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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9년의 경제 대공황에 버금가는 세계적 수준의 경제적 혼란으로 평가되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는 2000년대 말 미국의 금융 시장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파급 된 대규모의 금융 위기 사태다.(사진_SNS 캡처) |
장기화된 코로나19와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인플레 부작용, 주요국 고강도 통화긴축, 중국 경기둔화 가능성 등 국내외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2023년의 우리나라 경제전망 또한 밝지만은 않다.
특히 2022년 9월 레고랜드 자산유동화 기업어음 사태에서 촉발된 국내 단기 금융시장의 자금경색은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뒤늦게 정부가 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국고채 시장으로까지 번진 신용 불신의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의 급격한 충격을 극복한 정책적 경험을 보유한 국내경제지만, 산적한 대내외 리스크가 상존한 가운데 성장세 둔화를 경험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시의적절하고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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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영화 ‘인사이드 잡 (Inside Job, 2010)’ 포스터(이미지_네이버 영화) |
이러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국내 금융시장의 위기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전세계 경제를 파탄으로 내몰았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해 수많은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 원인과 책임 소재를 집중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인사이드 잡 (Inside Job, 2010)’이 주는 교훈을 다시 되새겨 보고자 한다
살기 좋은 나라, 아이슬란드의 몰락
1929년의 경제 대공황에 버금가는 세계적 수준의 경제적 혼란으로 평가되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는 2000년대 말 미국의 금융 시장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파급 된 대규모의 금융 위기 사태다. 3대 금융영화 중 하나로 우수하게 꼽히는 ‘인사이드 잡’은 경제관련 영화 중 유일한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2011년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사이드 잡(INSIDE JOB)’은 사전적 의미로 내부인에 의한 범죄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 영화에서 ‘피해자’는 전세계의 선량한 사람들을 의미하며, ‘범죄자’는 월가와 금융로비스트, 미국 정치인들을 지칭하고 있다. 이 영화는 거대해진 은행의 금융로비, 정치계와 월가의 결탁, 금융인과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의 모럴해저드,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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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슬란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주가는 하루만에 90% 폭락, 화폐가치 반토막, 은행손실 1,000억 달러, 1인당 국민 부채는 40만불(한화 약 5억원)이 되었다.(이미지_STOCK MARKET) |
영화 도입은 북유럽의 강소국이라 불리며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아이슬란드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주가는 하루만에 90% 폭락, 화폐가치 반토막, 은행손실 1,000억 달러, 1인당 국민 부채는 40만불(한화 약 5억원)이 된 나라. 인터뷰 출연자 아이슬란드대학 경제학 교수 길피 조에가는 정부의 경제규제 완화, 은행의 민영화와 거품경제, 금융회사와 정계의 도덕적 해이 등을 비판하며 “이런 현상은 여기뿐 만이 아니다. 뉴욕도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말하며, 장면은 미국 금융계의 심장인 월스트리트가로 이어진다.
영화는 차분하고 설득력 있는 맷 데이먼의 나레이션으로 1930년대 대공황 이후부터 2008년 경기 불황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각 시대별 경제 사회 이슈와 미국, 아이슬란드, 영국, 프랑스, 싱가폴, 중국 등지의 국가별 현실, 기업가와 정치인, 저널리스트, 학자들의 입장과 시각을 폭넓게 오가며 감춰졌던 진짜 진실을 말해주고 있다. 어느 인터뷰 대상자의 말처럼 사기극의 전모는 카메라를 끄고 얘기해야 하는 저편에 감춰져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인사이드 잡’에서 보여주고 있는 진실의 충격과 단상은 공포 영화 보다 섬뜩하면서도, 스릴러 보다 긴장감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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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영화 ‘인사이드 잡'에 출연한 인터뷰어들(이미지_영화캡처) |
금융위기, 세계는 어떻게 몰락했는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앞 서 이야기 한 원인 외에도 금융기관을 관리 감독해야 할 금융 관리감독 기구와 정부의 규제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대거 완화되고 그러한 정책들로 구성이 되면서 위기의 발단이 되었으며 이에 대해 1980년도의 레이건 행정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분리하는 법안이 폐기되면서 월가는 어떠한 제약도 없이 복잡한 ‘파생상품’으로 어떠한 제약도 없이 손쉽게 시장의 거품을 만들었으며, 그들 스스로가 말하는 ‘쓰레기 채권’을 우량 채권(AAA등급)의 채권으로 둔갑시켜 돈을 벌어들인다.
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쓰레기 채권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수천·수백만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직장과 집을 잃게 되고 그러한 피해는 미국 국민 뿐 아니라, 경제·금융이 연결되어있는 중국, 유럽, 아시아 시민들까지 고스란히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오로지 ‘상위 1%의, 그들만의, 가진 자들의 축제’를 즐기고는 오히려 그들은 그러한 기회들로 인해 더욱더 많은 돈과 사회적 지위를 얻게 되는 부조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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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잡"의 헨리 폴슨, 벤 버냉키, 티모시 가이트너.(이미지_소니 픽처스 클래식) |
금융 위기의 책임 선상에 있는 금융 로비스트들과 월가의 CEO들, 정치인, 그리고 가진 자들의 입맛에 맞게 원하는 대로 글과 인터뷰를 써주며 서민들을 부추겼던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오히려 이러한 기회들로 막대한 보너스와 연봉까지 챙겼지만, 이러한 사태들에 대해선 정작 어느 누구 한 명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대통령이 바뀌고 오바마 행정부로 바뀌었지만 금융 위기 촉발의 원인 장본인들은 다시 행정부의 멘토로 주축을 이루기도 했다.
불편한 진실 속에 드러난 불편한 현실
2008년 9월, 미국의 거대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신청과 최대 보험사 AIG의 몰락은 미국 경제를 흔들었으며, 월스트리트 쇼크로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 3천만 명이 해고됐으며 5천만 명이 극빈자로 몰락했다. 거품이 꺼지면서 집값과 자산은 대폭락했고, 전 세계는 수십 조 달러의 빚더미에 앉았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 금융계의 무분별한 팽창은 심각하고 연속적인 금융 위기로 이어졌다. 그 때마다 피해 규모는 커졌지만 월 스트리트는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찰스 퍼거슨 감독은 당시 영화제작의 이유에 대해 “금융 위기는 피할 수 있었던 재난이었다. 게다가 20조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힌 거대한 사기극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도 감옥에 가지 않았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사태 복구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에 모두가 동의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것이 우리가 이 영화를 만든 이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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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사이드 잡'의 찰스 퍼거슨 감독(이미지_유투브) |
심각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단지 미국 금융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계가 자신들의 유리한 쪽의 법안 처리를 위해 정치계에 로비를 하고, 각종 마약과 매춘을 법인카드로 이용하고, 그러한 금액은 단순한 컴퓨터 수리비용 등으로 청구하여 고객들의 돈을 ‘합법적’으로 유용하는 이 불편한 진실들이 우리 주변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 이러한 도덕적 해이와 부조리한 이익구조,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언제 또 금융위기는 재발할 지도 모른다.
세계 각국은 경제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고 여러 가지 제도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의 자동조절 기능을 무시하고 이론적, 실증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거대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부양을 시도하는 것이 더 큰 위기를 초래하지는 않을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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