들어 내는 소비경제이고, 다른 하나는 주민이 만들어 내는 정주경제다. 관광경제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만 계절과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정주경제는 성장 속도는 느리지만 안정적이다. 지역 상권과 교육, 의료, 문화, 생활서비스는 모두 정주경제 위에서 성장한다. 앞으로 양평이 선택해야 하는 것은 관광경제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정주경제를 더하는 전략이다.
◆ 양평의 미래 경쟁력은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만 있지 않다.
사람이 머물고, 소비하고, 공동체를 만들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정주경제를 얼마나 구축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지역경제는 대규모 개발사업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수많은 주민과 소상공인, 지역기업이 만들어 가는 일상의 경제활동이 축적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양평은 지금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자연을 지키며 성장할 것인가, 성장하면서도 삶의 질을 높일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넘어, 사람이 정착하는 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 앞에 서 있다. 그 답은 정주인구를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양평의 미래는 더 많은 관광객을 모으는 도시가 되는 데 있지 않다. 더 많은 사람이 삶의 터전으로 선택하는 도시가 되는 데 있다. 정주경제는 인구를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지속시키는 전략이다. 앞으로 양평의 10년은 이 전략을 얼마나 현실로 만들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정선 칼럼니스트 jacobxu0304@gmail.com
[필자 주요약력]
現 INTERPRO H.K PEF 대표
現 일요주간 부회장
前 Proton International LLC (H.K) 법인장
前 Proton Asia PEF GP
前 Proton Asia PEF
아시아 국제 금융 법률,회계 전문위원
前 화중 테크 대표이사
前 화중아이앤씨 대표이사
前 중국 대련보세구 정부 위촉 외자유치 및 투자 구조 자문 대표
前 중국 천진 한화종합유한공사법인장
前 중국 주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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